김복자 展

 

일상의 쉼표, 흐르는대로 흐르고

 

낙원_162.2x130.3cm_장지에 분채,석채_2021

 

 

 

갤러리 H

 

2021. 12. 29(수) ▶ 2022. 1. 3(월)

Opening 2021. 12. 29(수) pm 3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9길 10 | T.02-735-3367

 

www.galleryh.online

 

 

월류봉붉은아침_162.2x260.6cm_장지에 분채,석채,순금분_2021

 

 

일상의 쉼표

 

흐르는 대로 흐르고

 

김복자의 예술에 대한 자세는 자신을 위한 위로, 당신을 위한 휴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쉼표는 악보에서 음과 음 사이를 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쉼표는 그림에서 여백과 같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다음에 다가올 음에 여유를 주고 기대하게 만든다. 가끔은 우리도 멈춰 서서 삶과 삶 사이를 비워주는 쉼표를 가졌으면 한다." 라고 말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는 산과 내를 거쳐 이내 바다에 수렴收斂 된다. 바다에 수렴된 그 빗물은 용해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다. 이렇듯 자연은 어김없이 흐르는 대로 흐르고 맺힌 대로 맺힌다.

 

<주산지 푸른 새벽>은 새벽 청송 주산지의 정경을 담고 있다. 작가는 "2019년 가을 새벽 청송 주산지에 갔다. 어슴프레하게 하늘이 열리고 찬 공기에 옷깃을 여민다. 해는 점점 주산지로 흘러들고 순간 파란빛으로 물들었다. 분명 파란 빛이었다. 그 찰나의 느낌은 온전히 나의 것이고 그 느낌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자연을 자신의 시선으로 느끼고 화폭에 옮긴다.

자연의 본질, 자연을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모든 예술은 자연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자연 자체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깊고 오묘하고 다층적인 의미체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바로 그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맛과 정신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제2의 창조와 다르지 않다. 이렇듯 작가는 감각적 직관의 힘으로 자연에서 느낀 대상을 포착하여 심상으로 옮기고 갈무리 한다.

 

 

주산지푸른새벽_162.2x130.3cm_장지에 분채,석채_2021

 

 

<아침 숲>은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일상이 멈췄을 때, 고3 수험생인 딸과 바쁜 일상으로 그동안 해보지 못한 남산을 함께 걸으며 느낀 인상을 담은 작품이다. "아침 숲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 소리, 자연 속에서 느낀 아침 공기의 상쾌함에 행복함을 느꼈다. 딸과 함께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지만 딸의 안내로 걷다가 이내 익숙해졌고 어느 날엔가는 내가 앞서 걷고 있었다."

<아침 숲>은 노랑, 그린green, 에메랄드 블루가 혼색되어 가볍게 흩뿌려진 색점은 바람소리 새소리 모녀의 대화가 어디선가에서 미풍微風에 실려 들려오는 듯하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두 아들을 강가로 데리고 나가 송어 낚시를 가르친다. 메트로놈을 놓고 낚싯줄을 던져 리듬감을 익히게 하고, 낚시를 통해 자연의 외경심을, 그리고 자연 속에서 신성을 일깨워준다. 이들 가족에게 종교와 낚시와 예술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년에 이른 형 노만의 내레이션narration이 서사적 울림을 준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수렴되고, 그 위로 강물은 흘러간다.…… 나는 강물의 포로가 되었다 (Eventually all things margeinto one and the river runs through it…… I am haunted by water).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돌아가며 유장한 흐름을 이어가는 한가로움은 영원의 느림이다. 은비늘로 반짝이는 샛강에서 낚시를 하는 세 부자의 동화 같은 정경은 '패스트 증후군'에 걸린 현대인들에게 삶의 예술화를 생각하게 한다. 자연은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다. 김복자의 이번 전시는 변화하는 그런 자연을 포착하여 색의 하모니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아침숲_162.2x130.3cm_장지에 분채,석채_2021

 

 

맺힌대로 맺히다

 

필자는 개인전 평문 의뢰를 받고 상주예술촌으로 출발했다. 오전 예술촌에 도착할 즈음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큰 강을 만났다. 멀리 세 그루의 소나무가 들판에 나란히 서 있었다. 이내 낙동강 상류의 자욱한 안개 사이로 펼쳐진 강변의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 강은 시간의 흐름 속에 계절을 바꾸며 변화했고, 그 한순간을 필자에게 내어 준 것이다.

작가 김복자는 2021년 이른 봄 상주예술촌에 입주한다. 작가는 "처음에 입주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6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예술촌 마당에 꽃밭을 가꿨다. 튤립 작약 백일홍 소국 등 100여 종의 씨앗과 사과나무, 감나무를 심었다. 내 손으로 꽃씨를 심고, 가꾸면서 내가 가꿔서 핀 꽃을 그려보고 싶었다. 가을에 핀 소국小菊이었다."

 

 

피어나다_40.9x27.3cm_한지에 분채석채_2021

 

 

작품 <피어나다>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소국의 씨앗으로부터 시작되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들어 있다. 이 작품은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흐릿하게 그리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색에 대한 탐구, 희망을 표현하고 열정을 표현하는 일, 꽃을 통해 희망을 표현하는 일, 이런 것은 눈속임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텃밭을 꾸미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밤낮으로 흐르는 시간이 만들어 준 과정이 <피어나다>로 드러난 것이다.

작가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화폭에 담는다. 곽희郭熙의『임천고치』에서 "시는 형상이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형상이 있는 시(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 라고 했다. 자연을 응시하고 포착해 그 속에서 천변만화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 그것은 정성스러운 마음에서 나온다.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된 언어로 우의적寓意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사이 즉 여백을 읽어내야 한다. 화가도 마찬가지다. 상주예출촌 작가의 방에는 꽃과 자연, 동물을 존중한 화가 타샤 튜더(Tasha Tudor)가 쓴 책『타샤의 정원』이 놓여 있다.

 

김찬호(경희대교육대학원 교수 미술평론가)

 

 

소등섬사색_160.6x116.8cm_장지에 분채,석채_2019

 

 

無爲自然

버려서 채움이 비움이고 하지 않음으로 함이 무위이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소박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즉 타고난 본성에 따라 그러함에 맡기는 것이다.

 

쉼없이 달려왔다.

그림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든 붓과 함께 했다.

너무 열심히 살았다.

입버릇처럼 쉬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 쯤

나의 몸은 고통스러웠다.

힘듦속에서 나를 위로했던 것은 자연이었다.

 

자연을 바라본다.

해가 지는 것을 보고 해가 떠오름을 본다.

새벽이 오기전에 그곳에 있다.

어둠속에 기다림으로 자연을 본다.

난 그저 하염없이 자연과 하나가 된다.

 

내가 본 자연은 어둠에서 밝음이다.

깜깜한 밤 나섰던 곳에서 환한 빛을 본다.

고요한 새벽과 마주한다.

 

내가 경험한 자연을 나만의 색으로 표현한다.

무위자연의 미는 천진,천연의 모습으로 자연에 합치되어 심미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때 그순간 느꼈던 색으로 표면은 거칠고 투박하게 덜 다듬은 듯한 천진,천연하게 표현한다.

 

가장 가까운 곳, 무의식적으로 자연이 충만한 곳에서

너무 애쓰지 않고 흐름과 머무름을 하고 싶다.

흐르는 대로 흘러간다.

 

- 작가노트 중 -

 

 

하늘아래 첫 감나무_53x72.5cm_한지에 분채,석채_2020

 

 

사과나무_33.4x53cm_한지에 분채,석채_2021

 

 

 

 

 
 

김복자 | Kim Bok J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졸업 동양화과 |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개인전 | 3회(상주, 서울)

 

대한민국중견작가 특별전(박정희체육관) | 경북아트페스티벌 국제전(벨기에Love2Art갤러리) | 영호남작가70인 미술작품전(군산예술의전당) | 환경전시 To The Negentropia(충무로 갤러리) | 경북하남성 미술교류전(유교랜드, 중국 하남성) | 경상북도 독립운동유적지 그림전(경북도청동락관) | 경북하남성 미술교류전(유교랜드,중국하남성)

 

현재 | 한국미술협회, 이수회, 경북청년작가회, 호연지기, 홍익K아트 회원 | 경북미술협회여성위원장 | 한국미술협회 상주지부 사무국장

 

Instagram | kim.bok_ja

E-mail | art93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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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229-김복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