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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량 초대展
REVERSE -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쉐마미술관 소전시실
2021. 12. 9(목) ▶ 2022. 1. 23(일)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로 241번지 | T.043-221-3269
https://schemaartmuseum.com
네거티브-몽환의 세계
글 / 큐레이터 한영애
현대미술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특정한 언어의 구조로 재구성하여야 한다. 예술가의 능력은 대상(Subject) 또는 생각(Idea)을 직관으로 인식하고 생략하고 변화(Deformation)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은, 특히 미술은 외부적 현실과 작가 자신의 내면적 세계를 순화하고 단순화시키면서 자신의 내적 세계의 법칙에 의해 새로이 구성하고 그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손미량 작가는 그런 본질을 찾기 위해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는 스마트폰 같은 매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진의 원판이나 카메라의 필름의 네거티브한 이미지에서 작품의 형식을 캡처한다. 필름의 원판은 인화된 사진과는 정반대의 명암으로 이미지가 보이게 된다. 손미량 작가의 작품은 구상적 이미지이지만 네거티브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전통적 구상 회화에서의 원근법, 명암 등이 모두 불필요한 요소가 된다.
손미량 작가는 명암을 보기 위해 컴퓨터로 흑백 전환을 하다가 우연히 네거티브 된 화면의 신비한 현상을 발견하고는 ‘정반대로 보이는 명암의 현상’, ‘보색으로 뒤바뀐 이미지의 회색 현상’을 목도하고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쁨 같은 즐거움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네거티브 작업을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가 나름의 기법을 창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보색 색상의 색상으로 제한하여 회색빛이 발산하는 보색의 세계를 구현하려고 함을 볼 수 있다. 또한 네거티브 회화는 명암의 반전으로 이미지가 재현되지만, 기법적으로 볼 때 ‘그레이징’(Grazing), ‘스푸마토’(Sfumato), ‘스컴블링’(Scumbling), ‘그리자이유’(Grisaille) 같은 전통적인 타블로(Tableau)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회화에서 사진의 원판을 응용한 작품의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렘버트 마리아(Lambert Maria)의 'LMW Pressag'(1976년 작)은 인물의 필름 원판의 네거티브 한 현상을 그대로 초상화로 작업하였고, 조겐 크라우드(Jurgen Klauke)의 작품 'Fotoarbeit'(1986년 작)은 수술실의 현장을 네거티브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필름 원판의 네거티브 현상을 회화에 응용한 사례가 적지 않게 있지만 손미량 작가의 네거티브 회화는 회화의 양식에서 사실주의와 추상회화와 비디오 아트의 특성을 공유하면서 창작되고 있다.
쉐마미술관의 ‘Reverse-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전시에서는 손미량 작가 자신의 순화하고 단순화시킨 네거티브의 몽환적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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