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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경 · 김정란 · 박능생 · 박영길 4인展
또 다른 세상 속으로... Another Season
2021. 12. 1(수) ▶ 2021. 12. 18(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 T.02-730-3533
박영길 作_Wind-road Williams_65.1x90.9cm_한지에 수간채색_2018
박영길 作_Wind-road Seoul_55x90cm_한지에 수간채색_2021
작가노트
다른 공기로 인해 일상의 형태가 변하고, 또 다른 형태의 일상은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주었다. 풍경 속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렇게 소중한 일이 되고 또한 새삼스러운 일이 되었다. 빛과 바람, 대지의 풀과 나무들...... 소중함이란 이런 익숙한 풍경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새로운 곳을 찾아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하다가 돌아오면 지금 있는 곳이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보였다.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풍경 속에서 놓치고 보지 못한 무언의 것들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새로운 공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풍경에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짧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바람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수많은 사건들이 지나쳤을 길 위에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온다.
모든 기억은 바람만이 기억하고 바람으로 소생시킨다.
박영길
박능생 作_Spain-Granada_93x64cm_Korean ink on paper, Acrylic clay pot_2021
박능생 作_Spain-Toledo_93x64cm_Korean ink on paper, Acrylic clay pot_2021
작가노트
나의 작품은 도시 곳곳을 체험하면서 현장에서의 모필 드로잉을 작업의 중요한 과정으로 여기면서 몸으로 경험된 감각을 표현한 것이다. 이번전시의 작품들은 그동안 해외여행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각 나라의 거리를 거닐고 거리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이미지 혹은 또 다른 시각을 통해 채집된 풍경들을 표현하고 4-5년 동안 뉴욕. 파리. 베를린. 스페인, 등 여러 도시에서 느꼈던 경험은 도시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을 이동시점을 통해 파노라마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장소의 다양한 도시와의 만남은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동양의 전통 매체를 익히면서 시작된 나의 풍경그림은 전통산수에서 도시풍경으로 전환됨에 따라 다양한 매체적 실험이 가해졌다. 나는 여행이라는 이방인의 시각으로서 지·필·묵으로 시작된 그림은 낡고 초라한 집의 벽을 표현하기 위해 토분을 사용하게 되었고, 인도 여행 이후 색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은 후에는 빨강·초록 등의 원색들을 바탕으로 처리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하였다. 또한 파묵 과 발묵 등 먹과 화선지가 주는 필묵의 효과 대신 거칠고 건조한 도시의 이미지 표현을 위해 갈필과 점으로 변화를 주었으며, 이러한 표현을 위해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나무를 그리는가 하면, 캔버스 천의 거친 질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오래된 건물의 노후 된 간판과 벽면들의 질감 표현을 위해서는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등의 다양한 매체를 그림에 적용하였다. 도시의 경관을 표현하는 나는 그동안 장소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은 위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장소를 체험하고 경험된 모든 감각을 육화시켜 나가는 것이 나의 장소 표현 방법이다. 체험된 모든 경험은 감각이 되고 그 감각은 나의 몸을 통해 다시 감각덩어리인 작품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는 장소성은 내 몸이 체험하고 경험하는 장소성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박능생
김정란 作_크리스마스 선물_105x83cm_비단에 채색_2021
김정란 作_잠 2_52x39cm_비단에 채색_2021
작가노트
잠을 자면서 떠오르는 감각의 심상을 꿈이라고 한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도 꿈이라 한다.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어서 헛된 기대나 생각 역시 꿈이라 한다. 그래서 꿈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과 함께 한다. 사람들은 현재에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지금 몸담고 있는 현실이 실재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조심스럽게 설명되고 있다. 의식 보다는 무의식의 세계가 방대하고, 존재하는 것(有)보다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공간이 훨씬 광활하다는 것이 자칫 존재한다는 것을 허무하게 만들지만 우리는 오늘도 꿈과 합께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김정란
권인경 作_개인의 방7_104x144.5cm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_2020
권인경 作_또한 이 곳에 존재하는 그 곳 5_73x140.9cm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_2019
작가노트 마침내 드러난 기억(Revisited memories At last)
아버지의 작업장에 불이 났다. 그 동안의 세월과 시간은 까만 재로 사라지며 보이지 않았던 원래의 골조가 의도치 않게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늘 마주하던 장소 본래의 모습을 직면하는 그 순간의 경험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마치 감춰져 있던 본래 사물의 민낯과 마주하듯 알고는 있으나 잊고 있었던, 잊고자 했던 기억이 드러나며 의도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하였다. 피할 곳이 없이 드러난 맨 얼굴의 그것들은 몹시도 불편하고 낯선 것들이었다.
저 밑에 묻혀있던 기억이 어떤 상황에 의해 의도치 않게 드러나며 불현 듯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현재의 괴로운 상황과 대치되는 좋았던 기억을 소환하며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들기도 하고, 감춰진 경험의 기억들을 돌연 드러내며 괴로움에 직면하게 한다. 어떤 대상과 상황이 갑자기 그런 기억들을 들춰내면 우리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상상의 공간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피하고 있던 일들과 감춰진 것들이 드러나는 경험은 때로는 매우 아프고 쓰리다. 그냥 넘어갔던 일의 본 모습을 알며 실망을 하게도 되고 차라리 몰랐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탄식을 하게 하기도 한다. 또는 내가 그렇게 원래 알았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며 완전한 생각의 탈바꿈을 경험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오만과 편견’ 처럼 내가 원래 알던, 오만했다고 느꼈던 그 대상자에 대한 평가는 사실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진 의견이 포장해 버린 형태였을 뿐 그 사람의 본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감춰진 기억들이 드러나는 경험은 당혹감을, 또는 불쾌감을, 또 다른 상상을,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촉감, 냄새, 소리, 공간의 어떤 상황 경험을 통해 원래 있었지만 피하고 있었던, 혹은 잊고 있었던, 또는 잊고자 했던 기억들이 소환되며 나만의 시간과 상황에 오롯이 대면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장소와 상황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충격과 공포의 기억을 소환시키기도 하고 행복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마침내 드러난 기억들을 통해 본래 그것의 모습, 그리고 나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씁쓸함과 고통을 때로는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준다.
권인경
펜데믹 이라는 긴 터널을 뚫고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매번 거듭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Covid-19 이후 라는 또 하나의 계절 그 계절의 한 가운데 서서 우리는 늘 보던 풍경을 새롭게 맞이하게 되었다. 전시 <Another season>의 네 작가(권인경, 김정란,박영길, 박능생) 의 그림 역시 늘 보던 풍경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순서에 따른 계절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권인경작가의 작품 속에는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한 화면 속에 혼재해있다. 이렇게 창조된 공간을 작가는 Heartland 라고 한다. Heartland는 지리학적인 좌표상의 중심지면서 마음속에서 관심을 집중하는 정신적인 사고의 중심지이다. 이곳에 표현된 시각적 이미지들은 기억과 상상의 콜라주로서 암호해독 과정처럼 그 이미지를 읽어 내고 있다. 김정란작가의 최근 작품 주제는 Dream이다. 잠을 자면서 떠오르는 감각, 실현하고 싶은 희망, 헛된 기대나 생각을 꿈이라 한다. 그래서 꿈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과 함께 하고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시간, 이 시간의 공존 안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숨을 쉬곤 한다. 박영길작가의 작품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 익숙한 풍경속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렇게 특별한 일이 되고 또한 새삼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오늘. 빛과 바람, 대지의 풀과 나무들의 귀함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준다. 박능생작가는 해외여행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각 나라의 거리를 거닐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이미지 혹은 또 다른 시각을 통해 채집된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뉴욕, 파리, 베를린, 스페인 등 여러도시에서 느꼈던 경험은 도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또 하나의 낯설음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권인경, 김정란, 박영길, 박능생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네 명의 작가들은 30여점의 작품으로 2021년 <Another season>에 장은선 갤러리에서 새로운 세상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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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1201-권인경 · 김정란 · 박능생 · 박영길 4인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