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 김주용 展
갤러리 이즈
2021. 11. 24(수) ▶ 2021. 11. 30(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https://galleryis.com
자연의 울림
우리 미술가들의 그림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는 대나무는 순이 나오고 하루에 1m까지 자랄 수 있는 놀라운 성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숲에서 다른 숲에 햇볕을 빼앗기지 않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나무가 싹을 틔워 하늘을 찌르는 높이를 자랑하면서도 한풍에 잘 견디며 좀처럼 꺽이지 않는 단단함이 있는 데는 그만한 생태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대나무는 싹을 틔우기 전에 땅속에서 최소 4년이란 세월을 숨어 있으면서 튼튼하고 질긴 뿌리를 천리만리까지 뻗어내리는 준비의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런 끈질기고 고통스러운 준비의 시간을 땅속에서 보냈기 때문에, 또한 뭇 나무들과는 달리 속을 채우지 않고 비워서 마디를 두었기에 강철같은 형체를 간직하며 사철 푸르고 싱그러운 강직한 모습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예술인들이 가는 길 또한 대나무의 근성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갈고 닦는 외로움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예술가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미화하고 새로운 미를 창조하는데 정열을 쏟으면서 생활 속의 감정들이 우러나고 찌든 정서도 작품 속의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이러한 것들이 대나무의 근성과 똑 닮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여 풍요롭지 않더라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창작의 길을 걸으면서 언제라도 늘 편안한 작업 공간이 있어 좋고 또 이렇게 작품전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지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갖고 싶은게 많다고 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서도 또 다른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쓰지요. 그것은 자칫 과욕이 될 것입니다. 과욕은 곧 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저는 서예와 그림 외엔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골프도 바둑도 복권도 주식도 한 번 해본 적이 없지요.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입니다. 오직 붓 잡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지요. 몽당붓이 저에겐 신앙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재주가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하지요. 그래서 이나마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작품에 임할 때의 모티브를 항상 맑은 기운 그리고 먹 속에서의 그 어떤 玄을 찾자, 다시 말하면 먹이 품고 있는 심오함을 찾고자 함입니다. 이번 작품들도 대체로 제 마음 속의 풍경들을 실험성 용필법을 통해 구사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게으르지 않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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