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브제와 언캐니 | 2. 사물의 패러독스 | 3. 일상에 대한 단상

 

이지영 · 윤진영 · 임안나 · 금혜정 · 원범식 · 송석우

김규식 · 이건영 · 이고은 · 박경태 · 최원석 · 이원철 · 이정록

이익재 · 이지안 · 배진희 · 김미경 · 황진수 · 방병상

 

 

 

 

2021. 11. 19(금) ▶ 2021. 11. 2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본 전시는 팬데믹 상황 이후 인간, 자연, 사회를 지탱해 온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현대인들이 이전의 사고 혹은 지각 방식을 재고하게 된 것에 초점을 맞춰 "오늘날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디지털 사진은 사진의 기본 개념들을 위협하며 사진과 다른 예술 매체 간의 접합 혹은 인용을 통해 변형, 분화,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의 이미지 조작의 편리함과 이미지 의미와 읽기에서의 극적인 변화와 사진의 다면적 본성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좀 더 상징적으로 처리하고 접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사건 과 현상의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접근해갔다. 동시대 작가들의 사진 매체를 대하는 태도는 실재, 그 자체에 관한 논의에서 '어떻게 그것을 변형시키는가' 로 중심축이 놓이고 있다. 우리 삶 속에 틈을 만들며 스며든 기술적, 경제 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들을 반영한 사진들은 이러한 변화의 징후들을 드러내고 있다.

리친(Fred Ritchin)은 하이퍼-텍스트가 비선형 내러티브로, 시작뿐만 아니라 중간, 끝과 그 안에 다수의 출구를 통해 작 동하는 것처럼, 넥스트-사진(next-photography)을 하이퍼-사진(hyper-photography)으로 지칭하며 상황의 유일한 진실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진의 문맥과 찍힌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비평가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하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용어들을 등장시키며 사진 개념을 재정의하는 동안, 사진가들은 매체의 새롭고 확장된 전제들을 직면하여 매체를 조사하고 실험하며 이를 작품 속에 반영해 왔다.

사진 이미지가 물성을 가진 것에서 비물질적인 데이터 상태로 전이되는 것은 사진과 우리의 관계를 변형한다. 이러한 비물질화는 우리가 이미지와 그 문맥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관객들의 사진 이미지의 시간성에 대한 감각은 아날로그 사진의 테제인 '그것이 일어났다' 에서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 로 전환되며 사진에 관해 생각하고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진정으로 디지털화된 것은 관찰자의 의식과 응시라는 것을 강조한 아르젠 뮬더 (Arjen Mulder)의 언급처럼, 카메라 앞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찰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이다. 사진의 역사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지각 방식을 반영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사진을 통해 사유하기(thinking through photography)'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시는 '오브제와 언캐니', '사물의 패러독스', '일상에 대한 단상'의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되며 동시대 한국 현대 사진에 나타난 사물, 기억, 공간에 대한 지각 변화의 층위를 현재의 상황과 병렬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예술감독_손영실 (경일대 교수)

 

 

 

큐레이터_성민경

1. 오브제와 언캐니

 

작가들은 낯선 두려움, 즉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에 발생하는 양가적 감정을 오브제로 표현하며 탈중심성과 다양성, 타자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관람자의 지각 영역을 자극한다.

이지영은 자신의 '마음의 방'을 상징하는 큐브의 공간을 넘나들며 나와 공간의 관계를 매개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방'이라는 공간의 변주는 닫힌 내부로부터 나아가 열린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임안나는 각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비극적 죽음 이미지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투사적 퍼포먼스와 연극적인 행위로 미디어가 유발한 죽음 불안과 공포의 이미지를 패러디한다. 관객은 카메라를통하여 실재와 가상의 엇갈림을 경험한다.

금혜정은 꼴라주 형식을 통해 상상적 공간을 구성해낸다. 그리하여 익숙한 현실 공간은 두렵고 신비하며 몽환적인 분위기의 감각적 집합공간으로 변모되며, 다양한 서사를 마주하게 한다.

원범식은 이곳 저곳에서 채집한 도시의 파편들을 분석하고 이에 관한 사진들을 재료로 조각적 행위를 한다. 이때 각각의 건축물들은 통시적 또는 공시적 역사를 지닌, 혹은 그 모두를 담고 있는 아름답지만 낯설은 조형물로 재탄생된다.

송석우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미물에 불가한 인간의 몸을 오브제로 사용함으로써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나약한 존재이지만 힘겨루기를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을 표현한다. 자연과 오브제가 서로 대립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이를 가속화한다.

윤진영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곰팡이의 미적 조형성을 드러냄으로써 매력적인 것과 혐오스러운 것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동물의 잘린 머리와 인간의 눈, 그것을 덮고 있는 곰팡이의 공격적인 생명력은 인간세계와 자연 간의 힘의 작용을 상기시킨다.

 

 

이지영 作_Black Birds_Pigment print_96x120cm_2009 (좌)

윤진영 作_Fungal Animalia 007_Digital C Print_187.5x150cm_2016 (우)

 

 

임안나 作_Simulation of tragedy #2_Pigment print_100x150cm_2018 (좌)

금혜정 作_의문의단서 #1_Archival inkjet print_106.9x160cm_2016 (우)

 

 

원범식 作_Archisculpture 011_Archival pigment print_100x70cm_2012 (좌)

송석우 作_Wandering Wondering #01_Archival Pigment Print_144x180cm_2019 (우)

 

 

 

2. 사물의 패러독스

 

사물의 모순되고 부조리한 상반된 개념을 병치시키며 통념을 넘어선 이면의 진실을 담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 사진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 순간과 영원의 역설에 주목함으로써 미와 추, 필연과 우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김규식은 하모노그래프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진자의 진폭을 레이저로 감광하여 흑백의 사진을 만든다. 그는 사진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드로잉에 가까운 사진들을 통하여 재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건영은 폐수나 오염된 소재를 촬영하여 일상에서 망각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인접성을 표현한다. 우리는 자연과 항상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를 의미하는PL(product liability)과 net의 합성어로서 행성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이고은은 생명의 만개를 의미하는 꽃이 파괴되는 순간을 고속사진으로 포착함으로써 우리를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게 한다. 만개한 꽃이 터지는 찰나의 순간에 아름다움은 파괴되고 해체되어 형체를 잃어버리지만 사진은 그것을 포획한다.

박경태는 역사적인 장소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이미지화 함으로써 세월에 따라 바뀌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다의적으로 사유한다. 그는 지금도 기능을 하거나,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2차적 의미로 존재하는 역사적인 장소를 바라보며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원석에게 신도시의 건설현장은 망각과 치유가 동시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지도상에서 사라질 연기군과 새롭게 구성되는 세종시는 끝없이 변화하며 느슨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대 도시의 풍경이 된다.

이원철은 불이 꺼진 등대를 통해 다양한 사유의 장을 펼친다. 불 꺼진 등대는 세월호 참사의 은유이자 우리 사회의 반영으로 작동한다. 또한 자신의 위치를 알림으로써 보이지 않는존재를 밝히는 등대 본연의 기능에 대한 반추는 예술적 행위, 그 자체와 맞닿아 있다.

이정록은 고대부터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겨졌던 사슴뿔이 나무와 닮은꼴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슴 뿔이 계절별로 생장한다는 사실은 그가 표현해온 <생명나무>의 뿌리로 연결된다.

 

 

김규식 作_Test of Harmonograph #16003-09_gelatin silver print.selenium toned_60x50cm_2016 (좌)

이건영 作_PL.A.NET.07_Archival Pigment Print_110cm_2013 (우)

 

 

이고은 作_The flowers, exploded #01_Pigment based inkjet print_80x80cm_2012 (좌)

박경태 作_국회의사당_National Assembly Hall_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_136x204cm_2019 (우)

 

 

최원석 作_Cross-Fade#10_Digital Print_100x220cm_2013 (좌)

이원철 作_불 꺼진 등대_Pigment Print_141x191cm_2019 (우)

 

 

이정록 作_LUCA 54_C print_90x120cm_2021

 

 

 

3. 일상에 대한 단상

 

사진들은 작가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장소에 대한 소소한 기록이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행자로서 자아성찰의 능동적인 주체가 된 작가는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나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간극을 경험하게 한다.

이익재는 경쟁하는 도시를 떠나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하와이로 이주한 경험에서 사진가로서 특별한 장소가 던지는 개인적인 메시지에 주목하며,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 그곳에서 일상의 산책자가 되기를 주저 하지 않는다.

이지안은 한 장의 사진에 두 개의 장소, 서로 다른 시간을 드러냄으로 현대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 한다. 노르웨이의 한 작은 마을에 남겨진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의 잔해들은 시간의 상대성, 변질되는 기억을 떠올리는 모티프가 된다.

배진희는 2006년부터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 4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던 연락처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찾기 시작했고, 10년 뒤 그 중 연락이 닿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런던, 샌디에고, 오슬로, 아이슬란드, 타이페이, 상하이 등 세계 곳곳에 직접 찾아가 그들의 변화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김미경에게 제주의 자연은 유년기의 기억과 현재의 내가 교차하는 양가적인 감수성의 장소로 작동한다. 나무와 덩쿨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숲을 이룬 곶자왈은 어떠한 잡념도 끼어들 틈이 없이 빽빽하고 고요한 작가만의 공간이자 친근하면서도 낯선 그의 일상이다.

황진수는 2008년 몰디브 여행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24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촬영하였고, 사진은 팬데믹 이전 유명 도시 관광지의 여행객들을 담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방병상의 삭막하고 인공적인 도시에는 서로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걷고 있는 군중들과 둥둥 떠다니듯 부유하며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꽃들만이 존재한다. 사진들은 작가에게 무의미한 일상의 풍경이자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이익재 作_Eternal Emotions by Hawaii 04_Archival Pigment Print_70x100cm_2021 (좌)

이지안 作_Just after Christmas-January 02_Digital pigment print_40x60cm_2019 (우)

 

 

배진희 作_What a Wonderful Day! After 10 Years, Taiwan_Digital C Print_120x150cm_2018 (좌)

김미경 作_The forest곶자왈#05_Pigment ink on fine art paper_200x100cm_2015 (우)

 

 

황진수 作_잃어버린 시간-일상, 태국 방콕_Archival pigment print_84x120cm_2011 (좌)

방병상 作_Untitled#1-from the series Flowers_C-print_50x66cm_2000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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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119-PHOTO+SHI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