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양 초대展

 

생성과 소멸의 중첩

 

나의 識 9_장지에 분채_53x53cm_2020

 

 

 

2021. 11. 10(수) ▶ 2021. 11. 20(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나의 識 3_장지에 분채_117x80cm_2019

 

 

나와 우주의 본질을 찾아: 이혜양의 근작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非可視的 세계의 가시화可視化 혹은 작가 내면의 은유적 형상화. 바로 이혜양의 그림을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간 작가는 한국화의 채색 안료인 분채를 활용하여 이러한 구체화하기 어려운 대상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다채로운 채색과 미묘한 형상이 결합된 화면은 환상적인 시각성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형태와 색으로 가득 찬 화폭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지만, 곧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현재 작업의 단초는 작가 스스로의 버티기 힘든 현재, 버거운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작가는 그러한 괴로움,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고 그러한 가운데에 자신만의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러한 가운데에 때로는 비워진 듯, 때로는 채워진 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보며 보이지 않는 어떤 것, 비재현적인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스스로의 내면이기도 하고, 이 세상 혹은 우주를 움직이는 본질이기도 했다.

2016-2017년 전반기까지의 작품을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는 하늘이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형형색색의 띠들, 태양이나 달을 연상시키는 구형球形의 이미지 등은 작가의 내면이 투사된 하늘이다. 마음이 힘들 때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던 별과 달이 뜬 푸근한 하늘, 거기로부터 느껴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 등이 작업의 재료가 되었다. 즉 작가는 스스로 바라본 아름답고 고요한 그대로의 하늘이 아니라, 하늘을 통해 느껴지는 우주의 천변만화千變萬化, 때로는 묵직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는 우주의 본질을 그렸다. 실제로 2016년에 제작된 연작들의 제목 가운데 하나로 선택된 '태허太虛'는 『장자莊子』의 「지북유편知北遊篇」에 등장하는 말로 천지 만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용어다. 즉 작가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세계에서 시작했으되 어느새 동아시아 고유의 철학적 가치를 시각화하는 방향으로 키가 잡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기 작가의 작품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철학적 사유 혹은 대상을 진한 채색과 명확한 형태로 그려낸 것이었다.

 

 

나의 識 5_장지에 분채_32x41cm_2019

 

 

2017년 후반기를 기점으로 작가의 지향점은 다소 달라진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우주의 본질, 생성生成과 소멸消滅, 실재實在와 인식認識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주요한 대상으로 다룬 것이 사과다. 사과는 탐스러운 동그란 형태와 윤이 나는 빨간 빛깔, 그 위에 달린 갈색의 꼭지와 푸른색의 잎을 특징으로 한다. 새콤달콤한 특유의 풍미에 잘 어울리는 겉모양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과를 눈으로 보고 이를 사과의 본질로 인지한다. 그렇지만 이는 일정 부분 혹은 상당 부분 우리들의 착오, 착각, 착시이다.

우리 인식 속의 사과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형상에 가깝지만, 사실 사과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한다. 푸른색이었다가 붉은색으로 익어가고 시간이 흐르면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며 심지어 검은색으로 썩어가기도 한다. 또한 빛에 따라서,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서 전혀 달라 보이기도 한다. 과연 어떠한 것이 사과 본연의 모습이고, 본질일까? 결국 고정불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함', 그 자체가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고 인식해왔던 것이 '실재實在'가 아닌 셈이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러한 우주의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번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집착을 버림으로써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했던 석가모니釋迦牟尼의 가르침과도 통하는 것이라 흥미롭다.

 

 

태허II_장지에 분채_130x97cm_2017

 

 

2018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나의 식識' 연작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인식이 토대가 되었다. 화면 속에는 해체되고 흩어진 사과의 형상이 보인다. 작가의 관점대로 화면 속 사과는 고정된 형태가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대상으로 그려졌다. 구불구불한 사과의 형태 그 주변의 색띠, 분절적인 채색 등은 그러한 시각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작가가 주제와 제재에 적합한 표현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랜 숙고와 숙련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나의 식'이라는 제목은 작품이 이러한 작가 스스로의 관점과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연해주고 있다.

이처럼 이혜양의 작업은 작가 개인을 포함한 우주의 이야기이다. 또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삶의 진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무겁고 진지할 수 있지만, 작가는 이를 특유의 구성력과 밀도 있는 채색을 통해 매력적인 화면으로 치환하고 있다. 이러한 면은 특히 <나의 식識 10>과 같은 2020년의 근작에서 두드러진다. 한결 풀어진 형상들과 옅어진 채색, 눈처럼 화폭 전체에 흩뿌려진 색점들 덕분이다. 이와 같은 산뜻해진 화면은 번민을 덜어낸 작가의 내면의 반영이 아닐까.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미술사학 박사

 

 

실제와 실체의 실재 1_장지에 분채_112x112cm_2017

 

 

50대 초반의 여류화가인 이혜양선생은 작가 스스로의 내면과 우주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하늘이나 태양과 달, 사과를 소재로 본질을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非可視的 세계의 가시화可視化 혹은 내면의 은유적 형상화는 그림을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간 작가는 한국화의 채색 안료인 분채를 활용하여 이러한 구체화하기 어려운 대상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어찌보면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이를 특유의 구성력과 밀도 있는 채색을 통해 매력적인 화면으로 치환하고 있다.

 

다채로운 채색과 미묘한 형상이 결합된 화면은 환상적인 시각성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형태와 색으로 가득 찬 화폭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지만, 곧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작업의 단초는 작가 스스로의 버티기 힘든 현재, 버거운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고 그 가운데에 자신만의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때로는 비워진 듯, 때로는 채워진 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보며 보이지 않는 어떤 것, 비재현적인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스스로의 내면이기도 하고, 이 세상 혹은 우주를 움직이는 본질이기도 했다.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깨달음을 통해 번민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혜양 작가의 그림 30점을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전시를 관람하며 이혜양 작가의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삶과 진리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보시기를 바란다.

 

이혜양 작가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를 졸업하였으며 동대학원 동양화과 박사 과정에 있다. 2021년 장은선 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나의 識 4_장지에 분채_41x53cm_2019

 

 

그의 78번째 識_장지에 분채, 석채_112x162cm_2017

 

 

나의 識 1_장지에 분채_108x108cm_2018

 

 

 

 

 
 

이혜양

 

홍익대 일반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 홍익대 동양화과 박사 과정중

 

개인전 | 2021. 장은선 갤러리 초대전

 

다수의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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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110-이혜양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