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민선 展

 

Decoy

 

 

 

페리지갤러리

 

2021. 9. 9(목) ▶ 2021. 11. 6(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 T.070-4676-7096

 

https://perigee.co.kr

 

 

<아 깜짝이야>, 2020-21, 면혼방목에 아크릴릭, 40.5x43(cm) Ah! What a Surprise!, 2020-21,

Acrylic on cotton blend canvas, 40.5x43(cm)

 

 

이번 전시의 제목인 《Decoy》(디코이)는 야생 오리를 유인하여 사냥하기 위해 연못에 띄어 놓는 가짜 미끼로, 어떤 대상을 보고 착각하게 만드는 유인체다. 디코이는 가까이에서 보면 사실 가짜라는 것이 금방 인식되지만 특별한 환경에 놓이거나 먼 곳에는 이를 식별해 내기가 어렵다.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동시에 무엇인가 ‘나’의 시선을 이끄는 대상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태와 모양, 색, 동세와 같은 여러 요소를 통해 읽히게 된다. 작가의 이번 작업은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그 대상을 나와 연관 지어 판단하고 연결해 다가가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아홉 작품으로 이루어진 <아 깜짝이야> <사물> <사물인 줄 알았네> <그> <날, 밤> <천변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등어리가> <반질반질 했다>는 문장을 분절해서 작품 제목으로 삼았다. <저 덩어리>는 관객이 작가의 작업을 통해 얻은 감각을 ‘덩어리’로 표현했다. 덩어리는 <저 덩어리2_겉과 곁>, <저 덩어리3_겉과 곁>에서와 같이 자신이 경험하는 대상과 직면하는 겉이라는 표면과 그것을 항상 곁이라는 간격을 두고 꾸준히 보는 감각적 경험이 응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한편, 이해민선 작업에서 덩어리는 특정한 장소에 등장한다. 예를 들면 <바깥>은 황무지 혹은 공사장 같은 대지, <돌이 되도록>과 <아 깜짝이야> 연작에서 스티로폼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대상을 화면의 중앙에 배치하고, 그 표면에 있는 시간의 흔적과 같은 얼룩, 이상한 느낌 같이 미세한 부분까지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린다. 자신에게 축적된 과거의 시간은 작가의 현재와 합쳐져 이런 덩어리로 귀결된다. <자화상을 그리다가>는 작가에 의해 드러나는 덩어리와 환경이 보여주는 형태와 질감에 의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감각하고 인지하게 되는 것은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과 대상이 뒤섞여 같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혼재된 모습의 흔적이다.

 

 

<천변에>, 2020-21, 면혼방목에 아크릴릭, 40.5x43(cm) at a streamside, 2020-21,

Acrylic on cotton blend canvas, 40.5x43(cm)

 

 

작가는 한 화면 안에서 그리는 대상에 따라 그것의 본질적 요소에 좀 더 적합한 표현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그는 여러 시리즈가 하나의 양식을 끊임 없이 유지하면서 연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눈앞의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불투명했던 것을 점점 투명하게 만들고자 한다. 결국 작가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이 내 눈앞에 현존하게 만드는 일시적이고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이미지로 인해 자신의 눈으로 보기를 포기해 버린 상실된 눈의 회복을 바란다. 따라서 자신의 눈을 멈추지 않고 작업을 통해 세상의 흔적을 남긴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계속해서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겉과 곁을 주시한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의 내면에 깃드는 것은 어떤 대상의 표면도 이면도 아닌 모호한 상태의 덩어리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그것’과 ‘나’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끌림이다. 그렇기에 이해민선이 보여주는 덩어리가 있는 풍경은 ‘그것’과 ‘나’를 연결하는 이끌림에 나타나는 그 감각들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덩어리 2 _ 겉과 곁>, 2021, 면혼방목에 아크릴릭, 38x45.5(cm) That Mass 2_Surface and Side, 2021,

Acrylic on cotton blend canvas, 38x45.5(cm)

 

 

<자화상을 그리다가>, 2021, 면천에 아크릴릭, 45.5x45.5(cm) While Painting a Self-portrait, 2021,

Acrylic on raw cotton, 45.5x45.5(c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0909-이해민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