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김영순 展
산 · 그 울림
백운대와 인수봉_34x75cm_화선지에 청묵 다묵_2021
2021. 7. 7(수) ▶ 2021. 7. 12(월)
Opening 2021. 7. 7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36-1020
황산소견_47x75cm_한지에 청묵_2021
청신한 수묵의 운용과 실사정신의 조화
북한산과 설악산 그리고 금강산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명산이다. 이들 산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경이라는 점이다. 아주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그 모양새가 기기묘묘해져 가히 선경이라 할만하다. 예로부터 문인과 묵객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끝없이 불러들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전국을 주유하며 산수를 찬미하는 수묵산수화 작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재이다. 무엇보다 힘찬 기상의 바위산의 기세를 살리고, 다양한 준법을 구사하는데 이만한 산들이 없겠기에 그렇다.
해당 김영순은 근래 이들 명산, 즉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을 제대로 한 번 그려보자는 심정으로 대작중심의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100호 크기의 대작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천에 옮겼다. 그로서는 그야말로 심신을 투척하여 이들 바위산이 가지고 있는 장엄한 산세를 화선지로 옮기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하나씩 작품을 완성해 놓고 보니 가히 수묵산수로서의 요건을 두루 충족시키는 작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들 산의 형태가 제각기 달라 거기에 맞는 필법을 구사하는데 집중했다. 오랜 동안 손에 익은 필법, 즉 무르익은 기술과 감각이 추적해낸 바위산의 기세와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의 수묵산수는 실경이다. 실사를 통해 펼쳐지는 산수풍경의 요결은 눈에 보이는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데 있다. 현장작업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실제로 마주한 풍경에서 감지되는 사실성 및 공간감을 중요시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감은 대기처럼, 실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적인 상황 또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기의 존재감이 왜 중요한가 하면 생동감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기운생동’이라는 용어는 살아 움직이는 듯싶은 생동하는 기운을 뜻한다. 숙련된 필선의 운용을 전제로 하는 실사는 기운생동을 구현하는 첩경이다. 물론 실사만이 기운생동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실제의 자연에 육박해 들어가는 자유자재한 필선이 그 기반을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설악 범봉_126x186cm_화선지에 청묵 담채_2021
하지만 재현적인 이미지만으로는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작가의 미의식 및 미적 감정이 개재되어 실제에서 느낄 수 없는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는 실사를 통해 조형미를 탐색하는데 전념했다. 전래의 필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스스로의 노력, 즉 자연과 마주하면서 자연사상 및 철학적인 이해를 통한 조형미를 관철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다수의 작품 가운데서도 세 곳의 명산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사색하며 연구해온 것도 대작이 주는 확장된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이다. 화면이 커지면 그 크기에 합당한 여러 조형적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들 산은 저마다 다른 모양의 산세를 자랑한다. <인수봉의 잔설>의 경우 거대한 화강석을 돌출시킴으로써 바위산의 위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치 매끄러운 피부를 연상케 하는 화강석의 볼륨과 곡선은 북한산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북한산 여러 봉우리 가운데서도 장쾌하게 치솟은 인수봉에 바짝 다가서서 시각적인 압박감이 느껴지는 구도를 채택했다. 따라서 전경과 근경, 원경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사실묘사로 실상이 주는 힘을 여지없이 노출시킨다. 준은 바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수목과의 조화를 모색한다. 모호하거나 애매한 표현이 없는 명료한 필선에 이끌리는 윤곽선과 담백하게 처리하는 설채는 소소한 자연미를 들춰내는데 효과적이다.
울산바위와 운해_68x137cm_화선지에 청묵 담채_2021
설악산에서는 대청봉과 울산바위 등 기암괴석이 도열하는 기세가 강한 산줄기를 중심으로 한 풍경이 펼쳐진다. 청묵을 사용한 <설악산 범봉>의 경우 수묵과 청색 담채로 통일함으로써 간결하면서도 청결한 이미지를 풍긴다. 거칠 것 없이 물 흐르듯 전개되는 필선에서는 농익은 맛이 감지된다.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려나가는 유려한 필치에서는 곰삭은 맛이 배어나온다. 구태여 형태를 의식하지 않은 채 심상에 이끌리고 있다는 심증이 강하다. 청묵의 아름다움과 깊이가 청량감을 동반하고 있어 눈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100호 크기의 대작인 <설악산 마루금>은 바위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그림과 달리 외설악을 원경으로 바라보는 구도를 채택했다. 전경은 눈이 얹힌 소나무를 배치하고 중경은 나무들이 자리 잡은 능선 그리고 원경은 장중한 산줄기와 그 너머로 바다처럼 펼쳐지는 운해가 한 몫을 한다. 이렇게 보니 기세등등한 바위들이 도열하는 연봉을 중심으로 한 설악산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오히려 이제껏 보지 못한 설악산의 전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도여서 설경이 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맛보게 된다. 여기에다 설악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에게 길을 내주는 시냇물이 곁들여지면서 다양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원경이다 보니 외설악의 절경이 모두 감추어진 상태로 그 전체적인 모양만 보일 따름이지만, 웅장하고 장엄한 산세가 아득히 물러나며 여유롭다. 유유자적하듯이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 겨울산의 담백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순연한 이미지로 이끌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내설악_63x138cm_화선지에 청묵_2021
금강산을 소재로 한 대작 <서설>은 이전의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인상이다. 무엇보다 전경이 화면을 가로로 가로지르는 독특한 구도가 새롭다. 뿐만 아니라 이제껏 보지 못한 빛과 음영의 대비가 만들어낸 깊고 그윽한 절경이 일품이다. 빛이 비치는 능선부분과 빛이 닿지 않는 음지부분의 대비로 인해 풍경이 선명히 살아남으로써 깊은 계곡을 줄기줄기 거느린 산세가 웅장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발묵이나 파묵 등 보편적으로 쓰이는 화법을 쓰지 않고 담담하게 묘사해나가는 필치가 안정감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천하 절경의 기암괴석을 품고 있는 금강산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심산유곡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화려한 필치 대신에 소소하게 풀어나가는 화법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3대 명산을 소재로 한 작품 이외에도 크고 작은 작품들 모두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아름답다. 수묵과 청묵을 오가는가 하면 형태묘사를 생략한 채 먹의 농담만으로 근경, 중경, 원경을 표현하는 선염기법의 단순한 작업도 평가할 만하다. 실험적인 상황이지만 구태여 형상을 좇지 않고도 수려한 산수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우연적인 표현을 배제한다. 다시 말해 발묵이나 파묵과 같은 수묵의 물리적인 특성에 맡기는 대신 붓으로 모든 표현을 해결한다. 이는 실사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인수봉의잔설_188x125cm_장지에 청묵 다묵_2021
금강산 서설_125x165cm_장지에 청묵 다묵_2021
설악 마루금_126x188cm_화선지에 청묵_2021
■ 海堂 김영순 | 金永淳 | Kim Young Soon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 |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 석성 김형수 선생사사
개인전 | 1988년 제1회 롯데백화점 미술관 | 1990년 제2회 신세계백화점 미술관 | 1994년 제3회 덕원미술관 | 2000년 제4회 공평아트센타 | 2004년 제5회 공평아트센터 | 2005년 제6회 ,갤러리 수용화 | 2006년 제7회 갤러리 수용화 | 2009년 제8회 서울갤러리 | 2015년 제9회 라메르 갤러리 | 2016년 제10회 남산갤러리 | 2021년 제11회 인사아트센터(G&J갤러리)
수상 | 87년 제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 88년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 88년 중앙미술대전 입선 | 88,90년 동아미술제 입선 | 2018년 시사연합창간10주년 문화대상한국화부문대상
경력 | 2001,200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 200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 2002~2020 목우회 공모전 심사위원 | 2002~2017 대한민국 회화대전 심사위원 | 2002~2017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 심사위원 | 전남도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추사탄신기념 전국서예백일장 문인화부 심사위원역임 | 서울시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심사위원 역임 | 1998~2001 숭실대, 국민대학교 사회교육원 | 조형예술과 외래교수 | 2004~2006 한국미술협회 이사 | 2006~2009 한국미술협회 한국화분과 부위원장 | 2008 경향미술대전 운영위원 | 2009 경기도 미술대전 운영위원 | 2009 목우공모 미술대전 운영위원 | 대한민국 회화대전 운영위원 | 명인대전 운영위원장 | 아카데미 미술대전 운영위원 | 글로벌 미술대전 한국화분과위원장 | 2014 호국미술대전 심사위원 | 2018 전남 국제수묵 비엔날레 출품 | 2021 금강미술대전 운영위원 | 한국미술협회 관악지부장 역임 | 한국미협 초대작가 | 한국미협 자문위원
현재 | 한국미협총괄부이사장 | 사단법인목우회이사 | 이오회회장 | 심지회 고문 | 관악미협 고문 | 미술과비평사운영위원 | 국가보훈예술협회이사 | 무진회 | 한국화 구상회 | 산채수묵회원
출강 | 서울시립(남산,양천) 도서관 노원평생학습관 한국화 강사 | 해당 한국화화실 운영
E-mail | 1699kyso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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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707-해당 김영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