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展
녹일 수 없는 이미지
이응노미술관
UngnoLee Museum
2021. 7. 6(화) ▶ 2021. 7. 27(화)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35,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 | T.042-611-9806
www.leeungnomuseum.or.kr
이미지 연대 2021,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녹일 수 없는 이미지
강한 물살은 화면 위 재배열된 이미지들의 연대를 분열시키려함과 동시에 획일화의 위협에 노출시킨다. 하지만 급류(액체)로 상정된 외부 압력이 근접하게 다가와도 관계망을 형성한 이미지들은 쉬이 녹여지지 않는다. 이는 비판적 시각이 다분한 붓질로써 만들어지는 이미지 간에 견고한 짜임새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단편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연대하는 이미지로의 시각화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에 대응해나가는 나의 의식과 태도를 드러낸다.
어느 순간 하나의 장면을 그려내는 것에서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마주하는 대상과 사회구성원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개별성을 띠는 개인들이 관계 맺거나 연대하는 형상에 집중하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수집된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시공간이 뒤엉켜진 벽의 형상이나 잔해들이 모여든 더미로서 재가공해낸다. 화면 전반을 아우르는 퇴적 및 탈색의 미감은 새로움을 갈망하게끔 하는 획일화의 물살이 도달하지 못한 뒷골목에서 시작된다. 오래된 벽이 수반하는 시간성과 그 위에서 반복적으로 탈·부착되는 벽보의 모습은 사회와의 유리와 폭력성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화면 내부에서 암시를 불러일으키는 기능과 외형적인 형식으로써 작동한다.
나는 사용기한이 다한 잔해나 방치된 대상을 바라보며, 사진 매체로써 수집한 뒤 인물과 동일한 위계를 부여한다. 캔버스 위 이미지들은 부정적인 내면을 통해 움직이는 붓질과 뒤엉켜져 동시대적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관계망을 형성시켜주는 붓질로써 관계없는 이미지들은 서로 붙잡아 담대함을 외부로 발현시켜낸다. 이와 같이 견고해진 관계망은 화면 위에서 비가시적인 외부 압력에 함락당하거나 탈색당하지 않기 위한 능동적 저항을 펼쳐내는데, 이는 각자 혹은 모두를 획일화로부터 사수해나가는 의미를 내포한다.
잔해가 만든 별 2021, 캔버스에 유채, 91.0x116.8cm
나무에게 가는 길 2020, 캔버스에 유채, 181.8x2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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