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근현대미술기획

황혜홀혜 恍兮惚兮 展

 

류성실, 양아치, 이진경, 전정우, 조인호, 전혜림, 최하늘, 황석봉, 백은배, 원성원

 

 

 

경남도립미술관

 

2021. 6. 25(금) ▶ 2021. 10. 10(일)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 T.055-254-4600

 

https://gam.gyeongnam.go.kr/index.gyeong

 

 

류성실, 묘-향(妙-鄕) 150_300cm, 혼합매체, 2015

 

 

2021 근현대미술기획 《황혜홀혜 恍兮惚兮》

한국 근현대미술의 역사에서 19세기말 조선미술계의 시대적 요구는 봉건성 극복이나 근대성 획득 보다는 민족 자주성 확립이 최고의 미적 가치였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과 안으로 계급 모순이 거세지면서 이러한 미적 가치에 대한 시대 인식은 조선의 문인화를 중심으로 더욱 강화 되었다. 그러나 개항과 함께 조선 사회 계급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전통 사상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나 새로운 미술에 대한 견고한 해석 없이 ‘근대화는 곧 서구화’라는 급진적이고 단편적인 인식으로부터 서구 중심의 근대예술 체계를 받아들였다. 전통으로부터의 내적 동인 없이 외부의 정치 사회적 조건에 맞물려 ‘서화’에서 서구의 ‘미술’로 재편되면서 ‘서화’는 물론 500년 조선 서화 미술의 종결이자 새로운 물결이라 할 수 있는 ‘민화’ 역시 그 가치를 공고히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화(民畵)라는 명칭은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을 위한 그림이라는 의미로 일본의 미학자이자 민예운동가인 야나기무네요시의 주장에 따라 명명되면서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물론 현재 민화는 서민화를 포함, 궁중장식화, 화원그림까지 두루 포괄하는 개념을 담고 있지만 서민의 그림으로써 민화가 그 이름이 갖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매우 개성 있고 해학적이며 불가사의한 조형성이 배어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화의 조형 형식은 다시점을 통해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대상을 해체 전복 시키는 회화성과 수많은 도상으로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며 사회상을 담아내는 시대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민화의 작가는 그림을 배운 화공이 아니었기에 사회적으로 규정된 어떤 원칙이나 법칙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작자의 자유의지가 그 익명성을 담보로 더욱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 되었다. 특히 민화에서 사실성의 여부나 표현의 정교함, 생략과 왜곡, 유치한 표현까지 허용되는 것은 문인화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맥락은 이 후 현대미술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 C-프린트, 디아섹, 150_100cm, 2014

 

 

18세기 후반과 19세기를 거치며 제작된 민화는 급변하는 시대에 의지할 곳 없는 민중이 세속적 욕망에 매달리며 인생의 궁극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소망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 사랑, 부귀, 장수, 영생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대의 욕망은 좋은 삶_이상향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지며 민화의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었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 출세와 부귀, 자손번성, 영웅담, 무병장수, 현실과 꿈 등 인간의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근원적인 욕망을 아우르고 있다. 이것은 비록 사대부의 고급문화를 모방하고자 했고, 그들의 사의적(寫意的)그림을 차용하였으나 문인화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개방성과 익명성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 받는다. 이는 시대를 외면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유구한 전통으로서 고대부터 이어져온 예술 세계를 통해 급변하는 현실세계를 내일의 꿈으로, 믿음으로, 희망으로 그려내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은 하나의 부적과 같은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화를 통한 이러한 근원적 가치에 대한 환기는 개인, 사회, 세계의 조화보다는 단절을 야기하며 오히려 개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시키고 있는 오늘날, 오랫동안 인류가 잃어버린 오래된 질문을 상기시킨다.

 

 

원성원, IT 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C-프린트, 178x297cm, 2017

 

 

전시는 조선미술과 동시대미술의 교차, 병치, 혼용을 통해 이 시대가 함의하고 있는 또는 요구하는 근원적인 가치에 대한 재고와 우리가 모던이라 부르던 시대에 그토록 찾아내고자 했던 ‘새로운 것’의 비전, 선형적인 ‘시간성’의 해체를 통한 현대성(mordernity)의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전시는 전통과 현대, 주류와 비주류, 고급과 저급, 가상과 실재, 꿈과 현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따위의 이분법으로 제시되지만 결국 이것이 서로 밀고 당기며 양가적인 개념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을 때 민화의 시대 혹은 지금 이 시대가 욕망하는 새로운 세계, 두 개의 태양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이상향이라는 주제의식을 통해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미학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황혜홀혜 恍兮惚兮》는 노자 도덕경 21장에 나오는 구절로 ‘홀하고 황한 가운데 형상이 있다’는 풀이에 비추어, 해가 뜨고 지는 여명기와 같은 그윽하고 어두운 가운데 실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이상향’ 이라는 보이지 않고, 존재하는 않는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단서로 작동한다.

 

 

백은배, 책가도 종이에 채색 병풍, 70⨉150cm(8), 19세기 중반

 

 

최하늘, 일필휘지 조각_큰 풍경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5

 

 

전혜림, 이어진 산수L 캔버스에 유화, 162.4x130.5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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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625-2021 근현대미술기획 - 황혜홀혜 恍兮惚兮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