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展

 

Ambivalence(앙비발랑스,양가감정)

 

 

 

슈페리어갤러리

 

2021. 6. 17(목) ▶ 2021. 7. 20(화)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28, B1 | T.02-2192-3366

 

www.thesuperiormall.com

 

 

Solist_Oil, acrylic on canvas_194×130cm_2017-21

 

 

Ambivalence(앙비발랑스,양가감정)

 

나의 작업은 밤의 도시 풍경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은 밤과 낮으로 나누어진다. 밤의 어둠이 드리우면 세상의 빛은 사라지고 인공조명이 여기저기서 색을 발한다. 세상은 암흑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도취와 몽환의 실루엣으로 나타나 우리의 시선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만물이 지니고 있는 양가감정에 매료되어 왔다. 편리함을 앞세운 디지털 세상은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이 제시한 삶이 행복의 지향점이 되면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은 점점 외면되고 있다. 영혼이 상실되고 사람들의 상처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내 내부의 양가감정을 통하여 인물과 건물, 풍경을 그려냈다. 외면적으로 자유롭고 풍요롭고 화려한 도시의 삶의 이면에는 획일성, 불안함, 공허함이 드리워져있다. 자본의 축적이라는 하나의 가치지향점을 지니고 살며, 정신의 가치를 점점 잃어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림으로 오버랩 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쉬어감을 제안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착취하는 것이 피로사회의 미덕인 것처럼 나 역시 일에 집착했고, 노력했고, 갈망하였고 영혼은 잦은 병치레를 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반복적인 행위는 나를 원숙함의 경지로 인도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정형화되어 스스로의 틀 안에 갇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기존에 그렸던 일상의 것들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Metallica_Oil, acrylic on canvas_194×130cm_2012

 

 

욕망이 나를 잠식하고 옥죄어갈 때 나는 자연으로 들어갔다. 나무와 산의 우직함과 고요함, 긴 호흡은 가쁜 호흡으로 살아오다 탈진한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그렇게 자연풍경은 나의 그림에 등장하게 되었다. <월든>의 저자 데이빗 소로우는 100년도 훨씬 이전의 시기에 물질욕망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심각성을 경고했었다. 욕망은 소금물을 마시는 것처럼 결코 해소 되지 않는다. 공허하고 혼돈스러운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한 마음이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 같은 풍경과 자연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동기가 되었다.

사진 이미지의 형상은 그림에서 실루엣으로 등장하고 그림의 사실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끈이 된다. 사진에서 비롯된 이미지는 그림으로 그려진 후, 뿌리고, 지우고, 흘리고, 덧그리는 과정을 거치며 본래의 사진 이미지로부터 멀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적당한 거리 두기를 유지시키는 장치가 된다. 사진 이미지에서 회화로의 과정은 사진처럼 선명하고 사실적이지 않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를 허용한다. 마치 가려진 무엇인가가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풍요로움의 돌풍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고 모두가 예외 없이 우주의 별처럼 사라진다.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물질적 풍요, 따라잡기에는 버거운 변화의 속도, 도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함께 천천히 멀리 가기 보다는 혼자 빨리 가고자 하는 이기주의. 이 속에 우리 삶의 고귀함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Metallica_Oil, acrylic on canvas_180×18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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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617-김성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