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빈 展
소요유
갤러리 도스
2021. 6. 16(수) ▶ 2021. 6. 2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당신을 부르며, 캔버스, 한지에 수묵담채, 한지 꼴라주_ 40.9×53.0cm_ 2021
화면 속 고요한 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심상(心想)의 세계이다. 나는 이곳에 즉각적이고 강렬한 인상(印象)을 펼쳐 놓는다. 이는 내가 자연 속에서 채집한 특정한 이미지와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은 절대 하나로 귀결될 수 없는 모호한 간극 사이에서 태어나는 빛과 시간의 느낌이다. 일필(一筆)과 순간적 발묵(潑墨)의 연속은 그 찰나를 쫓아간다.
나는 한지와 수묵의 유연한 특성을 이용하여 꼴라주(collage)와 드로잉을 반복하는 세포구조적인 요철 표현(cellulate expression)을 추구해 왔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두드려서 다양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과정이 수반된다. 이 기법은 빛의 효과와 맞물리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상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수묵과 한지가 교융(交融)하여 여러 가지 겹과 결을 이루어내며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조형성과 깊이감이 더해진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수묵화 본연의 맑은 느낌과 무게를 유지하는 데에도 집중한다. 나는 한지의 중첩이 만들어 내는 질감(matière)이 화면을 둔탁하게 만드는 것을 경계한다. 무엇보다도 동양의 모필(毛筆)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필획의 가치를 함께 담고 싶다. 그간 손을 쉬지 않기 위해 여기(餘技) 이상으로 천착해 왔던 매화와 소나무를 소재로 한 문인화적인 습작들은 그러한 이상을 실현해 주었다.
마음의 움직임과 자연의 울림, 그 생생한 느낌을 옮기는 것은 직관적인 필(筆)로써만 가능하다. 여기서 나의 매화와 소나무는 전통적 화제(畫題)의 고답적인 면을 넘어서는 낭만적 배경으로서 기능한다.
나의 붓질에는 일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대한 단상(斷想)이 담겨 있다. 그러나 늘 초연하고자 하는 희망적인 바람과 몸짓 역시 분명 섞여 있다. 이러한 심상을 대변하는 물고기들은 물결의 흐름을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기도 하고 모이거나 흩어지며, 물길을 거슬러 반대로 헤엄치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나의 내면을 여행하며 마음의 모양을 그려낸다.
나는 때때로 새가 되어 구만리 상공을 날아 남쪽의 심해로 향해가는 큰 물고기를 상상하곤 한다. 나는 변화(變化)를 간절히 꿈꾼다.
당신을 부르며, 캔버스, 한지에 수묵담채, 한지 꼴라주_ 40.9×53.0cm_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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