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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균 展
- 겨울나무 이야기 -
꿈꾸는 갈매나무_145.5x97cm
2021. 6. 11(금) ▶ 2021. 6. 1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3 | T.02-732-3777
꿈꾸는 갈매나무_45x90cm
휴식 - 꿈꾸는 갈매나무
겨울이면 나무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거친 바람이 몰아칠 때면 나무는 가장 필요한 것만을 남겨두고 마지막 잎 새까지 흐르던 생명의 기운을 거두어들인다. 뿌리를 땅속으로 더욱 깊이 내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깊은 휴식에 들어간다. 지난여름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던 푸른 잎과 화려했던 봄날의 꽃송이들, 탐스럽게 열려있던 열매들... 겨울나무의 기억을 따라가 보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 이 어떤 모습으로 시공의 그물위에 수 놓여 있는지 - 다시 돌아올 봄날의 기억과 흔적들은 겨울나무의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꽃 피고 열매 맺히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인고의 시간과 그리움 속에서 성장을 멈추고 있는 - 겨울나무는 - 고요한 시간 침묵 속에서 지난날들의 꿈과 기억으로, 구름과 바람과 별빛과의 이야기를 모아서 돌아올 봄날의 향기로 익어가는 것은 아닐까? 시간을 멈추고 -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속에서 시간과 공간 사이를 따라가 본다.
꿈꾸는 갈매나무_65x91cm
- 기억
걷다보면 자신을 중심에서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데... 자신을 조금씩 비워내다 보면 무엇이 햇살이고, 나무이고, 계곡인지... 무디어진 분별력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헤엄치듯이 졸듯이 꾸벅이며 떠다니기도 하는데 - 시간은 완전히 멈춰 있는 듯하다. 그럴 때에는 간혹 놀라며 날아가는 새소리에도, 발에 채여 날리는 낙엽소리에도 눈이 번쩍 트이는 것이 - 모든 사물이 신기하고 새롭게 보여 지면서 이제 막 눈을 뜬 아이의 보이는 것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의암호 에서_100x50cmcm
어느 해 여름 어둑한 새벽부터 길을 걸었다. 조금씩 스며드는 새벽빛이 공기 중의 수분과 섞이며 푸르스름한 새벽향기가 되어 잔잔한 수로 옆 아직은 어둑한 수풀 위로 내려앉는다. 간간히 내린 소나기로 한낮의 더위도 잊은 채 시원해진 길 위를 찰박이며 걸었다. 다리 위를 지나며 내려다본 강물은 며칠 째 내리는 비로 불어나 누런색으로 - 어느 곳에서는 제자리를 맴돌 듯이 계속 돌기도 하며 출렁이며 흐르는데, 무거운 소리를 내며 거칠게 내려간다. 계속되는 반복에 - 한참을 서서보고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서 산 옆으로 나있는 작은 숲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그림자 진 어두운 모퉁이를 돌아서자 눈앞이 환해지는데 - 저녁 빛에 물들어 있는 풍경이 은은하게 빛나고 나뭇잎만이 바람에 반짝이는데 - 온전히 평화로워 보인다. 옆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 위로는 나무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 사이로 연잎 가득한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너머로는 붉은 지붕 파란 지붕의 시골집들이 아담한 산자락 아래로 둘이 셋이 앉아있는데 그 모양이 정겹다. 산 위로는 커다란 구름이 큰 산들을 앞뒤로 감싸고 .. - 흐릿한 그림자 같은 모습으로 천천히 지나가는데 ... 현실 같지 않은 모습이 - 다른 세계로 열려 있는 듯하다. 해는 이미 기울고 조금씩 흐릿해져가는 형상들은 - 저마다의 색들을 저녁 빛에 물들여간다.
휴식-겨울나무_72x35.8cm
온전한 침묵 속에 바람이 무심히 지나간다. 언덕 위 나무 중에 - 한 그루 나무가 비 어 보이는데 몇 개 가지는 꺾이어지고 한두 가지만이 겨우 남아 비스듬히 뻗어 있는데 한 오십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로 웅장하거나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의젓하고 간결한 모습이 지나온 시간들의 굴곡진 이야기를 온전히 담고 있는 듯 보여 져서 ...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게 된다.
휴식-꿈꾸는 갈매나무_180x90cm
휴식-새벽_50x100cm
휴식-아침_100x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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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91
개인전 | 백악갤러리 1994 | 가온갤러리 2010 | Western Gallery 2017 | 한벽원 미술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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