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윤 展

 

포도의 맛

 

 

 

페리지갤러리

 

2021. 6. 10(목) ▶ 2021. 8. 7(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 T.070-4676-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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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감 Amalgam, 4K single channel, 12min, 2021

 

 

정성윤은 우리 눈에 드러나지 않는 기계 내부 장치의 프로세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구동 방식에 머물지 않고 기계의 표면과 그 내부 장치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 연결되는 방식을 포함한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기계의 표면은 자신이 고안한 장치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통제되지 못하고 비정형적인 형태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인식하는 경직된 기계에 유연함을 부여하는 조각적 퍼포먼스로 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포도의 맛_ a mucous membrane》이며, <두 개의 타원>, <뱀과 물>, <래빗>, 영상 작업인 <아말감> 네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한글 제목인 포도의 맛은 미끈한 포도의 껍질이 가진 질감과 입에 넣고 벗겨냈을 때 과육의 맛, 냄새가 유발하는 감각들을 의미하며,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은유이다. 반면 영문 제목은 끈끈하고 투명한 점막이라는 직접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기계 장치가 드러나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하며, 외양의 모습은 끊임없이 움직여서 변하면서도 고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계의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어 상호 간에 균형을 중요시하여 나타난다. 물론 기계에 의해 상호작용되는 표면은 작가가 의도한 입력값이 수행되는 조작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정성윤은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기계 장치를 통해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잠재적인 무엇인가를 생산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은 물질적인 표현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언제나 가변적이다.

 

 

아말감 Amalgam, 4K single channel, 12min, 2021(Still Cut)

 

 

작가가 이야기하는 점막은 내부와 외부 사이에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굳어진 견고한 틀은 아니다. 점막은 하나의 기계와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대상이 서로 접속과 분리하는 과정을 매개한다. 이전까지의 작업이 어떤 상황을 유발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관찰하고 인식하기를 유도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유를 위한 명상적 몰입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점막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무형의 것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시공간을 일시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작가가 만들어 낸 시공간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며 사유할 수 있는 가벼운 상태가 되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그가 만드는 장치로 인해 나타나는 점막은 수동적인 질료로서 기능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적인 상태를 촉발하는 능동적인 도구이다. 작가는 인간과 기계, 마음이라는 관념과 실재하는 몸, 외부와 내부, 통제와 오류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아이러니를 횡단하는 자유로움 통해 새로운 세상을 인식하게 만든다. 결국, 작가는 특정한 하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넓고 수평적인 시선으로 ‘나’를 포함한 부분으로써 기능하는 모든 다양한 층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사유의 시간으로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정성윤은 우리에게 지금이 이러한 인식적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개의 타원 Two Ellipses, PVC Form, motor, stainless steel, 1,500×1,500×200(mm), 2021

 

 

뱀과 물 Snakes and Water, 12 roller, silicone, motor, aluminum, fake marble, lubricating oil

400×2,000×400(mm), 2021

 

 

래빗 Rabbit, aluminum, chromium plating, 800×800×800(m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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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610-정성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