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희 展

 

물성의 변이 'Blue'

 

숲 oil on canvas, 112.1x145.5cm, 2021

 

 

갤러리 도올

 

2021. 6. 9(수) ▶ 2021. 6. 27(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바다 아래 숲 oil on canvas, 80.3x116.8cm,2021

 

 

삼삼오오 모여앉아 웃던 얼굴들, 밤이면 사람으로 북적이던 거리는 지난날의 풍경이 되었다.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인류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만연해진 일상 위에서 색에 대한 상상을 더하여 환기된 공간을 찾고자 한다.

색은 인류와 함께 해왔다. 환경에 따라 색마다 선호도가 차이를 보였으며, 고유 상징 역시 시대에 따라 변이를 거듭해왔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지각하는 색이 생각과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색채 심리에 의하면, 파랑은 차분함, 평화와 같은 안정을 의미하며 또한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됨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삶과 관련하여 인지되는 파랑색은 불안, 두려움과 같은 우울을 상징하는 면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S,Freud)와 칼 융(Jung)은 파랑색에 대해 인간의 한계를 마주하게 하는 거울 효과를 적용하며, 이는 곧 꿈, 명상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나는 이와 같은 맥락을 통해 불안의 역설적 면모를 긍정하고자 한다. 그래서 내 작업에서 파랑(Blue)은 상상으로 가는 문이자, 몽상을 일으키는 매개(Mediation)로 작용한다.

 

 

다리 사이 흘러드는 빛 oil on canvas, 116.8x72.7cm, 2021

 

 

불안은 심리학에서 특정한 대상이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또는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 내 작업은 “나는 왜 불안한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 환경의 경험으로부터 촉발된 내 불안 심리의 표피에만 질문을 계속하다가 문득 ‘세계, 나’라는 도달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내-세계를 말하며, 세계와 인간 사이를 종속 관계가 아닌 상호작용 수평관계로 규정한다. 이는 우리 자아의 가치를 부여하고, 작가가 현실에서 벗어나 관조의 자유를 얻게 한다.

<물성의 변이_ Blue>는 실존하는 세계의 한 형태이다. 나는 불안하거나 무기력할 때면 집 근처에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면 캄캄한 밤하늘이 도화지가 되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물기를 머금은 공기, 길옆으로 흐르는 개울(川)의 물소리 등으로 하여금 상상을 자극하여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나는 이 또한 현존하는 세계라 말한다. 이는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세계는 나의 상상력이다!”라고 이야기하듯, 우리 인식에 있어 현상은 ‘자의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세계를 하나의 진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닌 개별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인간 그리고 세계는 어떠한 논리로도 명료화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로부터 생각의 자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물성의 변이_ Blue> 또한 ‘나’라는 개별자로부터 발현된 작은 세계이자 하나의 현실이다.

 

장미는 이유없이 존재한다.
그것은 피기 때문에 필 뿐이다.

장미는 그 자신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도 묻지 않는다.

 

-안겔루스 질레지우스 시-

 

 

경계 oil on canvas, 45.5x53.0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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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609-김다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