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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展
around 7 a.m. - 기억의 파편들
예술공간 봄
2021. 6. 3(목) ▶ 2021. 6. 10(목)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 | T.031-246-4519
www.artspacebom.com
이른 아침 잠깐의 시간동안, Sai Ying Pun의 길에서 우연히 만난 파편화된 기억들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표현처럼 시각적 무의식의 열림을 통해서 지각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싶었다. 거리사진은 도시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우연성과 즉시성을 가진다. 사진속의 대상들은 특정한 사회적 연결망에 포함되어있지 않고, 이들은 현실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때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은 시간의 연속성을 순간적인 공간의 연속성으로 변환시키고, 우연의 조합들이 시각적 파편으로 이어지면서 무한한 의미로 나타낼 수 있다. 작품에서처럼 연출되지 않고, 우연적이며, 제한 없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복잡한 도시의 거리이다. 확장된 의미의 거리는 무상한 대상과의 우연한 만남뿐만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고 사회의 흐름을 스스로 드러내는 장소이기도하다. 사진은 우리의 기억에서 희미해질수록 특정의 대상을 지시하는 구체적인 기호에서 추상적 기호로 변해간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출근길의 젊은 여성, 촬영자를 마냥 쳐다보는 귀여운 애완견, 편의점 속의 평범한 중년남성,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의 습격을 대비해 나무판으로 막아놓은 상점의 모습 등을 통해 나는 과거의 시각적 정보를 담는다. 이러한 이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과의 유사성, 의미, 상징의 표현으로부터 점차 벗어나 사회적 기록의 자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작품에서 드러난 이미지의 기억들을 다시 조합하여 보이지 않는 혼돈으로부터 조용한 질서를 만들고, 도시의 담론이 규정하는 일반적인 의미에 포함되지 않는 시대의 사회상을 나타내려고 한다. 우연히 만난 거리의 사람들과 장소들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상들의 포착과 그들만의 행태이기도 하지만, 조금 넓게는 보통의 질서와 제한에서 벗어난 것들의 선택을 의미한다. 일상의 평온한 아침이었지만 그곳에는 홍콩의 민주화를 애타게 갈망하며 외치던 폭풍의 전야와도 같은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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