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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삼키지 마라 展
곽상원, 노순천, 상환, 허우중
디오티미술관
2021. 4. 23(금) ▶ 2021. 6. 27(일)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샘로 35 | T.051-518-8480
곽상원, Stander, 130x194cm, Oil on canvas, 2019
디오티미술관은 싱그러운 봄을 맞이하여 2021년도 첫 기획전을 마련했다. 주제는 '불안'이다. 봄과 불안, 얼핏 보면 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비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기획은 찬란한 봄빛에 가려져 온 불안의 본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불안이란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랑, 행복, 슬픔, 공포와 같은 감정들에는 그 대상이 있다. 이들은 모두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발생하는 감정이거나, 어떤 대상을 향한 감정이다. 하지만 불안에는 어떤 대상도 없이 그저 막연한 어떤 것이다. 실패할 것 같은, 무엇인가 잘못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어떤 것, 또는 불확실성 그 자체에 대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든 ‘시작’에는 반드시 불안이 따르게 마련이다. 시작에 내포된 가능성과 불확실성 속에는 으레 불안이 자라난다. 봄은 생명이 꿈틀거리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충만한 한 해의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봄은 '불안'의 계절이기도 하다.
노순천, 서있는 사람, 400x100x90cm, Steel, 2017
곽상원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의 고립으로 파생되는 불안과 적막함이 전경을 휩쓴다. 언덕을 홀로 오르는 이가 있다. 파도인 듯, 갈대밭인 듯한 혼돈 속을 홀로 걸어가는 이가 보인다. 곧 거대한 세계 속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 그가 이끄는 시간은 들판 위로 나부끼고 홀로 선 남자의 뒷모습엔 남은 외로움의 무게가 느껴진다. 인간은 혼자라는 데서 오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집단을 이룬다. 반면 그 속에서도 여전히 자유의 열망이 있다. 곽상원은 이러한 우리의 이면적 태도, 즉 체제 속의 나와 집단이 제공하는 안락함을 거부하고 제도로부터 일탈하고자 하는 나, 그 사이의 틈을 살핀다. 그것은 안정과 불안 사이의 틈이기도 하며,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상환, companion 12, 63x63cm, High-resolution print, 2020
작가 상환의 작품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는데,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적 불안을 보여준다. 군상과 고양이들 사이에 자리 잡은 덩어리들은 우리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온 불안인지도 모른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외로움을 벗어나고자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길들였다. 인간은 동물들과 눈빛으로, 행동으로, 소리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깊은 유대관계를 쌓기도 한다. 반려동물 덕분에 불안을 잊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 작가가 보여주는 '관계'는 단순히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반려동물로 대표되는, 우리를 둘러싼 소중한 존재들 그 자체이며, 불안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허우중, 모두의 필요성, 130x162cm, 캔버스에 연필 유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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