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숙 초대展

 

내 마음의 노래

 

내 마음의 노래_91x116.8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내 마음의 노래_72.7x72.7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차정숙의 ‘내 마음의 노래’

앙상한 가지에 새 순이 돋고 나뭇잎들이 연초록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럴 즈음이면 잎새의 색깔 이름을 제각각 지어주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들판을 수놓은 꽃들과 나무들과 관목들의 이름도 보석의 이름처럼 지어주고 싶다. 그것들을 보면 사치를 안 부려도 이미 마음은 부자가 되어 있다.

역대의 화가들이 생명으로 가득 찬 자연에 심취한 이유를 알만하다.

차정숙의 그림도 화려한 색깔로 단장한 숲을 노래한다.

그의 그림에는 계절이 들어 있고 산의 맥박이 고동치고 있으며 연일 축제가 열린다.

그림으로 숲의 군무(群舞)를 재현해내고 있는 것같으며, 색깔이 뿜어내는 박진감과 생명감은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부터 숲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구,인체,정물,시냇가 등을 모티브로 삼았으나 근래에는 이전 모티브를 접고 숲에 푹 빠져 있다.

차정숙의 숲에는 수천, 수만의 나무들이 저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자신을 뽐내고 있다.

갈색없는 가을을 생각할 수 없듯이 숲없는 산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만일 숲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빈약할 것인가. 그런데 그가 바라보는 산은 좀 특별한 데가 있다.

꽃밭으로 덮여 있는 산, 말하자면 월계관을 쓴 산이요 보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산이다.

산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가 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체요 나아가 기운충만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 수 없다.

 

 

내 마음의 노래_53x45.5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그 역시 산을 보면 힘을 얻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산은 아름다운 대상이요 대지에 호흡을 불어넣는 허파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힘찬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고채도의 색조를 선호하는데 가령 번트 엄버 위에 레드를 넣거나 화이트 위에 핑크색을 덮는다거나 아니면 미디엄 마젠타나 버밀리언, 그린,옐로 등을 깔아주는 식이다.

각 색깔은 다른 색과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번뜩이는데 그것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풍성함을 더해주는 구실을 한다.

아무리 생각이 좋더라도 표현이 서툴다면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림에서 ‘언어의 조탁’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숲의 표현에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수법을채택한다.

그의 그림은 자잘한 터치로 점철된 ‘점화’(點畵)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늘에 별을 세듯이 작가는 나이프로 화면 구석에서

부터 시작하여 점차 중앙을 향해 공간을 채워간다.

지칠 만도 하건만 신체의 리듬과 탄력을 살려 찍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기계적 반복으로 그치지

않도록 방향과 세기, 크기를 각각 다르게 하여 물감을 펴준다. 이렇게 무수한 점들은 다채롭게 변형된다.

터치가 겹쳐질 때도 있고 인접한점과 맞물릴 때도 있으며 아래 점 위에 덧칠해질 때도 있다.

상호 관계속에서, 즉 상응과 긴밀함의 역학속에서 점화가 완성되어간다. 이렇듯 점과 점이 연결되고 소복히 쌓이고 엉키면서 조형의 리듬을 얻어가는데 바로 이런 리듬이 화면에 잔잔히 물결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작가에게 찍는다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에 따르면 이런 과정은 마치 수양하듯이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한다. 찍는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정화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찍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과거의 회상에 젖기도 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 마음의 노래_53x45.5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인간의 비극은 어느 한순간도 골방에 있지 못한다는 파스칼(Pascal)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자기 내면의 잠복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얻는 것이다. 자기성찰은 ‘하나의 삶’이란 점을 감안한다고 본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다른 모든 삶과 마찬가지로

그것 역시 돌보지 않거나 뿌리가 뽑히면 병들게 마련이다.

자기를 돌볼 틈조차 없는 현대인에게 내면의 성찰은 영혼을 더 높은곳으로 인도해준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전율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이것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호수위를 비추는 햇빛의 따듯함을 느낄 때,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보고 삶의 희열을 느낄 때,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때, 햇빛에 산란한 나뭇잎의 반짝거림을 볼때, 마른 입의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영원의 상속자’임을 느낀다.

자연속에서 탐지되는 영원성은 우리에게 계승된다. 작가는 이런 자신의 경험들을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것이 아닐까.

그의 그림은 발랄하고 청청하다. 안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순수하고 영롱한 색깔을 타고 힘찬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숲의 기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같다. 작가는 이렇듯 숲을 통해 감상자에게 희망과 긍정의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그림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자면 우리의 시선은

실제의 숲이 아닌, 마음속 어디엔가 자리한 숲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순수한 영혼을 만나듯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성록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내 마음의 노래_53x45.5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내 마음의 노래_91x91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내 마음의 노래_72.7x72.7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내 마음의 노래_106x33.4cm_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2021

 

 

 

 

 
 

차정숙 | Cha, Jung Sook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및 부스초대전 | 27회

 

경기여류화가회 회장 |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부이사장 | 사)평화미술대전 부이사장 | 사)구상전 이사 |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 금강미술대전심사위원장 | 구상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 장애인 올림픽 과제검토위원 및 심사위원

 

단체전 | 250여회

 

Blog | https://blog.naver.com/chajs001

E-mail | chajs001@naver.co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0423-차정숙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