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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초대展
보고 싶다. 순수_oil+acrylic_45.5x45.5cm_2021
현인 갤러리
2021. 4. 19(월) ▶ 2021. 5. 3(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906-1 | T.064-747-1500
꿈꾸는 여행길 2_oil+acrylic_100.0x50.0cm_2021
화면을 따라 걷는다. 나무가 서 있고 집이 보이고 새가 난다. 거칠지만 잔잔하고 포근한 대기가 캔버스에 펼쳐져 있다. 누구나 함께하고픈 정감 있는 곳이다. 물감을 쓱쓱 바르고 표면에 섞이면서 매재의 흔적이 남는다. 도구의 시간성이 즐겁다. 여기에 분명한 것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고 침범하면서 따뜻한 온기가 발생한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공간, 새가 거꾸로 매달릴 수도 있고 땅 아래 집을 지을 수도 있다. 길이 구불구불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어떤 측면에서 여유가 쌓여 폭신한 여백의 자리다. 그림은 형태와 색감의 논의를 지나 질감의 세계로 던져졌다. 그림은 실제로 나와 함께 공간을 점유한다. 거짓이 아니다. 단지, 관상에 불과한 장식물이 아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여는 창문이고, 그곳은 이곳보다 꽤 인간적인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용의 화면은 르네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초현실적인 세상을 갈구하지 않는다. 캔버스 화면에 다른 차원을 노출해 역설적으로 사실성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현실의 내면적 진실을 회화로 투사한다. 보다 질퍽한 인간미가 넘치는 동네나 마을이 담백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살며 사랑하며 그리며 1_oil+acrylic_72.7x53.0cm_2021
그의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글자가 화면에 이미지로 등장한다. “가족”, “여행”, “집”, “사랑”, “친구”, “함께하기” 등 함축적이고 시적이다. 화면에서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글자는 질감에 흡수된다. 그림은 보는 것이지만 그 본다는 응시에는 그림을 읽는 서사적인 행위도 동시에 작용한다. 그는 문자를 디자인하거나 기호화하지 않는다. 화폭에 구조가 있지만, 형식주의에 빠지지 않는 여전히 의미를 끌고 가는 차갑지 않은 그의 말하기가 담겨있다. 읽을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그만이다. 이미지는 언어에 우선한다. 마찬가지로 이미지는 문자에 우선한다. 이해하고 설명하기 이전에 이미지는 이미 우리에게 와있다. 동양적 서체를 연상하듯, 질감에서 피어오른 작가의 흔적, 작가의 필체다. 서양미술은 오랫동안 순수성을 탐미했고 무엇인가 불순물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회화에서 제거해왔다. 이러한 역사적 양상이 어떻든 동시대는 개인에 주목한다. 이데올로기가 빠진 개인의 내러티브로 구성된, 작가의 얼굴을 닮은 드로잉이다. 바로 손에서 나온 드로잉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손이 가진 기억은 어릴 때를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면서 순수했던 시절을 잊는다. 꿈이 가득했고 생명의 에너지가 충분했던 시간을 손은 전혀 망각하지 않았다. 그 끝에서 흘러나오는 붓의 드로잉은 어린 나날의 생경한 풍경이고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열린 세상이다.
그리움에 대한 기억 1_oil+acrylic_72.7x53.0cm(3ea)_2021
“인심이 좋다.” 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모두 내심 동경한다. 그러니까 그의 화면은 마음의 고향이며 언제나 따뜻한 곳이다. 그림 속에 대상은 정면을 보여준다. 모두 소외되지 않고 얼굴과 얼굴을 볼 수 있다. 삶이 부벼지면서 주름이 생기고 텁텁한 살갗이 형성된다. 그것을 보는 우리도 함께 늙어간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얼굴에 세월의 시간이 쌓이는 것이다.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지만, 그의 화면에서는 가능하다. 우리의 모습이 그의 그림을 닮았다면, 끝없는 고독은 우리의 살갗에서 허물로 떨어질 뿐이다.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며 밥을 나눌 수 있는 식구와 집이 있어서 도시의 고독에서 비롯되는 뭔지 모를 우울한 외로움은 있지 않다. 빌딩, 교차로, 아파트 기하학적이고 칼로 자르듯 반듯한 도시적 풍경이 품을 수 없는 세계가 박용의 그림에서 산책한다. 농부가 밭을 갈고 벼를 심으며 알찬 수확을 기대하듯, 화가의 손은 그림을 통해 함께할 벗을 기다린다. 정확한 사각형이 아니라 나이프로 물감을 밀면서 다듬은 캔버스의 경계처럼, 너와 나의 접경이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풍경을 작가는 만든다.
김용민 (뮤지엄 SAN 학예사)
함께하기 2_oil+acrylic_72.7x60.6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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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 | PARK,YONG | 朴龍
개인전 31회, 2인전 5회
아트페어 30회 참가, 단체전 300회 이상
광화문 아트쇼(세종문화회관 전시실,서울) | BIAF 부산국제아트페어특별전(부산,코엑스) | 이동훈미술상 10주년 기념전(대전, 시립미술관) | 솔루나 아트센터 개관초대전(경기도 남양주, 솔루나아트센터) | 96 화랑미술제(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한국 현대미술의 장 2012(서울, 서울미술관) | KIAF 2012(서울,코엑스) | MIAF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구상미술대제전(서울, 예 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2회, 심사위원엮임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성곡미술관 | 대전시립미술관 | 철도청 본사 등 다수
E-mail | ypark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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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0419-박용 초대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