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식 展

 

함께한 계절 - Season in the Colors

 

2019. 10. 19 16:32:50, 2019

 

 

공간291

SPACE291

 

2021. 4. 13(화) ▶ 2021. 5.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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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1. 24 12:54:59, 2020

 

 

작업노트
2018년 아버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 받았다.
인생의 거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아버지는 일을 그만 두시고 하루 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푹 꺼진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셨다. 나는 그 병의 위중함 같은 것은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먼 나라의 동화속에 가끔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상상 속 어떤 느낌 정도였다.

두려웠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함께 집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려 했지만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삶에 의욕이 없어진 사람처럼 귀찮아하셨다.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없어 조급해진 나는 카메라를 들었고,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집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사진 찍으러 나가자는 나의 말에는 즐거운 듯 응하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사진 여행이 시작되었다.

‘함께한 계절’은 ‘신현성’이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나의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버린 아버지는 내가 조금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만으로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의 모든 별에 가보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지만, 솔직히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짙은 시간을 오롯이 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침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흩어진 시간 – 나의 기억을 함께 나눠 가지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으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위해 당사자의 의견은 배제된 채로 일방적으로 당신이 보여지고 정의될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한 사람이라도 아버지를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 가시지만 누군가는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되길 바라며.

 

 

2020. 05. 16 15:37:3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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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413-신정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