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공예가협회전 · 금보성아트센터상 선정 초대전

옻칠 김로이 초대展

 

선- LINE  감각과 지각이 스미다

 

 

 

금보성 아트센터

 

2021. 3. 22(월) ▶ 2021. 3. 31(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https://blog.naver.com/kimboseong66

 

 

86˚2.5'0''_Silicone string, Acrylic on canvas_70x70cm_2021

 

 

촘촘한 연동과 느슨한 연동 - 김로이의 근작들  

 

김로이의 근작들을 ‘줄무늬 회화(stripe painting)’라 부를 수 있을까? 거기에 수많은 줄무늬가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이 작품들을 일단 줄무늬 회화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저 유명한 줄무늬 회화, 이를테면 ‘블랙 페인팅’ 또는 ‘세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연작의 줄무늬와 비교하면 김로이의 줄무늬들은 대부분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줄무늬 회화의 일반적인 규범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로이의 근작들 다수에서 나란히 배치된 줄무늬들의 간격은 여기서는 촘촘하고 저기서는 느슨하다. 간격의 배치는 다분히 임의적으로 보이며 (스텔라를 위시한 미니멀리스트들의 작업들을 관통하는)선규정된 엄격 질서, 이를테면 수열의 논리 따위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간격의 불규칙성 때문에 인간의 ‘반응하는 눈(responsive eye)’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 줄무늬들에서 종종 발견하는 ‘광학적 환영(optical illusion)’도 여기서는 좀처럼 찾아낼 수 없다. 따라서 김로이의 근작들을 잘 알려진 특정 범주나 유형으로 분류하고 일반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줄무늬 회화나 미니멀아트, 옵아트라 부르기가 뭣한 것이다.

여기서는 촘촘하고 저기서는 느슨한 김로이의 줄무늬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예컨대 <87˚0.2'.2">(2020), <86˚2.5'0">(2021)에는 줄무늬들을 매우 촘촘하게 배치한 부분들이 있는가 하면 느슨하게 배치한 부분들이 있다. 여기서 줄무늬들의 간격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느슨하게 넓어졌다가 촘촘하게 좁아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불규칙적이고 비대칭적인 수축과 팽창의 양태는 내 시선을 잡아끄는데 왜냐하면 그러한 양태가 깨진 상태로나마 어떤 규칙 또는 대칭을 내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줄무늬들의 반복은 규칙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불규칙적이지만 또 불규칙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다소간 규칙적이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말대로 모든 비대칭의 투사는 그러한 비대칭을 낳은 대칭의 흔적을 여전히 드러내기 마련이다. 물론 대칭은 김로이의 근작들에서 직접 드러나 있지 않고 우리는 그것을 지각할(볼) 수 없지만 실제로 작동하면서 요소들(줄무늬들)이 개별적인 것들로 흩어지지 않고 특정 회화공간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끔 한다.

 

 

87˚0.2'2''_Urethan string, Oil on canvas_90.9x90.9cm_2020

 

 

지금까지 나는 김로이가 자신의 회화공간에 투입한 줄무늬들을 관찰했다. 작품에서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그것들은 실제로 화가가 그린 줄무늬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들은 더이상 단순한 줄무늬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러 작품들에서 줄무늬가 아니라 글자 뜻 그대로의 줄, 곧 우레탄줄, 또는 실리콘줄을 목격할 수 있다. 김로이는 그것들을 회화표면에 살짝 떨어지게끔 부착했다. 이로써 줄과 회화표면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생겼다. 그런가 하면 몇몇 작품들에서 김로이는 길쭉하게 절단된 자개 조각들을 옻칠한 지지대 표면에 연이어 나란히 부착했다(그것들은 떨어져서 보면 줄무늬처럼 보인다). 이렇게 김로이가 근작들에 투입한 우레탄줄과 자개 조각들은 내 시선을 줄과 표면 사이의 간격(텅 빈 공간), 또는 튀어나온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우툴두툴한 상태로 향하게 한다. 따라서 앞서 줄무늬를 볼 때 관심사로 떠올랐던 좌우의 간격이 아니라 전후의 간격이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한다. 우레탄줄의 탄성이나 자개의 반짝이는 얼룩이 자아내는 광경들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 이제 나는 앞서 줄무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던 형식을 해체하고 새롭게 부상한 조건들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식을 구성해야 한다. 김로이가 우레탄줄이나 자개 조각들을 투입하여 만든 형식들을 파악하려면 나는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이동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재)설정한 형식에 들어맞는 것과 들어맞지 않는 것들을 확인하고 들어맞지 않는 것들을 아무튼 형식 내에 편입하여 어떤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줄무늬들의 비대칭에서 대칭의 흔적을 더듬는 일보다 좀 더 어렵다. 이리저리 흩어진 요소들을 연동하여(coupling) 형식 내에 아우르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변하는 형식의 양태, 또는 형식의 불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색채를 관찰하는 일이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이번에는 김로이가 자신의 회화공간에 투입한 색채들을 관찰해보기로 하자. <90˚yellow>(2020), <90˚red>(2020) 등 몇몇 작품들에서 김로이는 자신의 회화를 ‘단색회화’로 형식화했다. 그런데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러한 형식화에서 벗어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90˚red>는 일정한 거리에서 붉은색이 주도하는 단색회화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우리는 줄무늬들에 아른거리는 색채의 얼룩(자개표면의 색채얼룩)을 목격한다. 마찬가지로 <86˚2.5'0">(2021)에서 화면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청색 줄무늬가 초래한 어떤 파열을 말할 수 있다. <87˚yellow/orange> (2021)에서 주황색이 주도하는 색채 형식을 깨트리는 노란색 줄무늬들, 또는 노란색 면에 주목할 수도 있다. 다만이 경우에 나는 그것을 보색이나 난색/한색의 구별을 끌어들여 잠정적이나마 그것을 (재)형식화할 수 있다. 물론 구성한 형식들을 연동, 조합하여 작품을 내적으로 확장하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88˚0.3'1.1''_Urethan string, Ottchil on wood panel_72.7x50cm_2021

 

 

지금까지의 관찰에 따르면 김로이의 근작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제시하는 유동적인 작업이다. 여기서 나는 절대적 안정을 얻을 수 없다. 안정을 가능케 하는 어떤 고정불변의 질서를 좀처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로부터 내가 취한 요소들을 어떻게든 연동하여 형식들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나름의 질서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구성한 특정 형식이나 질서로 미처 아우르지 못하는 요소들이 항상 존재하며 그것이 나를 불안하게,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김로이 근작들에서 발견 가능한 특별한 제목들에 주목해보자. <87˚0.2'2">, <86˚2.5'0">, <88˚2.7'0">(2021), <89˚3.2'2.5">(2021) 같은 제목들 말이다. 여기에는 각도를 표시하는 기호가 등장하는데 해당 작품들에서 줄무늬들은 실제로 표시된 각도만큼 기울어져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글 서두에서의 다음과 같은 서술, 곧 “나란히 배치된 줄무늬들의 간격”을 “나란히 배치된 특정 각도로 기울어진 줄무늬들의 간격”으로 (재)서술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나는 김로이가 자신의 회화공간에 투입한 ‘각도’를 다른 요소들과 연동하여 또 다른 형식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주어진 각도에 집중하여 내가 구성할 형식으로는 좀처럼 포괄할 수 없는 것이 부상한다.

<87˚0.2'2">, <89˚3.2'2.5">의 왼쪽 끝,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삼각형, 또는 사다리꼴 형태의 특이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 특이한 부분들은 촘촘하고 떠들썩한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유달리 느슨하고 조용하다. 그것들은 마치 항상 거기에 변함없이 있었던 것 같다. 이 특이한 부분들은 내가 질서와 안정을 얻기 위해 구성한 형식들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게다가 그것들은 부분적, 징후적으로나마 회화의 사각틀, 또는 평면을 지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특이한 부분들은 회화의 매체를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매체를 확인하는 일은 오로지 작품의 지각가능한 형식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로이의 근작들과 더불어 우리는 매체란 그 자체로서는 주목받지 못하며 항상 형식과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단숨에 그리고 항구적으로 매체에 육박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만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예술가와 그의 관객들은 그 특이한 부분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형식을 찾아 나설 테니 말이다. 이 중단 없는 프로세스가 추구하는 것은 질서나 안정보다는 김로이의 말대로 휴식 또는 숨 쉴 수 있는 여백과 같은 것일 게다.

 

홍지석(미술비평, 단국대 초빙교수)

 

 

88˚0.5'2.8''_Mother-of-pearl, Urethan string, Ottchil on wood panel_180x80cm_2021

 

 

88˚0.7'1.7''_Urethan string, Ottchil on wood panel_72.7x50cm_2021

 

 

88˚0.8'1.8''_Urethan string, Ottchil on wood panel_72.7x50cm_2021

 

 

88˚1.0'2.1''_Urethan string, Ottchil on wood panel_53x33.5cm_2021

 

 

88˚1.1'1.6''_Silicone string, Acrylic on canvas_72.7x72.7cm_2021

 

 

89˚3.2'2.5''_Urethan string, Silicone string, Oil on canvas_72.7x60.6cm_2021

 

 

89˚purple_Urethan string, Acrylic on canvas_91x91cm_2021

 

 

 

 

 
 

김로이 | KIM LOY | 金路璃

 

2021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박사 수료 | 2012 충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석사졸업 | 2009 배재대학교 국제통상대학원 칠예학과 석사졸업 | 2005 배재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 2021 금보성아트센터 | 2016 숲속갤러리(충북 청주) | 2015 MC갤러리 (뉴욕) | 2012 경인미술관 (서울) | 2008 갤러리 카페 온 (서울)

 

2020 충북여성미술작가회 소품전 (길가온 갤러리) | 2020 34회 무심회화전 (갤러리 청주) | 2020 한국공예가협회전, 쓰임 그리고 아름다움의 소고 (금보성 아트센터) | 2020 단국대 교수 & 박사 그룹전 (조명숙 갤러리) | 2020 한국 현대공예 울림전 (예깊미술관) | 2020 충북여성미술작가전 (충북문화관 숲속 갤러리) | 2020 DREAM ING 3인전 (세종 호수공원 송담만리 전시관) | 2020 36인 초대전, 서른 여섯 작가 하나가 되다 (금보성 아트센터) | 2020 충북- 뉴욕 국제미술교류전 10주년, One Platform for New Future (충북문화관 숲속 갤러리) | 2019 8번가 송년전 (카페 8번가 갤러리) | 2019 무심회화전 기획 초대전 (갤러리 청주) | 2019 단연 다섯번째 계절 (용인 포은아트갤러리) | 2019 한국 현대공예 확산전 (금보성 아트센터) | 2019 Group EXIT Exhibition, project Satellie (MC gallery, New York) | 2018 Group EXIT –The 9th Door- (MC gallery, New York) | 2017 Group EXIT ‘ A montage of identities’ (MC gallery, New York) | 2015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아트페어전 | 2012 시월이야기 (청주 대청호미술관) 외 단체전 60여회 참여

 

수상 | 2019 한국공예가협회 금보성 아트상 수상 |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아트페어전 특별상

 

작품소장 | 충북대학교병원, 금보성 아트센터 외 개인소장

 

현재 | 한국미술협회 | 한국공예가협회 | 한국칠예가협회 | 무심회화회 | 한국공예관 위탁판매작가(청주)

 

E-mail | ottchil57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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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322-김로이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