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미 展
I am a person
Im a Person_112x145cm_Acrylic on canvas_2019
피비갤러리
2021. 3. 18(목) ▶ 2021. 5. 8(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25-6 | T.02-6263-2004
https://www.pibigallery.com
Leaf_181x227cm_Acrylic on canvas_2020
피비갤러리는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이명미의 첫 개인전 <I am a person>을 개최한다. 이명미는 197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회화’라는 장르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밝고 에너지 충만한 작품들을 개진해온 한국현대미술 1세대 여성작가이다. 이명미가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1970년대 한국미술계는 개념미술이 대두되었고 실험적인 전위 미술이 뜨겁게 불타올랐는데, 작가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주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독특한 회화 의지를 가지고 자신만의 지평을 넓혀 왔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전환점으로 인식되는 1974년 대구 현대미술제 발기인으로 참여한 그녀의 초기작은 개념적이고 미니멀한 모습이었으나 이후 컬러풀하고 유쾌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회화로 당시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저항하는 작품들을 전개했다. 이명미는 캔버스 작업 뿐 아니라, 천,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회화형식을 실험하고자 했으며, 기존의 미학적 관습에서 벗어나 작업을 일련의 놀이이자 치유 그리고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갔다. 작가의 작업 소재들은 주변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컵, 의자, 꽃, 화분, 동물, 사람 등 일상적이고 쉽게 발견 되어 지는 것들이다. 이명미는 각각의 소재에 의미를 담기 보다는 먼저 그 형상의 본질을 포착하고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여 원근법이나 중력을 무시한 평면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또한 형상, 색채 심지어 화면 위에 쓰인 문자언어까지 작가에게는 일종의 유희적인 대상으로서 그 조합 과정에 의미가 더해진다. 이때 가볍고 쉬이 마르면서도 화면에 질감을 부여하는 아크릴 물감의 물성은 화면 위에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컬러풀하고 리드미컬하게 자리하게끔 하며, 강렬한 색감과 자유로운 붓질은 자칫 가볍게만 느껴질 수 있는 화면에 무게감을 더하며 직관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미의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렇게 어우러진 화면은 어떤 해방감을 드러내는 창구로서 작가의 시선이 가득하다.
이명미의 회화는 1970년대부터 패치워크나 스티치, 스티커, 피규어 같은 오브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 단순한 단어 뿐 아니라 유행가 가사, 시, 때로는 성경구절까지 인용되며, 이것은 곧 관람자들의 심상을 두드리는 일종의 감성 코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캔버스 위에 써 내려간 가사는 문장의 뜻을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가 알던 멜로디가 떠오르게 하며 시각과 청각이라는 공감각적 화면을 연출하면서 회화를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그리기라는 유희가 자기치유의 역할을 하면서 즐거운 삶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를 보는 관람자는 숨바꼭질을 하듯 발견하는 입체적인 해석과 그로 인한 재미를 주체적으로 경험하는 대화의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한편 작가는 모더니즘의 시간을 통과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지만, 선을 긋고, 점을 찍고, 물감을 화면에 스며들게 하거나 흘러내리게 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들을 통해 과거 회화의 관습적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그리고 화면 위에 드리워진 이미지와 언어기호 그리고 감각적인 색채의 어우러짐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변주로 자리했다. 따라서 회화의 근원적인 요소로서 환원된 필법들이 화면 안에 동시에 머물거나 작가가 선택한 조합 속에 리드미컬한 역동성을 가지고 의미를 생산하면서 이명미의 회화는 회화의 원초적 가치와 추상회화가 배제했던 상상의 여백 그리고 상징성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검정콩_130x130cm_Acrylic on canvas_2020
피비갤러리는 이명미의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그녀의 회화가 내포하고 있었던 일관된 주제로서의 자유로운 성격과 개방성 등에 주목해 그러한 작가의 개념이 더욱 강조될 수 있는 전시형태를 작가와 함께 고민해 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 <I am a person>에서는 갤러리 한 벽면 가득 작가의 즉흥적인 드로잉을 선보이게 되었다. 본 전시는 이명미라는 화가의 본질과 내면의 색들이 한 눈에 펼쳐지는 현장으로서 그녀의 작업 세계를 요약해 보여주고자 하는데 그 의의를 가질 것이다. <I am a person>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개별의 사람이자 독립된 작가로서 빛나는 이명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시간을 통해 작가의 작품이 그려내는 특유의 개성이 더욱 가치 있게 발현되길 기대한다.
이명미는 1950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7년 그로리치 화랑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인공갤러리(1987), 동경화랑(1993, 도쿄), 신라갤러리(1996, 1997, 2002, 2018), 대구미술관(2015), 인당미술관(2019), 우손갤러리(2020) 등 다수의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8년 대구미술관의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전시에서는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 이강소 등과 함께 한국의 아방가르드 작가로 소개되었으며, 대구현대미술제 ‘ 1970년대, 그 기억의 재생과 해석’(2013), 부산시립미술관 ‘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1998), 이탈리아에서 선보인 ’88 한국현대미술전’(1988, 로마), 교토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80년의 정황’(1987) 등 한국현대미술 태동기를 형성했던 아방가르드 미술을 소개하는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이명미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대구미술관, 대구은행,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중구청, 한국기계연구원, 포스코, 홍익대학교 박물관, 부산시립미술관, 현대중공업 등 다수의 기관 및 기업에 소장되어 있다.
야간수영 Night Swimming_145.5x112.1cm_Acrylic on canvas_20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