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 초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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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within a story 01 Digital Pigment Print_160cm×160cm_2010

 

 

류경갤러리

 

2021. 3. 12(금) ▶ 2021. 5. 30(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안인평2길 29 | T.0507-1351-5465

 

 

story within a story 02 Digital Pigment Print_100cm×100cm_2011

 

 

정경자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집안에서, 자연에서, 도시에서, 인물 속에서 혹은 사물들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닌, 최대한 스트레이트 기법에 충실한 사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진은 현실을 벗어나 있다. 마치 그것은 메이킹 포토making photography와 같은 효과를 낸다. 이것이 바로 정경자 사진의 독특한 지점이다. 필립 뒤부아Philippe Dubois가 말한 사진 발전의 세 단계가 그녀의 사진 속에는 거의 완벽히 뒤섞여있다. 뒤부아는 사진적 행위의 진행과정을 현실/자연을 그대로 반영하는 도상이라는 첫 번째 단계와 단순한 반영을 넘어 추상 등을 통한 고차원적 현실의 상징을 시도하는 두 번째 단계, 그리고 현실(혹은 부재) 자체의 인과성과 인접성을 드러내는 지표index로 기능하는 세 번째 단계로 설명했다. 정경자의 사진은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이나 현실에 순전한 반영이면서도 이를 그만의 시각으로 파편적으로 발췌하고 추상화하는 상징이면서 그 자리에 분명히 존재했지만 부재하는 간극으로 인해 나를 찔러오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표현대로 “사진 안에서 나를 찌르는(뿐만 아니라 나에게 상처를 주고 완력을 쓰는) 그 우연”의 자국인 지표로 기능한다.

창가 선인장의 뾰족한 가시, 커튼의 질감, 고인 물웅덩이에 흐르는 거리, 이끼 낀 벽에 드리운 그림자… 일상을 비집고 튀어나온 이 순간의 기록들은 그대로 그 때의 시간과 그것을 보았던 나의 존재를 방부하면서 현재의 이곳으로 데려온다. 그 사진 속에 기록된 보잘것없는 순간의 파편들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만드는 언캐니uncanny의 방식으로 유도한다. 그것을 관통하는 정경자의 시선은 사라지고 정지되고 소외되고 잊혀지고 버려지고 그럼으로써 시간이 쌓이는 것을 절개해서 지금, 여기로 데려온다. 거리에서, 삶의 한복판에서 우연의 뿌리를 찾는 그녀의 응시는 집요하지만 느긋하고, 쓸쓸하지만 선명하다.

정경자의 사진을 보는 우리는 으스스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망각을 통해 상기하는, 폐허에서 생성하는 파상력破像力에 더 맞닿아 있다. 파상력은 부재하는 대상을 현존시키는 힘인 상상력과는 반대로, 현존하는 대상의 비실체성 혹은 환각성을 깨닫는 힘이다(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p.181). 그것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으젠 앗제Eugene Atget가 마치 범행 현장을 찍듯이 텅 빈 파리 거리 곳곳을 찍었던 사진에서 "자유로운 명상은 더 이상 이러한 사진에 부합되지 않는다. 앗제의 사진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한 사진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는 어떤 특수한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라는 점을 읽어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대상/현실을 기록하지만 정경자가 담아내는 것은 세상의 이면, 현실의 잔해, 감정의 배설물이 이루는 폐허의 풍경, 그것의 압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진적인 것이 유령/흔적으로 배회하는 현실 속에서 그것을 사진으로 압인하고자 하는 한 젊은 사진가의 담담한 좌절, 그것에 다름 아니다.

 

여경환 | 예술학.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story within a story 25 Digital Pigment Print_100cm×100cm_2010

 

 

Suspended Landscape 01 Digital Pigment Print_100cm×10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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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312-정경자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