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展

 

이른 봄

 

 

 

페리지갤러리

 

2021. 3. 4(목) ▶ 2021. 5. 8(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 T.070-4676-7091

 

www.perigee.co.kr

 

 

페리지갤러리는 스물네 번째 페리지아티스트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 《이른 봄》을 3월 4일부터 5월 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와 작품의 제목인 <이른 봄>은 곽희의 <조춘도(早春圖)>를 부분으로 나누어 구획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산수화이다. 곽희의 <조춘도>는 산수화의 기본이 되는 고원(高遠), 심원(深遠), 평원(平遠)의 구도를 모범적 으로 보여주며 다 시점으로 공간을 분할해 동아시아의 회화 안에서의 전형적인 공간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곽희의 그림은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분할하여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기에 좋은 모티브가 되었다. 작가가 <이른 봄>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관념적인 것을 추구하여 마음을 수련하는 어떤 경지에 다다르는 것에 있지 않다. 다만 어떤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이것과 저것, 여기와 저기와 같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시키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에 있다.

이번 산수화는 어느 하나의 고정된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없이 다양하며, 손동현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면서도 자신만의 표현법을 자연스럽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른 봄>은 지금까지 그의 작업을 이미 알고있거나 많이 접한 사람들에게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낯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각 장면마다 그가 지금까지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이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감각들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른 봄>을 저 멀리 있는 아련한 풍경이 아니라 확대되고 밀착된 동적인 흐름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낸다. 이는 과거의 관념적인 산수화도 아니고 실제를 담은 것도 아닌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공간을 다양하게 인지하면서 축적된 감각적인 풍경이다. 또한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지만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분무를 하거나 탁본으로 찍어내고, 선 붓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익숙한 도구 이상의 무엇을 모색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이 자신이 마주하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고,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실이 비현실로 전환되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지점들을 담아내는 데에 적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추상과 형상 사이의 유격을 최대한 밀착시키고자 한다.

손동현이 보여주는 <이른 봄>은 단일한 시공간의 단단한 지평이 아니라 여러 시공간의 일시적 결합으로 나타나는 유동적인 공간이다. 또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소재, 재료, 기법,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을 동등한 층위에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느슨하게 작업하였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에 충실하고,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우리는 그의 이번 작업을 특정한 정보를 통해 이해하기보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색, 선, 형태, 흐름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바라볼 때 그의 산수를 충만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을 다시 보기 위한 출발점, 말 그대로 이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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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304-손동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