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과 박철, 우정 展

 

 

 

운중화랑

 

2021. 3. 4(목) ▶ 2021. 4. 17(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137번길 14-3 | T.031-703-2155

 

https://woonjoonggallery.com

 

 

(좌) 중력 무중력 81-1, Gravity·Nongravity 81-1, Bronze, 112×32×20cm, 1981

(우) 중력 무중력 81-2 Gravity·Nongravity 81-2, Bronze, 96×28×15cm, 1981

 

 

<김영원 박철, 우정 展>에 초대합니다.
1960년대 말 미술학도로 처음 만나 50년 세월을 한결 같고 변함 없이 우정을 나누는 두 분의 작가가 있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지난 겨울 어느 날 오후, 두 노신사는 구름 걸친 산이 보이는 마을 운중동(雲中洞)의 조용한 화랑을 찾았습니다.
두 분이 평생을 교우하며 수많은 전시를 해왔지만, 두 분만을 위한 2인전이 없었다는 지점에서 두 분의 대화가 멈추었습니다. 운중화랑의 두 번째 기획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김영원 박철, 우정 展>은 두 분이 함께 소통한 긴 시간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전시입니다. 그들의 우정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를 전하려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김영원 선생님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이나 동대문 DDP 대형 인체조각 작가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릅니다. 이러한 표현들로는 김영원 선생님 작업세계의 작은 끄트머리를 잡은 것에 불과합니다. 김영원 선생님은 작업 이외에는 평생 다른 작은 취미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작업은 끝없는 고뇌를 통하여 깨달음에 다다르고, 다시 그 깨달음을 넘어서는 고뇌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을 투영하는 과정입니다. 오랜 사유를 통하여 스스로 구축한 세계를 스스로 부정하고, 이를 기초로 완전히 새로운 작품세계를 재창조하는 과정입니다.
1980년대에 <중력 무중력> 연작, 1990년대에 <해체> 연작, 그리고 2000년 이후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으로 그 작품세계를 끊임 없이 확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버리고, 남긴 것, 그리고 고뇌와 깨달음이 다다른 곳, 이들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 연작들을 이번 기획전에서 고르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좌) 중력무중력(복원)여 Gravity Nongravit(restoration), bronze, 54x45x10cm, 1992

(우) 중력무중력(복원)남 Gravity Nongravit(restoration), bronze, 54x45x10cm, 1992

 

 

박철 선생님은 한국 현대 한지회화의 대가이고, 특히 한지 부조회화(浮彫繪畫)라 칭하는 장르의 개척자입니다. 서양화가로 출발하여 초기에는 완벽한 드로잉과 세밀한 인물화 작업에 집중했으나, 결국 한지를 주재료로 한 부조회화라는 독특한 독특한 작업방식을 창조했습니다. 한지를 수없이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평면에서 입체를 풀어내고 여기에 채색을 하는 그만의 고유한 작업방식입니다. 한지는 그 자체로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재료입니다만, 선생님이 평면에 구현하는 입체는 멍석, 떡살, 와당조각과 같은 전통적 오브제에서 바이올린이나 골프클럽 같은 서구적이거나 현대적인 것들에도 미칩니다. 10여년 전부터는 직접 자연에서 채취해서 만들어내는 천연염료로써 그만의 고유한 색감을 입힙니다.
박철 선생님이 작업하는 재료, 방식 그리고 그 결과물을 통해서 그 작업이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 회화와 조각, 자연과 물질, 그리고 설계와 우연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해체하고, 이들 사이의 조화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선생님의 작업 철학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움에 대한 도전에 두려움이 없이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때론 소박하고, 때론 건강하며, 때론 화려하고, 때론 조화로운 작품들을 이번 기획전에서 선보입니다. 천연염료가 한지 위에 창조한 아름다운 빛깔에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분 선생님은 각각 조각과 회화라는 다른 분야를 대표하고 있지만, 그 작업세계는 맞닿아 있습니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내면으로 향하면서 동시에 자연과 하나됨을 구합니다. 작가와 감상자로 하여금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사유하게 만든다는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당대의 유행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을 만들고, 필요할 때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다시 극복해 나가는 곧고 우직한 면도 닮았습니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친구(親舊)라고 합니다. 두 분 선생님은 서로 속마음을 나누고 가치를 공유하면서 오래도록 우정을 나누는 지기지우(知己之友)입니다. 지근거리에서 서로 기척을 느끼며, 고된 작업의 길에서 서로 위안이 되는 예술적 동지이자 소탈한 이웃이기도 합니다. 구름 걸친 산중턱이 눈에 들어오는 운중화랑의 두 번째 기획전 <김영원 박철, 우정 展>에서 두 분 선생님의 50년 우정, 그리고 그 우정만큼이나 깊은 작품세계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느닷없는 팬데믹으로 지친 우리의 영혼을 잔잔히 달래주고, 답답한 일상 속에서도 깊고 긴 울림을 선물합니다.

 

 

(좌) Ensemble 20-1, 131x131cm, Korean paper Natural dyes, 2020

(우) Ensemble 20-2, 131x131cm, Korean paper Natural dyes, 2020

 

 

(좌) Lucky 20-11, 51x51, Korean paper Natural dyes, 2020

(우) Ensemble 20-11, 51x51, Korean paper Natural dye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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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304-김영원 박철, 우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