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展
동경은 따뜻한 겨울이었지
비움갤러리
2021. 2. 8(월) ▶ 2021. 2. 14(일)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6길 35 B1 | T.070-4227-0222
www.beeumgallery.com
사진 귀신이 씌었는지 밤마다 같은 꿈을 꾼다 . 노출과 포커스를 맞추고 셔터를 끊으면 ’찰칵 ‘하는 셔터음이 없이 맥없이 눌러진다 . “또 고장이다 ”
밤마다 결정적 순간에 끊은 걸작이 셔터 고장으로 매번 수포로 돌아가는 꿈 . 내 20 대와 30 대를 잠 못 이루게 한 귀신들린 사진병이었다 .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산토리 위스키를 유리잔 가득 마시고 새벽이 되도록 웅크리고 앉아 있기를 2 년 여 . 이런 꿈을 매일 밤 , 자그만치 2 년 동안 꾸었다 .
사진의 ’사 ‘자도 모르면서 입학한 사진학교 . 한국의 부모 형제를 뿌리치고 떠난 일본 생활 . 그리고 미래에 대한 한없는 불안 . 이것이 35 년 전의 내 모습이다 .
오는 12 월 5 일 부산의 네가티브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는 그 때의 내 모습이다 . 한없이 부끄럽고 소심하기만 했던 젊은 날의 초상 . 지금도 역시 그 시절로부터 한 발자국도 못 내 디딘 노년의 초입 .
내가 여전히 사진 귀신에 붙어 어쩔 줄 모르는 줄 알겠지만 당신만 알고 계시길 .
내가 바로 그 사진 귀신이라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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