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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 展
BLANK ON TIMING
젤리스톤갤러리
2021. 1. 22(금) ▶ 2021. 3. 9(화)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33길 20 | T.02-3441-3111
https://jellystone.co.kr
'반복적인 일상의 이야기에서 맴도는 단서들은 그 자체로 순간(on timing)이다.'
어제 책 속에서 죽었던 그를 떠올리니 영 꺼림칙했던 것은 그것이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 속에 내가 있었고, 그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한다. 이렇게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장면들과 닿았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그건 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 08/28 am 2:00
기억을 전달하고 기록하기 위해, 떠오르는 장면들을 엮어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들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요소들에 의문이 든다. 소년기부터 접해왔던 고전소설들의 서사구조가 인간이 기억을 다시 읽어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반복하여 읽어내는 과정 속에서도 페이지에 덮여, 맥락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장면을 만든다.
인간의 삶을 기록한 고전 소설 속에서 오랜 시간 잔상으로 남은 절정의 장면들을 발췌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이 모든 순간들은 어떠한 이별의 장면처럼 다가온다. 나는 이 감정이 휘몰아치던 순간들을 하얀 천 위에 올리고, 다시 같은 장면들을 쌓음을 반복한다. 결국 텍스트들은 미세한 높낮이를 이루는 하나의 표면으로 다가온다. 이는 시간 속에서 다시 읽어보는 행위 같다. 어제의 일기에서 내가 느꼈던 강렬하고 복잡했던 감정은 이를 반복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멀어지지만, 다시 간결하게 하지만 모호한 상태로 떠오른다.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무용함을 느끼면서도 그렇기에 남게 되는 어떤 것을 찾아내어 남기는 것 같다. <BLANK ON TIMING (2021)>은 이렇게 어쩌면 반복적인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서 건져낸, 맴도는 단서들이자 그 자체로 순간 (on timing)이다. 공간 속에서 벨트 위에 올려진 단서들은 느린 속도로 반복운동을 지속하고, 단어를 읽어가는 음성과 공백(blank)이 회전운동의 기계 소리 속에서 공간을 점유한다.
BLANK ON TIMING_Timing Belt, Motor, Steel_Variable Installation_2021_detail
BLANK ON TIMING_Timing Belt, Motor, Steel_Variable Installation_2021_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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