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옥현 展

 

뤼야 - Say Love Me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2021. 1. 20(수) ▶ 2021. 3. 7(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176-21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단채널비디오, 13분 43초, 2018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에서는 2021년 1월 20일(수)부터 2021년 3월 7(일)일까지 안옥현 개인전 <뤼야 ; Say Love Me>전을 개최한다.(*뤼야(Rüya)는 터키어로 꿈이라는 뜻) 안옥현은 언주라운드의 작가탐색 시리즈인 LOFT ;(로프트세미콜론)의 첫번째 작가로 초대되었다. 로프트세미콜론은 한국의 사진을 베이스로 한 중진작가들을 집중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는 2003년에 발표한 <극장 안내원 여자의 작은 손전등The Little Electric Torch Of The Usherette>(2003)부터 <Say Love Me>(2006), 광주비엔날레에서 최초로 공개한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2018) 외 미발표작 <독수리자리>와 사진연작 <이 뉘앙스에서 저 뉘앙스 사이를 찾아 헤맨다>의 2021년 신작까지 안옥현의 작품세계를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사랑’을 둘러싼 이미지와 기호를 면밀히 관찰해온 안옥현을 ‘달의 거주자’로 명명했다. 달의 거주자는 유토피아적 미디어의 도움으로 푸른행성(지구)을 면밀하게 탐구하는 자이다. 이상화된, 혹은 관습화된 사랑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안옥현은 벤야민이 ‘모든 것을 듣고 보며 사랑의 꿈조차 읽을 수 있는 미디어를 상상’했던 것처럼. 관찰자이자 추적자가 되었다. 관찰자이면서 자기 자신조차도 하나의 이미지로 대상화(퍼포머, 페르소나 등장)함으로써 ‘환각적 상상’의 세계로 자신을 던져 넣었다. 퍼포머, 페르소나의 등장, 속임수, 목소리, 분장, 음향효과를 통해 판타스마고리아(환상극장)로 초대한다.
‘달의 거주자’인 안옥현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먼 과거의 신화적 풍경, 영화, 소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안옥현의 ‘사랑’의 풍경은 일종의 심리적 풍경으로 결코 정박하지 못할 운명을 내포하고 있다. 마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Flying Dutchman 플라잉 더치맨*>의 신의 저주를 받아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처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Flying Dutchman 플라잉 더치맨*)이란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고 대양을 영원히 항해해야 하는 저주에 걸린 유령선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이 전설은 17세기 선원들 사이의 문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버전은 18세기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와 20세기의 목격담에 따르면, 이 배는 으스스한 빛으로 발광한다. 다른 배와 조우하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호의 선원들은 상륙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또는 오래전에 죽은 상태라고 한다. 해양 전설에서 유령선의 목격은 파멸의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이 뉘앙스에서 저 뉘앙스 사이를 찾아 헤맨다>사진연작에서처럼 사랑의 운명은 결코 정박하지 못하는 유령선처럼 바다 위를 떠도는 운명이다.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단채널비디오, 13분 43초, 2018

 

 

여기에도 바다 위를 떠도는 운명을 지닌 한 사내가 있다. 오르한 파묵이 미국에 머물면서 완성한 소설 『검은 책』(민음사) 제1권은 이스탄불의 역사적 사건과 신화, 전설을 거대하고 풍부한 서사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질투나 사랑 같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외로움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스탄불의 변호사 갈립의 아내 뤼야가 짧은 메모만 남긴 채 사라진다. 유명한 칼럼 작가인 그녀의 의붓오빠 제랄 역시 종적을 감춘다. 갈립은 뤼야가 제랄과 함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이자 친구인 그녀와, 질투와 숭배의 대상인 그를 찾아 이스탄불 전역을 헤매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제랄의 이름으로 칼럼을 써서 뤼야와 갈립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안옥현은 마치 소설 <검은 책>의 주인공인 갈립처럼 사랑의 현현이라 할 꿈, 즉 뤼야를 찾아 이스탄불을 헤맨다. 갈립이 찾는 사랑의 대상, 뤼야는 터키어로 ‘꿈’이라는 뜻이다. 그가 남긴 사랑의 이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확장된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일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갈립은 뤼야의 의붓오빠 제랄처럼 신문에 칼럼을 내보내며 그들의 행적을 쫒다가.... 마침내 제랄이 되어버린다.
이번 전시 <뤼야 ; Say Love Me>는 내가 네가 될 때, 갈립이 제랄이 되었을때’의 감정을 상상해볼 것을 권한다. 안옥현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달의 거주자’이자 갈립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의 상황을 특징짓는 섹슈얼리티와 사랑의 흐릿한 경계는 두 맥락 사이의 진정한 밀접한 관계를 보기 어렵게 만든다. 테크노-가상의 코드는 구리를 성적인 몸짓을 프로그래밍하고, 우리는 이를 종종 사랑의 몸짓과 혼동한다.” -빌렘 플루서 <몸짓들;현상학 시론> 중에서
안옥현은 사진작업에서 포착한 의문을 비디오 설치를 통해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 이미지와 영상 이미지가 동시에 등장하는 공간에서는 ‘사랑’의 심리적 풍경을 통해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실제와 가상’의 불일치, 환각적 상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뉘앙스에서 저 뉘앙스 사이를 찾아 헤맨다_린아, Digital Chromogenic Print,140x108cm, 2021

 

 

이 뉘앙스에서 저 뉘앙스 사이를 찾아 헤맨다 #9, Digital Chromogenic Print, 45x60 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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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120-안옥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