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展

 

휴식의 온도 (A degree of the Rest)

 

고양이가 있는 풍경 90.9x60.6cm_oil on canvas_2020

 

 

갤러리 도올

 

2020. 12. 16(수) ▶ 2021. 1. 2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나들이 72.7x50cm_oil on canvas_2014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형태가 분명한 자연스러운 회화의 성격이 잘 드러나 어렵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추상적인 표현으로 겹쳐진 물감층이 더해진다. 인물이 담길 때도 자연만 표현되는 경우에도 누군가 다녀간 흔적처럼 공간의 깊이가 확인된다. 구체적이나 낯설고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는 신비감이 더해지는데 이는 사물에 부여되는 빛이 자연스레 섞여 뒷받침되는 덕이다. 풍경화라 볼수 있지만 형태는 다양하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해 대화를 나누고 집들이 모여 있어 지붕이 잘 보이기도 한다. 나뭇가지와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단순하면서 아름답다. 수평적 구도를 전제로 형태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곳은 평범하고 매일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도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카페의 실내공간 또는 공원 안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관심사는 도시 안 어떤 것을 목격한다기보다 무심결에 나오는 행동이 관찰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인물의 개별적 성격을 찾기보다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로 사람들을 보편적 성격으로 묶어 놓는다. 5년간의 러시아 레핀 유학 생활에서도 인물화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지만 개별적 존재성은 이내 풍경으로 어울린다. 해외 다양한 인물들, 자연을 그려보면서 작가가 찾은 것은 어떤 것일까? 아름답다는 느낌으로 인물과 자연은 조화롭다. 인류애는 뒤로하고 고독함 보다는 공존을 담고 있다. 그림들은 깊이 들어가면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니 어려워지고 관찰되는 것만 이야기하면 단순해진다. 이것이 사실적 풍경으로 리얼리즘이다. 형태와 색채를 관찰하다 보면 그래서 재미를 느낀다. 감성적이다. 작가는 회화가 전해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 것 같다. 온기로 받는 느낌은 그 이전 시대 고전도 떠올려 보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정 시간의 빛이 아닌 어느 시절의 빛, 따뜻함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추억처럼 다가올 수도 있는 행복한 순간, 붙잡고 싶은 지속의 순간이 더해졌다. 회화의 힘으로 평면 안에서만 이라도 사람들은 즐겁다. 각자는 이미 극복되는 경향이 있다.
뜻하지 않게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일상어처럼 사용하기 시작했고 나를 포함한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여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순간 개인은 어떤 것을 버리고 선택하며 살아야 할까? 요즘처럼 일상이 소중한 때도 없을 듯하다. 도시를 생각하면 삶에 수반된 모든 것들을 이루어 놓은 터전이니 문화도 있겠다. 처음엔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시작되었을 터인데 점점 늘어나 개인이 해야 할 일도 많아진 듯싶다. 우리는 같이 사는 것일까 아니면 따로 사는 것일까. 각자가 모여 같이 사는 사회인걸 알면서도 고민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가 그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삶의 버거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자전거를 타다 돌아보는 아이 아니면 할머니가 강아지를 반기는 모습은 왠지 모를 따뜻함으로 그리움이 깃든다.

작가의 관찰자적 시점으로 다양한 표현력의 그림들이 있어 전시를 나누어 구성해 본다. 1부는 “잠시 쉬어 갈까”로 풍경은 도시 안 범주로 일상을 보여 주는데 근접된 풍경으로 2부는 “잠시 떠나 볼까”로 멀리서 바라본 풍경들이다. 두 소제가 더해져 전시 주제로 ‘휴식의 온도’를 갖는다. 쉼 없이 하루를 살다가도 잠시 쉼을 갖는 것 아니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어느 것 하나 개인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넓게 보자면 행복하기 위한 바람으로 작가의 그림들은 그 장면들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그림 안은 어렵지 않지만 단순한 진리를 던지는 것 같다. 사소하게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 일상의 맹목적 달림을 잠시 멈추고 그림들을 바라보기 바란다.

 

 

대명동의 가을 116.8x72.7cm_oil on canvas_2020

 

 

“나는 일상의 얘기들로 작업을 채워나간다.
매회 개인전을 하면서 나의 주제는 그 시기 내가 좋아하는 내용들로 채웠다.
그렇게 전시한 작업들을 돌이켜 보니 모든게 소소하다.
빛 속에서 느리게 걷기.
결국 내 자신이 소소한 일상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그림을 보는 분들 또한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런 빛에 의해 표현되어진다.

이번 전시는 휴식의 관한 얘기다.
각각의 장면들은 휴식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산책하는 그림, 강아지들이랑 소통하는 그림. 고된 노동 중 잠시 피는 담배,
자전거를 타는 아이, 대화하며 휴식하는 사람들,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찾은 공원에서의 간식 타임,
따뜻한 볕에서 햇빛을 쬐는 고양이, 오빠 등에 목마탄 동생, 아빠 등에 목마를 탄 아이등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도심에서 한발 벗어나고 싶다.’이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지하철에 답답하게 타고 회사를 가고 콘크리트 바닥의 건물들로 가득찬 도시위 하늘은 열려 있으나 답답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속에 집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라도 떠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유유자적한 그래서 너무나 심심할 것
같았던 그 장면이 그리워 지는 요즘이다.
요즘에 비해 그때의 볕이 따뜻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속의 집의 편안함
지금도 얼마든 휴식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전의 너무나 당연했던 그 일상의 얘기들이다.
물론 그 전으로 똑같이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분명 인류가 살아오던 방식의 궤도를 바꿔놓았다.

지금 아프니까 지금 불편하니까 옛날이 더더욱 그립고 그 자유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나의
생활은 그리 변한 것이 없다. 항상 집을 나서서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

 

-이승현 작가노트-

 

 

레몬 나무 162.2x97cm_oil on canvas_ 2020

 

 

고요히 흐르는 강 61.2x43cm_oil on canvas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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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1216-이승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