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부 야외 조각전

Park JuBu Outdoor Sculpture Exhibition

 

깨달음 그 자취를 찾아

Looking for trace of the Dharma

 

a song of Dharma_Black Stone

 

 

 

2020. 11. 25(수) ▶ 2020. 12. 6(일)

Opening 2020. 11. 25(수) pm 3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읍 완주로 462-9 | T.063-246-3951

 

https://nu-e.or.kr

 

 

a song of Dharma_ 300×115×216cm_Black Stone

 

 

박주부의 석조각

오석의 아름다움,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들

 

신 항 섭(미술평론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조각에 나타나는 뚜렷한 변화는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함께 회화적인 요소의 도입이다. 재료의 다양화는 산업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물질의 출현과 무관하지 않으며, 회화적인 요소의 도입은 장르간의 경계 파괴에 기인한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재료의 개발을 촉진하여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물질이 등장함에 따라 조각가들 또한 이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재료는 조형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보다 창의적인 조형세계를 꿈꾸는 작가들이 새로운 재료에 탐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더불어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조형적인 사고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회화적인 요소를 조각에 도입하는 것이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박주부의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회화적인 요소 또는 회화적인 이미지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21세기 이전의 조각은 전통적인 재료와 전통적인 소재 및 제재에 국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현대조각에서도 기존의 나무나 돌 그리고 동과 철 등 전통적인 재료가 지닌 다양한 조형성 탐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들 재료가 지닌 고유의 물성은 조형적인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박주부의 작업을 보면 전통적인 재료인 돌을 사용하는데 따른 돌조각 특유의 조형적인 표현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음에도, 무언가 기존 돌조각의 일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회화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조형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기에 그렇다. 즉, 물고기나 나무와 같은 형상, 즉 회화적인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돌조각이 지향해온 인체를 중심으로 하는 형태미 또는 추상적인 조형미와는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물론 기존의 돌조각에서도 일부 작가들에 의해 소심한 형태로 회화적인 이미지를 다루는 경우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형상은 실제상에 가깝다. 즉 실제의 모양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형태인 셈인데, 입 부분이나 비늘에 붉은 색 물감으로 치장했다. 물감은 회화적인 재료인데다 채색기법을 적용하니 목어에 칠한 붉은 색은 일단 회화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문자를 도입하기도 하는데, 아예 문장이나 금강반야심경과 같은 경전을 통째로 써넣는 방식이다.

문자언어그는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회화적인 요소와의 결합을 모색하는 입장이다. 그의 작업에서 주제를 이끌어가는 물고기 와 조형언어는 서로 다르다지만 그의 작업에서 보듯이 이 둘이 결합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문자언어는 회화와 마찬가지로 평면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이나 글씨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a song of Dharma_ 300×115×216cm_Black Stone

 

 

그의 경우 회화적인 요소로서의 물감이나 문자언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조각적인 방식, 즉 양각 또는 음각기법을 구사한다. 이는 평면적인 이미지를 입체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조형적인 기술의 하나이다. 물론 현대조각에서는 회화적인 이미지를 환조 위에 그대로 그려 넣는 일도 없지 않다.

그의 작업에서 또 하나의 회화적인 요소는 풍경적인 이미지의 도입이다. ‘숲의 노래’라는 작품 명제가 말하고 있듯이 숲을 상징하는 나무의 형상을 조형화하는 작업이다. 여기에서 나무는 생략적인 이미지, 즉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이미지의 명확성을 도모한다. 돌이라는 재료가 지닌 재료적인 강직성은 회화와는 사뭇 다르므로 제작의 용이함을 위해서라도 세부의 생략 및 단순화는 필연적인지 모른다.

회화적인 이미지로 등장하는 나무는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이기도 하여 조각과의 연관성은 뿌리가 깊다. 그가 돌에 새겨놓는 나무는 조각적인 이미지를 위해 형태를 단순화하고 간결하게 처리한다. 나무를 소재로 하는 일련의 작품에서 나무는 의인화된다. 실제의 나무가 아니라 추억의 한 장면처럼 나무 하나하나는 가족이고 혹은 친구를 연상케 하는 까닭이다. <평론중에서>

 

나무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에도 돌에 각인된 이미지는 정겹고 따스하며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친근감은 아동화처럼 단순하게 형용하는 그 간명한 형태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그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나무일 수도 있고, 모든 생물체의 텃밭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나무일 수도 있다. 나무가 서식하는 숲, 또는 거꾸로 숲을 이루는 존재로서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생명의 순환과 연결된다. 새잎이 나고 무성한 숲을 이루다가 단풍이 들고 마침내 헐벗은 나무로 돌아가는 생멸의 과정을 반복하는 순환의 질서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나무인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보다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냥 일상적인 풍경으로서의 의미로도 족하다. 실제로 작품 가운데는 미루나무와 같은 수종의 나무형태를 의자처럼 만들어진 받침대 위에 세워놓는 경우도 있다. 받침대는 대지이면서 한편으로는 쉬는 자리를 내주는 의자의 용도로 그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다시 말해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용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의 작업에서 소재이자 주제가 되는 목어의 형태는 다름 아닌 나무가 재료이다. 그 나무가 목어가 되어 세상을 깨우치는데 기여하고 그의 작업에서는 조형미의 핵심이 된다. 단순히 목어의 형태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목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제재로 하는 까닭이다. 목어는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정진하는 수행자들의 각성을 유도하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부릅뜬 눈은 정신의 집중과 의식의 명료함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름다운 형태를 지닌 물상 가운데 구태여 목어의 형태를 그대로 조형세계로 불러들이는 것은 그 형태미보다는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작품의 내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a song of Dharma_ 300×115×216cm_Black Stone

 

 

목어의 이미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소재이다. 적지 않은 작품에서 목어는 그 중심적인 이미지가 된다. 어찌 보면 아주 똘똘하고 영특해 보이기도 하는 통통한 목어의 이미지는 작업에서 실제의 모양을 상기시키듯 돌출된다. 그러면서 움직이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움푹하게 패인 자국을 뚜렷이 남긴다. 조각적인 표현의 하나이지만 이는 긴 시간의 축적과 고통스러운 삶의 행로를 은유한다. 구도자에게는 오랜 시간의 흔적임과 동시에 정신의 깊이를 은유하기도 한다.

움푹하게 패인 자국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물리적인 이미지로 남기는 조형적인 기법이다. 절차탁마의 고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단단한 돌도 뚫을 듯싶은 치열함과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수행과정을 현상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려는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이는 단순히 수행자에게만 국한된 요구는 아니다. 일반인들의 삶의 자세도 수행자와 같은 각성이 필요한 것이고, 이를 통해 삶의 진정성에 대한 이해 및 엄숙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최근 작업 가운데 맷돌을 소재로 하는 작업이 있다. 맷돌의 둥근 형태는 교법을 굴려 중생의 번뇌를 물리치는 불교적인 의미의 법륜과 유사하다. 둥근 바퀴형태의 법륜이나 맷돌은 형태의 유사성과 그 내적 의미를 공유하는데 이질감이 없다. 생활도구인 맷돌은 법륜과 유사한 형태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형의 소재가 될 수 있었다. 끊임없이 돌려야 하는 맷돌 또한 법륜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처럼 현실적인 소재를 빌어다가 사상적이며 철학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 조형어법을 구사한다. 그 자신이 작품 속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 즉 내용은 불교에 바탕을 둔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소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조형적인 소재임과 동시에 대자연의 생명체를 상징한다. 사계절의 순환을 명확히 보여주는 나무의 삶의 방식을 통해 대자연을 지지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 나무와 인간은 수직적인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 따라서 나무가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동일한 존재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의 의인화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어는 나무를 재료로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돌을 재료로 한다. 특히 오석이 가지고 있는 검정색의 광택은 어둠을 밝히는 깨달음의 상징성에 부합한다. 더구나 검정색 목어는 영특한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가진다. 삶 자체가 고행의 연속인 구도자의 참모습이 오석의 목어에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수행의 흔적이 다름 아닌 움푹하게 패인 자국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목어의 이미지는 삶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은유적인 메시지일 터이다.

맷돌에서 착안한 둥근 형태의 작품은 교법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유효한 법륜의 조형화인 셈이다. 그는 여기에서 조형적인 아름다움, 즉 조각으로서의 형태미를 전제로 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붉은 색으로 반야심경의 글귀로 장식한다든가 목어 또는 나무의 형상을 끌어들이는 등 다채로운 조형적인 변주를 모색한다.

그는 어느 작품에서나 연마기법을 적용함으로써 오석의 재질감 및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한다. 오석은 경도가 높은 만큼 조형작업의 난이도가 높다. 일반 대리석이나 화강석보다 몇 배나 힘든 작업공정을 거쳐야한다. 하지만 작업을 완성하고 나면 그만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만족도가 높다. 작품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게 나오는 데도 오석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보령이 바로 오석산지이기에 애향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가 오석작가로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 데는 이러한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오석을 기반으로 하여 자연사상과 불교적인 사상 및 철학에 대한 이해를 조형화하는데 모아진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소재와 아름다운 오석을 재료로 하여 시각적인 아름다움, 즉 조형미를 관철하는데 집중한다.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작품세계는 현대라는 시제와 상관없이 영원성을 중심적인 가치로 내세운다. 다시 말해 돌을 사용하는 조각이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오석의 가치, 그 미적인 가치를 선명히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주부 | Park JuBu

 

개인전 | 9회(뉴욕, 서울, 부산, 안산, 보령, 완주)

 

2020 안산 국제아트쇼 (안산 예술의전당) | 2020 아트셀시 기획 ‘아듀 디스토피아’전 (갤러리 아트셀시) | 2019 문학과 만남전 - 우리의 명작을 미술로 읽다 (문학의집 서울) | 2019 Balchick International Fine ART Exhibition & Creating Work (Lighthouse Golf & Spa Resort) | 2019 제6회 Korea-Romania 국제미술문화교류전 (예술인센타 보다/ 갤러리 탑) | 2019 Boeun International ART EXPO (보은국민체육센타) | 2019 ART Boryeong The Sound of Spring (Gallery 탑) | 2018 제15회 공주국제미술제 야외조각전 (임립미술관) | 2018 제5회 대한민국/루마니아 미술문화교류전 (부카레스트 국립문학박물관) | 2017 중견작가 초대전 (리각미술관) | 2017 Asia Contemporary (Singapore) | 2016 Contemporary ART Show (Hong Kong) | 2015 월간 미술세계 표지작가전 (미술세계갤러리) 외 250여회 참여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충청남도 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외 다수

 

현재 | (사)한국미술협회 | (사)전국조각가협회 | (사)한국석조각협회 | Gallery 탑 대표

 

E-mail | jubup@hanmail.net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1125-박주부 야외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