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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 展
두 개의 깃발
노블레스 컬렉션
2020. 11. 6(금) ▶ 2020. 12. 19(토)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62길 13 | T.02-540-5588
https://noblessecollection.com
영원의 탑_201x136cm(Frame 227x160cm)_Ink,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_2020
두 개의 깃발
이(2)라는 숫자는 친근하다. 하나보단 둘이 좋다는 생각을 유도하기도 하고, 흑백논리나 극단적 이분법적 사고는 부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박민준은 2를 대칭을 상징하는 숫자로 여긴다. 균형을 드러내기 위해 줄타기 이미지에 관심을 두던 시기에서 발전해, 균형보다는 대칭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어떤 행위에든 사고에든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여기던 시기에서 발전해, 결국 삶은 모두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는 새삼스럽지는 않은 발견을 새삼스럽게 극도로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2라는 숫자, 혹은 대칭을 표현하기 위한 삶의 주제는 다양할 수 있다. 삶과 죽음, 음과 양, 암컷과 수컷, 시작과 끝, 빛과 어둠, 작용과 반작용까지. 철학적, 수학적, 생물학적, 정치적으로, 모든 것은 어두운 쪽과 밝은 쪽, 혹은 앞면과 뒷면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박민준은 결국 2라는 숫자는 인간이 아닌가 여겨본다. 두 개로 분리된 개념의 이상적 결합은 완벽해서 신의 영역에 가깝다. 인간이기에 두 개로 나뉘어지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살아가는 과정이 곧 인생이 아닌가 묻는다. 불완전하게 2개로 나뉜 요소들이 완전한 결합을 위해선 연금술에서는 현자의 돌과 같은 중요한 요소가 필요하다. 반면 3이라는 숫자는 완결성을 갖는다. 3이라는 숫자는 신의 영역에 가깝다. 트리니티(서부, 성자, 성신)나 켈베로스(지옥의 문을 지키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삼신불, 세 개의 눈의 인도의 신상, 제주의 삼성혈, 힌두의 3신 트리무루티(브라만, 비슈누, 시바), 삼두신을 떠올린다. 신의 숫자인 3에 비해 2야말로 가장 불완전한 인간다운 숫자는 아닌가 싶어진다.
신념의 탑_201x136cm_Ink,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_2020
전시엔 두 점의 탑 드로잉이 소개된다. 한 점은 <신념의 탑>이다. 인간의 삶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상징화했다. 탑을 쌓을 수 있을만큼 다양한, 인간들이 가지는 어리석은 신념들을 형상화해 묘사하고 있다. 다른 한 점은 <영원의 탑>이다. 균형과 자연, 3이라는 숫자를 상징하는 형상들을 찾아 표현하고 있다. 전시와 함께 소개하는 동명의 소설상에는 사피에르가 그린 그림으로 소개되고 있는 탑 드로잉이다. 소설에서는 실제 그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탑 드로잉 외로 12점의 드로잉을 더 볼 수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은 12개의 달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숫자들이 상징하는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12개의 드로잉을 1년이라는 순환하는 시간에 배치하여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두 점의 조각 중 한 점은 영원의 탑 꼭대기에 있는 인물을 재현하고 있다. 자연을 상징하는 플로라(flora)를 입체로 구현한다. 다른 한 점은 작가가 만든 소설 속에 두 개의 깃발을 들고 있는 인물(깨어나지 않는 아이)을 묘사한다. 이 조각들은 바닥에 반사되며 전시장에서 2개의 상을 만들어 낸다. 이 전시를 관통하는 2라는 상징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전시장 입구에선 2개의 깃발을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깃발을 전시공간에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설 속에서 깃발의 형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작가는 소설 속의 깃발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전시 전체의 총괄적인 의미와 상징들 전달의 목적이라 말한다. 깃발 역시 인간의 숫자인 2와 신의 숫자 3에 관련된 상징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Untitled_70x40cm_Ink and watercolor on paper_2020
Untitled_56x38cm_Ink and watercolor on paper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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