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연 展
갤러리 이즈
2020. 10. 7(수) ▶ 2020. 10. 1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궁궐을 넘은 궁중화
이희연 작가가 〈궁궐을 넘은 궁중화〉 테마로 첫 개인전을 연다. 첫 개인전을 열지만 30년 화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변 작가들에게는 이미 진정한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일찍이 그는 전남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화 작가로 활동해 왔었다. 그런 그가 10년 전부터는 옛 그림 재현에 푹 빠졌으며, 특히 궁중화 재현에 더 큰 매력을 느껴 겸재문화예술 아카데미를 통해 10년간 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나름 옛 그림 재현 작업하는 시간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지만, 몇몇 주변 한국화 작가들은 순수 회화의 길로 들어서기를 줄곧 권유했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옛 그림 희귀본을 찾아 발견, 재현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으며, 어느 덧 재현 작업에 땀과 혼을 실은 지 10년이 되었다. 그가 쉼 없이 옛 그림 재현 작업을 해 온 만큼, 그의 화실에는 작품들이 층층이 쌓였다. 그런데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겸손함에, 그의 작품들은 숨죽이며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야심찬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심하게 엉클어지고, 모두가 작품 감상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 시점에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은 아쉽고 걱정이 된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작가로서의 큰 매듭을 짓고, 다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로써 본다면 일단 그의 첫 개인전은 성공적인 전시회로 간주되는 것은 물론,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아래와 같은 ‘궁중화 시리즈’로만 봐도 충분히 감동적인 전시회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석정절경도〉〈백학도〉〈일월오봉도〉〈십장생도〉〈일월반도도〉〈책거리〉〈백선도〉〈화훼도〉〈모란도〉〈서수낙원도〉 등의 30여점이며, 이 모든 작품들은 비단에 석채를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재현의 의미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원본에 담긴 시대성과 작가정신 등까지 엿보인다. 마치 조선 시대 도화서 화원들의 솜씨와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이상과 같이 이희연 작가는 첫 번째 여는 개인전 임에도 매우 보기 드문 높은 기량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원작을 그려낸 것은 물론, 그 너머의 우리 선조들의 삶, 얼, 멋을 읽어 낼 수 있는 시각정보 자료가 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궁중화 시리즈’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가 재현해 낸 궁중화 대부분은, 민화 작가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재현해 낸 그런 인기 있는 궁중화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신선하다거나 새롭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재현해 낸 궁중화 시리즈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 어느 작가의 재현작보다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즉 그의 궁중화 시리즈에는 진솔함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피나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마치 조선 화원이 되살아나 그려낸 것처럼 원작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궐만 뛰어 넘는 궁중화가 아니라 시대까지 훌쩍 뛰어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궁중화의 진면목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마땅히 전통시대의 모든 것들을 알고 배우고 이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이희연 작가는 조선 시대의 화원들이 오늘날에 다시 살아나 그려낸 것처럼, 조형적, 재료적, 내용적 연구를 훌륭히 실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민화계의 실력자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이에 4차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희망의 에너지와 자부심, 자긍심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어진다. 끝으로 이희연 작가는 2010년부터 우리 겸재정선미술관과 깊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겸재문화예술아카데미 전통민화반 리더로 활동해 오면서 묵묵히 작업에 몰두한 성실한 작가로 인상이 깊다. 아무쪼록 이희연 작가의 첫 개인전에 담긴 정성, 노력, 정신이 온전히 전해져 더욱 높게 비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용권_문학박사 /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1007-이희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