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성 展

 

자연과 인간

 

비_80×40cm_oil on linen_2019

 

 

갤러리 도올

 

2020. 7. 29(수) ▶ 2020. 8. 1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안개 53x33.3cm oil on linen 2019

 

 

임민성이 그린 인물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세상이 만든 미의 기준이 아닌 어느 날 떠오른 추억의 얼굴처럼 아련하게 시간의 흐름은 밑바탕이 된다. 꾸밈없는 최소한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매 순간 달라지는 기억처럼 선명할 것 같지만 흐려지는 것을 알고 기억을 붙들려는 듯 그가 만든 초상은 조용하며 천천히 화면을 응시하게 만든다. 무심코 드러난 눈빛은 선하며 생각나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그림 안 초상을 보며 떠올리지만 쉽게 답하지 못하며 다시 그림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유년시절부터 초상화 그리기를 좋아했다. 왜냐는 물음보다 끌림이 우선인 작품들은 그래서 편안하고 평범함을 자랑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관찰과 형태 잡기 드로잉은 잘 다져진 형상으로 사실적이면서 내면이 포함된 정서가 응축된다.

러시아 레핀아카데미 유화과를 수학하고 돌아온 후 더욱 완숙해진 풍경과 인물 묘사는 친근하며 낯설지 않다. 색채나 형상 면에서 지나침이 없고 정도를 걷는다. 그가 애정 하는 작품 '뒷모습-형상 없는 미술관'은 개인이 살아가는데 쌓이는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에 관한 태도로 얼굴 정면이 아닌 뒷모습이 담겨있다.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느낌도 있다. 두드러짐 없는 얼굴 표정으로 다가오는 전달력은 적극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삶이란 게 좋지만은 않은 일도 있지 않은가. 희로애락이 있는데 대부분의 얼굴 형상은 온화한 편이고 여기에서 만난 인물들을 통해 얻어지는 건 위안이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없었다면 이런 인물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평범함을 전제로 한 휴머니즘의 바탕을 두고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려오고 있다. 아이를 안고 있는 할머니, 임산부인 아내, 붓을 들고 있는 화가 등 이들은 작가의 삶에서 경험으로 연결되거나 만남으로 인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 불특정 속에서 관계의 인과를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그림 안의 사람이 꼭 누구를 지칭하지 않더라도 그의 일상에 어떤 식으로 자리한 존재들이라 볼 수 있겠다. 여전히 고뇌하는 자세로 누드는 데생으로 완성되며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허무가 느껴진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굳이 무엇을 묻지 않더라도 그날의 반성은 이성과 감정이 교차되고 실재가 있다는 전제하에 예술은 많은 것들을 창조시켰다. 존재 여부를 묻는 과정으로 현실과 이미지, 재현의 역사는 그래서 영원하다.
캔버스 안의 이러한 대상들로 인물도 그렇고 풍경의 소재도 진지한 성격이 표현된다. 원근법이 자제된 덕분에 근접된 풍경은 자유롭게 묘사되며 빛은 색채로 살며시 섞인다. 밑그림 없이 대담하게 시작되는 알라 프리마 기법 (alla puima)은 존재를 찾는다. 이걸 포착하기 위해 시도되는 회화 안 밝음과 어두운 면이 교차 편집된 붓터치로 자연스러운 입체 덩어리가 드러나고 공간 안의 어울림은 그 너머로 오는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그리는 행위로써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타인도 언제나 고정된 모습이 아닌 새로운 존재로 조명될 수 있음을 조용하게 평면으로 안내한다. 요즘처럼 개인의 삶을 전제로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 시대도 또 없을 듯하다. 예술의 의미를 목적론과 연결시켜 본다면 이미 과학이 다양한 것들을 증명했기에 사실을 그린다는 건 노동의 결과로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도시화를 이루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기준을 잡고 살 수 있을까. 현대로 접어들며 대상의 본질은 없다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사실을 전달하려는 바람은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로 느낌 같은 것이다. 햇빛이 있기에 잔잔하고 물에 비치는 빗방울을 통해 공간을 보며 상상한다. 시간의 축척과 자연을. 그 속에서 긴밀하게 연을 맺고 살아가는 인간을. 그의 바람은 크다. 자연과 인간을 담으려 한다는 점과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을. 그러한 이유로 그의 작품은 철학적 언설을 대변한 자기 성찰의 결과물이라 말하고 싶다.

 

 

봄길_27×22cm_oil on linen_2017

 

 

뒷모습 - 형상없는 미술관_91x72.7cm_oil on linen_2014

 

 

Nude_70x52cm_charcoal on paper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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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729-임민성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