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민 展

 

○○이 머문 자리

 

○○이 머문 자리 6_acrylic on canvas_130.3x162.2cm_2020

 

 

OCI미술관

 

2020. 6. 16(화) ▶ 2020. 7. 11(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T.02-734-0440~1

 

https://ocimuseum.org

 

 

○○으로부터 만들어진 묶음_acrylic on canvas_90x90cm_2020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푸르고 누런 논밭이 뻗었다. 알 수 없는 농작물이 보인다. 코가 맞닿을 만큼 가깝게 들여다보니 황토색 바탕에 유기체적 형태의 희고 푸른 무늬가 옷감의 패턴처럼 일렁인다. 화면 속 화면에 들어찬 구름은 문득 석고상의 수염 같다.”

하나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다른 이에겐 비극의 현장일 수 있다. 아울러 그러한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제삼자에겐,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장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지가 맥락을 벗고 홀로 서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6월16일부터 7월11일까지 종로구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에서 열리는 송수민 작가의 개인전 《○○이 머문 자리》.

 

OCI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0 OCI YOUNG CREATIVES 여섯 선정 작가가 오는 6월부터 총 약 석 달에 걸쳐 차례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 첫 전시인 송수민의 이번 개인전은 시청각적 경험에서 정황을 걷어내어 순수한 이미지를 유리하는 다양한 과정과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회화 메커니즘 탐구에 힘을 실은 전시이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 맥락에서 포착한 장면들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정황과 기억은 점차 흐려지고, 감회는 퇴색한다. 본 적 있는 풍경도 새삼스레, 낯설게, 색다르게 와닿기를 거듭한다.

인상과 기억은 처음의 그것과 영 딴판으로 멀어지고, 장면은 정황과 유리되어 단지 ‘이미지’로 남는다. 이미지는 이미지 자체로서의 시각적인 감흥을 부르고, 또 다른 이미지로 전이한다. 맥락의 족쇄를 풀고, 이미지의 이미지로 점차 그 순도를 더한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가 단단하게 뒤얽힌 사건이란 광석에서 이미지를 증류해내는 일종의 회화 실험에 몰두하는 셈이다.

식물로 뒤덮인 화면은 대개 녹색 계열의 주조색을 바탕으로, 흰 방울이나 거품, 격자, 시각적 질감을 강렬히 풍기는 다양한 모양새의 구름, 산자락, 바위(혹은 이들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이어진다. 희고 누런 줄기로 거미줄처럼 엮이기도 하고, 화면 속에 또 다른 화면이 나란히 들어차거나 겹치면서 다층적 구조를 획득한다. 어딘가에서 떠오른 크고 작은 흰 방울은 프레임의 경계에 가려지기도 하고, 때론 경계를 넘어 다른 화면으로 자유롭게 넘어간다. 자유로운 화면 분할을 암시하듯 사방으로 구획한 논밭이 들어차고, 그 앞을 사선으로 가르며 누렇게 뻗은 밭두렁은, 땅의 모양새인지 또 다른 화면 구획인지 모호한 모습으로 감상자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한다.

그의 이미지는 자립한다. 이미지가 맥락에서 분가하면, 빈자리는 곧이어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들어찬다. 그의 이번 작업들은, 작업 과정에서 마주친 수많은 청각적 심상들이 빈칸을 채웠다. 이미지가 새로운 이야기를 섭외하고, 그에 영향 받은 이미지가 또 다른 생각을 불러, 새로운 이미지로 전이 혹은 변모한다. 말하자면, 주변 정황과 맥락에 기대지 않고, 이미지 자체로 전면에 나서는 일종의 독립 선언이다.

 

 

밤의 진동_acrylic on canvas_325x391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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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616-송수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