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 展
담유화
토포하우스
2020. 6. 3(수) ▶ 2020. 6. 9(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산동 11길 6(관훈동) | T.02-734-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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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을 떠올리다
담다 · 닮다
사람도 사물도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다
심장 박동이 제 박자를 놓치고 무작정 그 주변을 맴도는 것이 사랑이라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풍덩 빠져드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끝이 어딘지 모르면서 이리저리 휘둘려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와 담쟁이의 교감은 물아 일체라 할 것이다
내 손으로 담쟁이를 심은 적이 있다 흰 벽의 칠이 벗겨지고 얼룩져서 담쟁이를 심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될 거 같아서
그 그림이 완성되기도 전에 나는 그 곳을 떠났다 그 뒤로 담쟁이에게 진 빚이라도 갚아야 할 듯 내 안의 덩굴과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사랑하게 되면 닮아간다고 한다 교감하는 순간들을 파인더에 담으며 닮아가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불굴의 의지, 악착스러운, 고집 불통의 쟁이의 기질, 끝까지 기어오르려는 기상
어느 시인의 미문처럼 함께 가려는 협동심과 투지 그런 것들일까
계절과 계절 사이 담장과 담장 밖 너머로 옹벽에서 흙벽으로
질기고 억척스러운 근성이 어머니의 젖줄에 닿아 있다 줄기와 이파리의 축축한 습지와 그늘은 그 자식들의 이면이다
담쟁이와 벽의 밀착 관계에서 발견하는 형상들은 마치 우리들 얼굴같다. 오래 바라보며 찾아낸 그 표정들이 천태만상이다.
연초록의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앙상한 줄기만 남으면 한 생도 저문다. 생의 흔적이 궤적을 남기는 동안 그 뿌리는 더 깊이 묻혀 새 봄을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순환의 원리이자 흔들려도 뿌리채 뽑히지 않는 인류의 근원일 것이다
허공을 걷고 싶은 자여 어디로 가려는가
그대에게 줄 말은 하얀 백지 위 어설픈 몇 줄
하나의 상에서 갈라져 나오는 상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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