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展
기억 속 풍경
갤러리도스 본관
2020. 5. 13(수) ▶ 2020. 5. 19(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종이 나들이
같은 사물도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개인이 자주 접하게 되는 일상속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감각은 객관적으로 외부의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반대의 경우로 감정 역시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냐에 따라 쉽게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의 모티브를 특별한 순간에서 찾기보다는 소박하고 쉬운 이유에서 시작된 자신의 발걸음이 닿았던 장소와 시선에서 가져온다. 우리가 삶 속에 예술이 함께하도록 하는 일도 일상 속의 취미처럼 생각보다 쉬운 일일 수 있다. 매일 접하는 풍경에 대한 몇 초의 관심과 시각이 다른 특별한 순간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감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이진아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단순히 자신의 스타일대로 다듬어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바라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기억과 연결시켜 그려낸다. 퍼즐처럼 잘게 쪼개진 이미지는 형태마다 다른 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조각은 풍경이 간직하고 있던 분위기에 따라 다른 색과 크기, 밀도로 화면을 채운다. 도시와 자연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물과 식물 끼리 밀집되며 군을 형성하는데 그룹에 따라 다른 색감으로 그려진다. 또한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부분의 경우 채도를 낮추어 파스텔 톤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주관적인 표현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쉽게 몰입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르를 막론하고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시풍경의 이미지는 차갑고 건조하며 무채색 위주의 딱딱하고 부정적인 표현인데 그에 반해 작가가 바라본 도시는 다채로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으며 그 구성물들의 변화무쌍한 활기로 인해 따뜻하게 다가온다. 멀리서 바라봤음에도 들려오는 삶에서 비롯된 소음이 느껴지며 원색 위주의 화면은 해가 지면 드러나는 불빛의 바다처럼 굽이치는 차량의 물결과 네온사인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인공조명을 연상시킨다. 차가운 숲에서 보여 지는 자연풍경의 경우 다양하지만 낮은 채도로 그려진 수풀에서 물기를 머금은 흙과 잎사귀의 꾸밈없는 냉기가 느껴진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자연의 차가움이란 냉담하고 잔인한 자연이 아니다. 명확한 형태를 지녔지만 흐릿한 색의 자연풍경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열기의 부재를 말하듯 도시에 비해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의 정원은 수풀이 바람에 스치며 일으키는 작지만 빠른 속도로 들리는 찰나의 소리처럼 군데군데 높은 채도의 강렬한 색으로 표현되었다. 작가가 그린 이미지들은 현실에서 비롯되었지만 주관적인 감상과 기억으로 빚어졌다. 조각된 풍경은 말 그대로 개인적 감정에 의해 가공되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연상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연으로 이루어진 조각들의 집합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라보는 광경에 따라 가슴 속에 넣어두고 싶은 마음이 바라는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에 직접 다녀갈 수 없는 관념적 공간일 지라도 작가가 섬세하게 설정한 오감으로 느껴지는 작품 전반의 분위기로 인해 관객은 풍경마다 자신이 원하는 활기나 휴식을 찾을 수 있다.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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