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스페이스 초대전

제40회 최경수 展

 

수처락전

 

 

 

잇다스페이스

 

2020. 3. 14(토) ▶ 2020. 3. 29(일)

Opening 2020. 3. 14(토)

인천광역시 중구 참외전로 172-41 | T.010-5786-0777

 

*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2019-100 하늘소리_80.3×149.0cm_혼합재료_2019

 

 

천·지·인(天地人)의 내재율(內在律)을 암시하는 시·공간 조형

-최경수의 작품세계-

 

1. 예술의지(kunst-wollen)의 향방

최경수 작가의 작업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개인 미술사와 한국미술사, 그리고 세계미술사의 노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작가는 많은 시대적 고민과 탐색, 그리고 조형적 실험을 통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일구어 왔다. 1985년부터 여러 그룹전에 참여 이후, 87년의 제1회 개인전은 경북대 재학시절, 청년작가로 바라본 세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출입통제구역과 그림자, 감옥 창살과 낙서, 사회를 바라보는 형형한 눈들, 잘려나간 나무등걸 주위의 수많은 해골 등을 통해 현실 고발과 상황 암시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때의 작품 중에는 <그리고 오늘을 위하여-그 아무것도>라는 제목도 눈에 띄는데, 80년대의 살벌했던 사회를 바라보면서 어찌할 수도 없었던 청년작가의 심리를 반영한다.

이후 94년의 2회 개인전에서는 작업의 모티브와 표현기법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사회적 울분을 삭이고 선회하여 애환과 한의 정서를 신명과 해학으로 풀어낸 한국의 전통미감에 관심을 돌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시기 일련의 작품 명제가 <연결고리 · 맺힘과 품의 공존>이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이후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주제와 함께 가면무나 탈춤사위, 장승문화와 조선민화, 전통문양 등에 스며있는 소박한 기층민중의 신앙과 예술을 탐색하여, 내면에 잠재된 원초적 생명력을 관조하고 그것을 현대적 조형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이 시기의 다양한 조형 실험들, 이를테면, 캔버스나 판넬에 유채와 실크스크린의 기법을 혼융(渾融)한다든가 마티엘 효과를 위해 접착제를 화면에 발라 열을 가하거나 안료(顔料)를 태우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실험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전통적 미감을 여하히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현실화할 수 있을까 고심한 예술의지의 소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작가는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을 연구하며 자연의 섭리와 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희원(希願)하며, 김천의 한적한 백운산 중턱에 허름한 흙집을 구하여 작업실 삼아 현재까지 25년을 살고 있으니, 대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온몸으로 체득해온 보기 드문 작가이기도 하다.

이후, 현재까지 39회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줄곧 한국적 미감의 현대화에 천착해온 작가의 이력을 돌아보면, 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자연 속의 삶과 예술이 그의 예술의지의 향방에서 일련의 정신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와 표현형식을 아우르면서도 묵묵히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정신세계의 조형화에 매진해온 작가의 작업은 그동안 여러 국제전에서도 주목받게 되는데,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위시하여 중국의 서주, 북경, 광주, 위해, 대만 전시를 비롯하여 일본의 동경, 센다이전, 히로시마전, 인도 콜카타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전, 이탈리아 밀라노전, 프랑스 루브르전,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아트페어, 마이애미 스펙트럼전, 우즈베키스탄의 타쉬겐트전 등의 다양한 국제전시에 초청되기도 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예술의 세계화와 다변화 현상 속에서도 그만큼 한국의 정체성을 담지(擔持)하는 예술이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2019-175 하늘소리_116.7×381.5cm_혼합재료_2019

 

 

2. 천·지·인의 내재율

동양 문화권에서, 또한 한국에서 전통으로 전해지는 삶과 예술의 핵심이 되는 이념은 천지인 삼재(三才) 사상과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이다. 즉 하늘과 땅과 인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음양의 조화원리에 의해 오행으로 운용된다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과거 한국인들은 삶 속에서 대자연의 순리와 섭리를 존중해왔고, 그 같은 이념은 예술 사유의 근간(根幹)을 이루며 모든 장르의 예술에 투영되어왔다.

작가는 후기 현대 산업사회의 번다한 상황을 뒤로하고 산중생활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천지인의 대자연 섭리를 실제 삶 속에 체득하면서 지금까지 예술로 승화시켜가고 있다. 그의 아호는 경천(擎天), 택호는 항소재(恒素齋)인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하늘과 땅과 더불어 항상 깨끗함과 바탕을 갖추며 살고 또 그런 예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가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산속에 살면서도 그는 홍익대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서 부단히 한국적 전통과 그 미에 대하여 연구하였으며, 현재까지 경북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다.

2020년 현재까지 수 많은 작품들의 명제가 <하늘소리>이고, 드넓은 창공과 대지 위의 나무들, 인간의 실루엣과 그 앞에 놓인 찻사발이나 청화 백자주병, 고 신라 토기 등, 한국의 문화재급 그릇 속에 담긴 하늘소리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투영해내고 있다. 90년대 이후, 장식적인 공간운용이나 기하학적 색면(色面)을 배경으로 하여 평면적으로 포치(布置)되었던 목어, 수막새, 탑, 전통문양 등의 이미지는 후대에 오면서 분방한 필획(筆劃)이나 해체된 서체와 더불어 천지인의 기운과 내재율을 암시하고 투영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특히 화폭 속에 늘 등장하는 막사발이나 목어 등의 이미지는 하늘소리를 담아내는 ‘지상의 삶’의 탁마(琢磨)와 ‘맑게 깨어 있음’의 알레고리로도 읽힌다. 그의 화폭에는 한국문화사의 시간의 지층이 암시적으로 깔려 있으며, 바람 소리와 물소리, 해와 달과 별, 소나무와 구름 등, 현실 공간에서 만나는 자연소재들이 ‘지상의 그릇 하나’ 속에 담기듯, 차 생활 속의 마음자리가 천지인의 기류 속에 소통하는 듯한 그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에게 화폭의 공간은 우주적인 공간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원형 캔버스를 쓰기도 하고, 삼면화나 사면화와 같은 판넬이나 캔버스의 뒷면을 이용한 작업에 삼라만상 형상의 단초(端初)들이 떠올려 보여 지기도 한다.

작가는 한때, 전각 작업과 돌조각, 목어 조각 등으로 목리(木理)와 석리(石理)를 읽어내며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2000년, 청년 작가상 수상 기념전 및 2001년 7회 개인전). 이를테면, 다양한 나무들과 돌들이 품고 있는 이치와 결기(決氣)를 읽어 그에 부합하는 형상의 단초들을 불러내는 일인데, 천지간 기운을 체득해온 작가의 작품들은 남다른 개성이 돋보이기도 하였다. 이 같은 다양한 작업은 서예와 회화와 조각, 그리고 도자기 등의 공예를 아울러 습득해온 그의 이력을 보여주기도 하며, 수묵의 필묵(筆墨)과 발묵법(潑墨法)뿐만 아니라 유채, 아크릴, 혼합매체 등을 자유자재로 운용해온 조형실험의 소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작가로서 그가 반평생을 부단히 지향해온 “자연 속 자유인으로서 천지인 소통의 언어로 탁마해온, 원초적이며 무형식적이지만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세계에 도달하는 일”(작업일지)이다. 요컨대 그의 모든 조형실험과 매체실험은 바로 이 같은 열망 속에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진다.

 

3. 서화와 공예를 아우르는 형상화의 토포스(topos)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이 작가가 지향해온 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23.5센티미터 크기의 작품 150여점이 15미터 한 벽면을 채우고 있는데, 송판에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조합토로 구운 다양한 모양의 다기 및 막사발과 물고기가 부착되어 있다. 천지간의 기운과 하늘소리를 담고 있는 그릇들과 물고기는 항상 맑게 깨어 있기를 염원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투영한다.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연결하여 파노라마식으로 설치된 작품의 배경에는 오방색의 담채와 우주 만다라의 기호들, 즉 원과 네모와 삼각형으로 하늘과 땅과 인간을 상징하는 도상들이 여백의 울림을 증폭시킨다. 서화와 공예를 아우르며 천지인의 조화를 구현한 작업이다. 이외 삼합지 위에 먹과 아크릴로 그린 80호 20여점이 설치되고, 4미터 20센티미터 작품 세 점, 2미터 세 점이 각각 연속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전체 명제는 ‘수처락(隨處樂)’전이다. 산속에서 대자연의 내재율과 리듬에 따라 삶을 즐기며 작업해온 작가의 마음자리, 그 정신적 토포스(처소 處所)를 암시하는 명제이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와 함께 상형문자의 서체를 변형하거나 파서(破書)하여 수묵(水墨)의 획선(劃線)과 획면(劃面)을 혼융함으로써 심상풍경의 의미층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를테면, 청산의 기운이나 바람결, 달빛, 빗방울 소리, 삶의 자리 등을 형상화하기 위해 山, 川, 風, 門, 月, 雨, 田, 日, 人 등의 한자 서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아크릴과 먹을 함께 쓰면서 수묵의 발묵효과를 직관적인 요소로 운용하고 있는데, 시원한 여백의 울림과 함께 일필휘지의 소략한 묵선들이 ‘수처락’의 예술의도를 감지케 한다. 또 한편 세필로 정교하게 묘사한 전통주병이나 다기 등의 고색창연한 기물들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 속에 면면히 새겨진 시간의 지층을 일깨우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시공간의 토포스로 유도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품들은 한국의 전통 자기나 토기의 아름다움과 서예술(書藝術)이 품고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이 한 화폭 속에 종합적으로 구현된 작품들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한국적인 것의 현대화’라는 것은 학술적으로 돌아보더라도 난제(難題) 중의 난제이다. 우선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개념을 정리하기도 힘들거니와 그것을 오늘날의 감성과 조형으로 가시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소재주의에 빠질 수도 있고, 때론 너무 멀리 확충(擴充)하여 오히려 서구적인 것에 영합하면서 포장에 급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가의 작업에서는 오랜 연륜만큼 그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내공이 느껴진다. 이번 40회 개인전까지 줄곧 하나의 화두(話頭)를 잡고 매진해온 작가의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 자신의 말대로 ‘개성적인 자신만의 언어와 예술유희’를 찾아가는 노정(路程)에서 부디 특별한 경지의 예술경계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미진(미술평론가, 미학박사)

 

 

 

 

 
 

최경수

 

경북대/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 39회

 

2000청년작가상 등 공모전 45회 입상

 

그룹 및 기획 · 초대전 500여회 출품

 

현재 | 한국미술협회 | 이상회 | 일본 국제화가전 | 국제예술교류협회 |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 | 경북대학교 출강

 

E-mail | hangsoj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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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314-최경수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