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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ion-Creation 展
조재영, 박세윤
갤러리마크
2020. 3. 5(목) ▶ 2020. 4. 17(금) Opening 2020. 3. 5(목) pm 5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20길 3 B2 | T.02-541-1311
Abstraction-Creation : 박세윤. 조재영 2인전
박세윤과 조재영은 오늘날 현대 추상 조각의 조형적 가능성과 비전을 개성 넘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지난 세기 예술사의 가장 큰 획을 그은 추상 예술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역사적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추상이 하나의 새로운 예술사조로 급부상하던 1930년대 파리에서 결성된 앱스트랙션-크리에이션(Abstraction-Creation)은 이후 현대 추상미술의 전개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그 자신의 단체명에서처럼 추상 미술의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하였다. 대상의 재현적 형상성을 간결·단순화하는 방식[abstraction]과 순수 기하적 형태 요소를 조합하여 창조하는 방식[creation]이 그것이다. 추상 미술의 전위적 포화가 한 세기를 풍미한 오늘의 시점에서 그들의 전략은 이 한국의 두 젊은 조각가들에게도 여전히 뜨거운 예술적 화두이다.
박세윤은 구체적인 대상의 본질적 조형 요소를 추출하여 이를 극도로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건축가로서 오랜 경력을 거치면서 일차적인 기능과 용도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했다. 이 버거운 실용적 책무를 벗어던지고 대상의 조형적 요소 그 자체에만 자신의 열정을 집중하고자 박세윤은 조각의 길을 택하였다. 기능적·공학적 요청을 걷어내듯이, 그는 대상의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간결한 모듈로 치환하여 추출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작가는 빛과 어둠에 대해 오랜 기간 관심을 두고 있기에 이 추상화 작업의 대상으로서 나무의 자연적 형상을 택하여 집중적으로 작업한다. 나무는 태양빛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종합적 유기체로서 뿌리, 가지, 새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형적 다채로움을 한 몸에 보여준다. 박세윤은 이 복합적 구조체의 조형적 본질을 지향한다. 그는 나무의 시지각적 형상에서 유연하고도 절제된 선과 면, 효율적으로 할절된 공간, 프랙탈적 확장 등의 순수 추상적 요소를 추출해 내었다. 표백된 나무 펄프처럼, 나무의 형형색색은 작가의 손을 통해 고도로 추상화된 유닛의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개별 선반 위에 각각의 작품을 올려놓음으로써 그의 작업 과정을 집합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대형전시 작품은 그의 예술적 탐구가 어떤 서사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전개해 보일 것이다.
조재영의 접근 방식은 박세윤과 시작점을 달리한다. 박세윤이 유기체의 본질적 조형 요소를 찾아내어 이를 추상화한다면, 조재영의 작품은 이미 추상화된 유닛을 덧대어나가면서 형상을 재-창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조재영의 몬스터(Monster) 연작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한 지점들을 가시화하기를 선호하는 그의 작품은 항구적인 조각이라기보다는 조형적으로 변형되는 과정 그 자체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카드보드지로 제작된 몬스터들은 습도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변형되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를 잘라내고 덧붙이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이를 통해 조재영의 추상적 유닛들은 초기의 단순한 기하구조에서 보다 바이오몰픽(biomorphic)한 형상으로 거듭나고, 바퀴를 달린 지지대를 통해 능동적인 생명의 움직임을 지속해 나간다. 이를 통해 최초의 반듯한 기하학적 질서는 교란되고, 느슨한 관계망과 시각적 불확실성을 횡단하는 몬스터가 탄생한다. 고도로 단순화된 추상 요소들이 조합되어 촉각적으로 증식하고 전이하는 그 순간, 작가는 유기체와 무기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추상 조각의 조형적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다.
말과 정치가 조형적 고민보다 앞서 달리는 현대 미술계에서, 박세윤과 조재영 두 작가가 실천하는 조형적 탐구는 지극한 근원을 향하고 있다. 순수한 색과 면들이 다양한 앵글을 통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그들의 조각은 추상예술의 탄생한 한 세기 전 어느 시점보다도 더 먼 과거형 미래를 지향한다. 박세윤의 앱스트랙션과 조재영의 크리에이션이 어떤 지점에서 서로 교차하거나 혹은 원환적 만남을 가질지 앞으로 기대해봄직하다.
-송진협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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