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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영 展
꿈꾸는 정원의 물고기 Fish in the Garden of Dreams
Nocturne 206_2020
금호미술관
2020. 2. 27(목) ▶ 2020. 3. 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8 | T.02-720-5114
Nocturne 207_2020
꿈꾸는 정원의 물고기
소멸(消滅)한다 함은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것은 대자연이 실행하는 가장 완벽한 섭리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예외없이 적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소멸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데 소멸현상이 품고 있는 역설적 의미는 그것이 생성(生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소멸하는 모든 것은 생성이 전제되어 있을 때 가능하며 역으로 생성하는 모든 것은 소멸의 과정을 행하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소멸과 생성은 다르지 않은 현상이자 하나의 순환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순환의 과정에서 에너지의 이동이 일어나며 형상이 바뀔 뿐이다.
소멸판법이란 문자 그대로 한 장의 목판 표면을 계속해 깍아내면서 그 과정을 종이에 찍어냄으로써 작업을 완성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즉 제판 과정과 프린팅 과정이 하나의 판 위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작품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마지막 프린팅을 끝내고 남은 판면은 마치 풍우에 깍인 곳간의 문짝처럼 앙상한 몰골을 지니고 쌓여있다.
‘판을 먹고 태어난 판화'로서 품은 독특한 물성(物性)을 드러낸다. 이는 여러차례의 프린팅 작업에 의해 올려진 물감 층이 만들어 낸 효과인데 마치 회벽의 표면과도 같이 거칠다.
작가는 자신의 판화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소재로서 물고기와 꽃 그리고 나무와 낙엽등을 등장시킨다. 이 미물들은 유한한 시간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화면에 등장하는 이 미물들은 서술적 상황을 나타내지도 않고 장식적인 패턴으로 그려져 있다. 나아가 물고기는 숲과 산의 공간을 유영(遊泳)하고 있으며 때로는 흩날리는 낙엽이나 또는 여유롭게 줄지어 내리는 빗방울과 어울리기도 한다. 작가는 다소 서정적이고 의인화되어 있는 물고기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어떤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글, 김영호(미술평론가) 중에서..
Nocturne 208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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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0227-허은영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