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란 展

CHOI HYE RAN solo exhibition

 

Gaze Back : 다시 마주하는 시선

 

relocation-29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0

 

 

금보성아트센터

 

2020. 2. 25(화) ▶ 2020. 3. 7(토)

Opening 2020. 2. 28(금) pm 4-6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blog.naver.com/kimboseong66

 

 

relocation-6_77.5x77.5cm_oil on canvas_2012

 

 

물신의 거울, 스마트폰과 쇼윈도

 

작업에 요구되는 조건이 여럿 있지만 그 중 핵심적인 것으로 치자면 동시대성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동시대의 지배적인 지식체계며 인식체계를 비롯한 인문학적 배경과 문화현상으로부터 취해진 전형 곧 시대적 아이콘을 작업에 반영하는 것이다. 최혜란은 시대적 아이콘으로서 스마트폰을 주제며 소재로 취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경우로 보인다. 세속적인 표현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치고 늦은 시작은 없다는 말이지만, 시의 적절한 주제로 시작하는 것은 절반의 성공에 견줄 만큼 결정적이다. 시대를 읽는 감각 레이더가 곧추 서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흔히 스마트폰은 소통환경의 혁명에 비유된다. 저마다의 취향에 맞춰 내려 받은 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손안에 구축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구축된 수중의 세계는 진정 세계가 축약된 것이며, 덩달아 사용자 또한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인가. 겉보기에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가장자리 쳐진 체계 내에서의 일이며, 그 마저도 세계의 구축에 동참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한갓 정보 소비자의 행태에 가깝다. 장 보들리야르는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하고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했다. 혹자는 주체적인 소비자며 경우에 따라선 시대를 견인하기조차 하는 능동적인 소비자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 역시 좀 더 큰 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틀은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물신이다. 소비자는 결코 물신이 그어놓은 금을 넘어설 수가 없다. 여기서 다시 주체는 상품 속으로, 기호 속으로, 이미지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 보들리야르의 말을 되새길 일이다.

 

 

relocation-12_90.9x65.1cm_oil on canvas_2013

 

 

어느 날 최혜란은 내려 받은 앱들이 아이콘으로 떠 있는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에 비친 자기 자신과 대면한다. 그리고 불현듯 자신이 구축한 세계 속에 정작 자신이 들어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비치는 것은 거울의 속성이다. 핍진성 곧 영락없는 닮은꼴이 주체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착각이며 허구를, 욕망이며 함정을 되돌려줄 뿐이다. 그렇게 작가는 스마트폰에서 구축되는 주체가 아닌 소비되는 주체를 본다. 그리고 관심의 축이 스마트폰에서 거울로 옮아가고 확장되고 심화된다. 액정화면에 비친 자신과의 조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체가 없으면 상도 없지만, 여하한 경우에도 거울에 비친 상은 상일 뿐이며 이미지일 뿐이다. 이렇게 작가는 밑도 끝도 없이 반영하고 반영되는 반영놀이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다. 이를테면 쇼윈도 안에 진열된 마네킹과 쇼윈도 바깥에 기대선 바이크 그리고 쇼윈도의 표면에 비친 고개 숙인 남자나 선남선녀들은 실체인가 아니면 이미지인가. 마네킹도 바이크도 고개 숙인 남자도 모두 그 자체로는 실체들이지만, 쇼윈도가 매개가 될 때 이 실체들은 이미지로 화한다. 쇼윈도는 물신의 거울이고 욕망의 거울이다. 그 거울은 실체(혹은 주체)를 산산조각 내 흩어지게 하는 대신 핍진성 속에 가둠으로써 사라지게 한다. 욕망을 눈앞에 보는 것 같고 붙잡은 것 같지만, 정작 그렇게 붙잡힌 것은 욕망이 아닌 욕망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상을 어떻게 실체로서 거머쥘 수가 있을 것인가. 상은 상일 뿐.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이렇게 작가는 스마트폰의 액정화면 속에, 그리고 쇼윈도의 표면에 미끄러지는 반영상들 속에 오버랩 된 물신을 예시해준다.

 

고 충 환

(Kho, Chung-Hwan 미술비평)

 

 

relocation-18_97x162.2cm_oil on canvas_2014

 

 

Gaze Back : 다시 마주하는 시선

 

쇼윈도는 극단의 자본주의 눈이고, 쇼윈도의 유리벽은 상이 맺히는 망막이다. 보는 주체는 인간만의 것은 아니며 전달 매체 쇼윈도 또한 우리를 본다. 그것의 연장선에서, 자본주의 눈이 우리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것 또한 관찰당한다.

 

우리는 늘 쇼윈도의 유리벽을 바라보면 소비의 욕망을 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인상을 그린다고 할 수 있다. 망막(쇼윈도)에 비친 그림 속 대상은 망막을 뚫지 못한 체 부유한다.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과 쇼윈도, 대상의 삼각관계는 만화경처럼 확장된 공간을 만든다. 욕망의 거울에 비친 허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쇼윈도)은 끊임없이 확장되지만 닫힌 공간이다. 망막의 유리벽을 표현함에 있어서 차갑고 단단함의 극사실 기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촉각적으로 차가운 화면의 질감이 소비와 욕망으로 인해 소외당한 우리를 형상과 구성, 촉감으로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마네킹과 인물의 중첩되는 구성은 관람자들에게 누가 마네킹이고 사람인지, 누가 쇼윈도 안 혹은 밖에 위치하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처럼 현시대에 우리(관람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어떤 것이 마네킹이고 어떤 것이 사람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작품에 나타나는 시선 또한 구분되지 않는다. 마네킹과 인물의 시선은 마치 서로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분산되어 관람자를 향하기도 한다. 마네킹의 시선은 인물의 시선과 중첩되고 교차하며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는 관람자의 시선을 모호하게 한다. 동시에, 작품 안의 마네킹과 인물을 마주하는 관람자는 쫓기는 시선과 함께 그들의 관계를 자신의 표상처럼 느끼게 된다. 어느 시선 하나 분명하진 않지만, ‘마네킹-인물-관람자’ 이 세 개의 시선은 동일하고, 그들의 표상 또한 같다.

 

 

relocation-21_45.5x65.1cm_oil on canvas_2016

 

 

세 시선(마네킹-인물-관람자)은 작품의 표면을 구분하는 유리벽으로 인해 나눠지고 다시 합쳐진다. 관람자는 작품에 자기 자신의 모습이 살짝 얼비춰 보이기도 하고 마네킹과 인물의 모습과 함께 섞이기도 한다. 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무비판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작품의 쇼윈도는 현대사회의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현대인을 말한다.

 

작품의 반짝거리고 매끄러운 표면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는 위태로운 시뮬라크르와 같다. 이러한 반들거리고 붓 자국 하나 없는 매끄러운 표면의 모습은 현대 소비사회와 회화의 역설적인 관계를 보인다. 안팎이 구분되지 않은 사물, 마네킹, 인물의 위치와 중첩되는 시선과 같은 모호한 모습은 현대사회와 하이퍼 리얼리즘의 모순적인 관계와 같다.

 

여러 레이어가 중첩되는 평면 작업 <relocation> 시리즈에서 확장되어, <The Virtual Window> 시리즈 또한 입체적으로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확장된 시각과 시야를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간의 눈을 통해서 보는 안경, 베냐민의 사진술, 포토샵, 영상, VR 등은 단순히 보고자 하는 욕구를 위한 매개체일 뿐 이다. 나의 주체는 화가이고, 이러한 매개체는 인간의 시각과 시야를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써만 사용될 뿐이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매체의 발전으로 확장된 공간과 시각이 해체되고 다시 뭉쳐져 새로운 시각이 탄생했는데, 이것을 평면 혹은 설치를 통해 관객에게 좀 더 쉽게 말하고자 한다. 궁극적인 것은, 어떤 매체를 사용하던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확장된 시각과 시야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최 혜 란

Choi Hye Ran

 

 

relocation-25_90.9x60.6cm_oil on canvas_2017

 

 

relocation-26_80x200cm_oil on canvas_2018

 

 

relocation-27_33.4x53cm_oil on canvas_2019

 

 

relocation-28_162.2x130.3cm_oil on canvas_2019

 

 

Visions of Relocation_40.3x75cm_oil on canvas_2017

 

 

최혜란 작가

 

 

 

 

 
 

최혜란 | CHOI HYE RAN

 

201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수료

 

개인전 | 2020 ‘Gaze Back_다시 마주하는 시선’,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서울 | 2019 ‘Visible or Invisible_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반쥴-샬레(BANJUL-SCHALE) 초대전, 서울 | 2018 ‘In the space of virtual image_허상의 공간 안에서’, BGN gallery 초대전, 서울 | 2017 ‘Constant Gaze’, Seloarts&C 초대전, 서울 | 2016 ‘Our absence’-우리의 부재, Art space 수다, 방 초대전, 서울 | 2015 ‘overlapping observation’, 갤러리다온 초대전, 서울 | 2013 ‘Digitopia’, 화성시문화재단,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공모, 화성 | 2013 ‘The Disordering’,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3> 작가공모, 산토리니서울, 서울 | 2013 ‘Mirrored Fiction’, THE K gallery 작가공모, 서울

 

그룹전 | 2020 ‘The virtual window’-박사학위청구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제1관, 서울 | 2019 ‘한성백제 송파미술제’, 예송미술관, 송파미술가협회, 서울 | 2019 ‘B-side’, 가고시포갤러리, 서울 | 2018 수원미술재단주최 ‘신들의 정원-조선왕릉’展, 행궁길갤러리, 수원 | 2018 삼성바이오에피스 후원 ‘Fantastic Voyage’,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_HoMA, 서울 | 2018 ‘예술을 품다’, 예끼마을갤러리, 안동 | 2018 ‘5 Young Artists展’, 금산갤러리, 서울 | 2018 ‘A1 신진작가전’,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 2017 경기문화재단후원 ‘Inter:view 展’-한&독 교류전, 갤러리 27(경기도사립미술관), 의왕 | 2017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10주년 최다참여 특별초대전, DDP, 서울 | 2017 ‘Pittura 展’, Gallery Cafe ONUE, 서울 | 2016 ‘I was here 展’-세계문화유산 한&독 교류전, Galerie der HBK saar, 자르브뤼켄(독일) | 2016 ‘기억역사-지워진 기억 남겨진 역사’, 수원시미술전시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Ⅱ, 수원 | 2016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DDP, 서울 | 2016 ‘이도공간 展’, 갤러리일호, 서울 | 2016 ‘고등동 19-1번지’, 수원미술전시관, 수원 | 2015 'Record 2015 展', 남산갤러리, 서울 | 2015 ‘문화예술축제-2015 차 없는 거리 미술展’, 센트럴파크 앞 도로구간, 화성 | 2015 ‘STEP UP展’-기획초대전, LINA gallery, 서울 | 2015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284, 서울 | 2015 ‘불취무귀展’-세계문화유산교류프로젝트, 수원화성박물관, 수원 | 2015 ‘To My Family 展’, 현대예술관 미술관, 울산 | 2014 ‘gran poeta:시선’, 기획초대전, 아트센터피플러스, 서울 | 2014 ‘A1 신진작가전’,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 2014 The Cat Street Gallery, 홍콩 | 2014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 2014 ‘카오스 속에 핀 코스모스’-세계문화유산교류프로젝트, 팔달구청, 수원 | 2014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284, 서울 | 2014 ‘A1아트오피스 선정작가’-윈도우 전, 에이원아트오피스, 성남 | 2014 ‘일파만파’, 수원일파문화공간, 수원 | 2013 ‘KOREA TOMORROW 201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 2013 ‘수원화성 2013’-세계문화유산교류프로젝트, 수원화성박물관, 수원 | 2013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284, 서울 | 2012 ‘지우다’-초대기획전, 아뜰리에35, 화성 | 2012 ‘인사미술제’, (사)인사전통문화보존회 아라아트미술관, 서울 | 2012 ‘AHAF HK PREVIEW EXHIBITION’, 금산갤러리, 서울 | 2012 한국미술대학원생 신예유망작가 기획초대전, 우림화랑, 서울 | 2012 ‘하마하마_waiting for fame’, 수원시미술전시관, 수원 | 2012 중국미술협회주관 기획초대전, 우백령미술관, 대만 | 2012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284, 서울 | 2012 ‘뉴웨이브 展’, 갤러리그림안, 서울 | 2011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졸업전시회, 갤러리라메르, 서울 | 2011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HoMA, 서울 | 2010 ‘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울

 

수상 | 2012 제16회 나혜석미술대전 최우수상, 수원시미술전시관 | 2012 제13회 신사임당미술대전 특선, 강릉문화예술관 | 2012 제14회 단원미술제 특선, 단원미술관 | 2012 제46회 국제문화미술대전 동상수상, 서울메트로미술관 | 2011 제15회 나혜석미술대전 특선, 수원시미술전시관 | 2010 제14회 나혜석미술대전 특선, 수원시미술전시관

 

책, 언론매체 수록 | 2011 김경은, 『여자의 인생이 누려야 할 65가지』, 에이미팩토리, 2011. | 2017 Hidden hero 인터뷰 소개, BIZart_8월호 Vol. 44 | 2017 조선일보 아시아프 최다참여작가 인터뷰 소개, 2017.8.4.

 

아트페어 | 2019 캠퍼스 아트페어 <Campus Art Fair 2019>, 홍익대학교 HoMA, 서울 | 2018 PINK ART FAIR 2018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호텔, 서울 | 2017 SPOON ART FAIR 2017 영아티스트 특별전, 킨텍스, 일산 | 2017 AHAF SEOUL_ Asia Hotel Art Fair, Grand Intercontinental Seoul Parnas Hotel, 서울 | 2016 SPOON ART FAIR 2016 영아티스트 특별전, 킨텍스, 일산 | 2016 AHAF SEOUL 2012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JW메리어트호텔, 서울 | 2016 제 34회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 2015 SPOON ART FAIR 2015,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HoMA, 서울 | 2015 경기도뮤지엄문화축제, 경기도박물관 매홀창작네트워크, 안산 | 2015 AHAF HONG KONG 2015, 마코폴로호텔 & 하버시티, 홍콩 | 2014 AHAF SEOUL 2014,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롯데호텔, 서울 | 2014 제 32회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 ​2014 BUSAN ARTSHOW, BEXCO, 부산 | 2013 Worlds Apart Art Fair, Conrad Centennial Hotel, 싱가포르 | 2013 AHAF HONG KONG 2013,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만다린오리엔탈호텔, 홍콩 | 2012 AHAF SEOUL 2012,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작품소장처 | 수원미술전시관 | 오페라갤러리 | THE K gallery | 갤러리정미소 | (주)SAC | MACALLAN 외 개인소장

 

Blog | ranuit.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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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225-최혜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