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띠그림전 쥐

 

장우성, 김상철, 박방영, 김경란, 유민석, 박경묵, 김민지

 

 

 

 

2020. 2. 19(수) ▶ 2020. 4. 19(일)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85 | T.031-637-0032/3

 

www.iwoljeon.org

 

 

장우성作_무인지경43×37.5cm_종이에 수묵_연도미상

 

 

그림 속의 쥐

 

생태학적으로 쥐는 약 3,600만 년 전 등장했을 만큼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도 가장 번성하고 있는 동물로 그 종류만도 약 1,800종에 달한다. 외모, 습성, 서식장소도 다양하다. 사람에게 있어서 쥐는 유익한 동물은 아니다. 비위생적이고, 병균을 옮기며, 물건을 갉아먹고, 음식을 훔치는 특유의 속성 때문이다. 다만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도 크지만, 현대에 와서는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실험용 동물로 이용되며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쥐이지만 미술에서 쥐를 제재로 다룬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동서양 모두 마찬가지인데 앞서 언급한 쥐의 부정적인 측면이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물론 쥐에게도 좋은 상징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쥐는 많게는 1년에 6-7회, 적게는 2-3회 출산하며 1회에 6-9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높은 번식률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저축에 능한 속성 덕분에 재부(財富)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행동이 빠르고 영리하기 때문에 드물게는 정보통, 해결사로 표상되기도 했다. 실례로 쥐는 달걀을 운반할 때에 두 마리가 협력하기도 하는데, 한 마리는 앞발로 달걀을 끼고 다른 한 마리는 꼬리로 감아 옮기는 영민함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한 번 알아둔 통로는 반년 동안 기억하며, 사람의 말도 10마디 정도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좋다고 보기 어려운 외모 때문에 그림의 제재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다. 중국 명明나라의 5대 황제인 선덕제宣德帝(재위 1425-1435)의 <과서도瓜鼠圖>, 조선의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초충도草蟲圖》,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화훼영모화첩花卉翎毛畵帖》 가운데 <서과투서 瓜偸鼠> 등 길상적吉祥的 동식물을 집성, 조합한 초충도草蟲圖류의 회화 외에는 거의 그려진 바 없다. 즉 주로 복을 구하는 장식적, 기능적 목적의 그림으로 제작되고, 존재했던 셈이다.

 

 

 

김상철作_부부_한지에 수묵담채_70×100cm_2020

 

 

그렇지만 동물로서의 쥐가 아닌 신으로서의 쥐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의 구성원으로서 많이 형상화되었다. 십이지는 고대부터 중국, 한국, 일본, 이집트, 인도, 바빌로니아, 베트남, 멕시코 등 동서양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던 시간의 개념이었다. 중국의 경우 각 시간대를 표시할 때 특정 동물로 표현했고, 이것이 십이지신 이미지의 기원이 되었다. 여기에 기원전 4-3세기 무렵인 전국시대戰國時代에 각 동물에 12가지 방향의 개념이 결합되었고, 해당 방향을 지키고 보호하는 새로운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각 시간을 상징하던 동물들이 방위신方位神이 된 것이다. 이후 당대唐代인 8세기경에 이르면 머리는 동물,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십이지신으로 탈바꿈한다. 때로는 관리의 옷을, 때로는 무장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각 동물 모양의 관모官帽를 쓴 사람 모습의 십이지신도 나타났다. 점차 동물에서 인간에 가까운 신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모습의 십이지신상이 만들어졌다. 머리는 동물,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십이지신이 돌에 새겨져 무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통일신라시대 김유신金庾信(595-673)의 묘에서 그 초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무덤을 장식하는 한편 지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다수의 고분에 십이지신이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신앙에 흡수되어 불교회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십이지신 가운데 쥐는 시간으로는 자시子時인 23~1시, 즉 오후 11~새벽 1시, 방향으로는 정북正北 쪽을 상징하고 수호한다. 쥐 자체의 속성상 많이 형상화되지 않던 상황 속에서도 십이지신에 포함되어 그 이미지가 다행히 많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쥐는 미키마우스(Mickey Mouse)나 제리(Jerry)처럼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캐릭터로 변형된 경우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미술품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미술에 있어서 제재의 폭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 넓어졌음에도 그 인기가 낮은 셈이다. 그 이유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위생적이고, 병균을 옮기며, 물건을 갉아먹고, 음식을 훔치는 속성 등 부정적인 면이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시대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쥐 캐릭터의 귀여운 모습 혹은 다산, 풍요로움, 영민함의 상징에 초점을 맞추어 쥐를 다루기도 하고, 인간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기 위해 그 부정적인 부분을 비유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우리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박방영作_서(鼠)_32×34cm_장지에 혼합재료_2020

 

 

 

김정란作_子, 이다 191×65cm_비단에 채색_194x63cm_2019

 

 

 

유민석作_제리에게 비밀이 생겼어_HE GOT SOMETHING_53×33.4cm_Oil on canvas_2020

 

 

 

박경묵作_서화우도(鼠和牛圖)_20.5×29cm_화선지에 먹, 채색_2020

 

 

 

김민지作_Dreamcar NO-017_Mors 16HP Limousine(1902)_25.8×17.9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0219-2020 띠그림전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