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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학 展
갤러리 이즈
2020. 2. 12(수) ▶ 2020. 2. 18(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김임학 의 작품세계 '흔적'에 대하여
다른 무엇보다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평생 붓을 놓지 않았지만 나이 50 후반에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있다. 물론 늦깎이로 개인전을 여는 것이 자랑스럽거나 특이할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글의 첫머리에 이 같은 대목을 서술하는 까닭은 그동안 김임학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에서 가장으로서의 성실성과 진솔함,그리고 화가로 남기위한 집요한 작가 정신의 양면성을 간접적으로 잘 반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번 개인전을 통해서 발표하는 그의 작품들은 중앙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32년간 틈틈이 그린 유화작품 중에서 일부를 선별한 것이다. 출품작 중에서 자화상 과 아내, 제자를 그린 몇점의 인물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야외스케치 현장에서 전원 풍경을 재현한 구상회화들이다.
그가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한국풍경화가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프로필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자연을 아틀리에(atelire)삼아서 계절의 운치를 교감하며 주변 풍경을 묘사하는 전통적 사생(寫生)방식은 김임학 작품에 영향을 주고 '흔적'(痕迹)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제 1단계 의 모색기로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의 사계가 펼치는 자연의 향연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의 외관을 관찰하였고 점진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남겨놓은 계절의 가변적 현상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조형관점을 유화의 임파스토(imposto)와 글레이즈 중색 기법을 복합 활용하여 밀도 깊은 화면 구성으로 연마하고 발전시켜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같은 조형적 관점을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아른답고 예쁜 풍경보다 내 마음이 끌리는 풍경을 그리고자 노력했지만 부족하기 짝이 없음을......중략"
그의 말 중에서 "내 마음이 끌리는 풍경"이란 과연 어떠한 풍경을 가리키는 것일까? 도대체 '끌린다'는 수식어가 암시하는 풍경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궁극적인 물음과 해답은 이번 출품작 중에서 특히 2019년 전후 최근작에서 잘 나타나 있으며 아래 그림 한점 한점을 감상하다보면 누구나 쉽게 일관된 하나의 공통점을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흔적-그림일기, 철원에서, 안성 소현리, 안성 삼흥기, 수동면, 대둔산이 보이는 풍경, 천송 가는길, 일영터널 오후2시, 비둘기낭 폭포가는 길...등등...
철조망과 지뢰표지판으로 전쟁과 분단의 상혼을 떠오르게 하는 철원의 풍경을 비롯하여 도료가 벗겨지고 녹 쓸고 폐허가 된 창고, 빈집 같은 농가와 축사,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올 것 같지 않는 잡초가 자란 철로와 터널 등... 김임학 은 각개의 사물과 풍경이 고스란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역사를 사물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그림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풍경이 김임학의 마음을 끄는 사물이며 그가 회화를 통해서 몰입하는 "흔적"의 세계이다.
흔적(痕迹)은 공간 속에서 연속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사물의 기록이다. 시간의 어느 한 시점에서 다음 시점까지 김임학의 풍경은 흔적을 통해서 우리에게 인식의 내면화를 보여주고 침묵의 사색으로 유도한다. 김임학은 자연 속에서 흔적을 표현하고 다시 흔적을 통해서 시간의 궤적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의 열정적 창작 의지와 뜻 깊은 개인전에 갈채를 보내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 안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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