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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展
전기 장판 MANIA
전기장판 마니아_acrylic and oil on canvas_150.0x150.0cm_2019
갤러리 밈
2020. 1. 8(수) ▶ 2020. 2. 1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레오티모_acrylic and oil on paper_30.0x30.0cm_2019
전기장판에 대한 강한 기억은 내가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추위에 둔감했던 몸은 심리적 불안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예민해져 극심한 비염과 알레르기를 얻게 되었고 손발은 항상 차가웠다. 날이 조금만 추워져도 감기에 걸리고 숨을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겨울을 두려워하게 만들었고 따뜻함과 변하지 않는 온도를 갈구하게 됐다. 조금의 과장을 섞어 나는 7, 8월의 무더위를 제외하면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잤으며, 그 작은 공간 안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자리싸움을 하며 대다수의 생활을 했다.
이 생활은 작업실까지 이어져 보일러가 없는 차가운 바닥과 의자 곳곳에 전기방석 및 전기장판을 깔아두고 난로들을 켰다. 실내지만 바깥과 같은 공기를 가진 이 공간에서의 작업은 마치 숲속에서 혼자 야외스케치를 하는 것 같았다. 털모자에 담요를 두르고 전기장판과 난로의 미약한 열에 의지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추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손은 굳어 딱딱해지며 몸은 떨렸다. 결국, 외풍이 들어오던 3개의 커다란 창문을 두꺼운 포장지로 막았고 그렇게 빛이 일절 들어오지 않게 된 공간은 낮이나 밤이나 어두웠다. 그곳에서는 시간은 멈춘 듯했다. 그곳은 현실의 세계에서 벗어난 그림만을 위한 세계였으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혼재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상상의 시선은 특히 화장실에 붙어 있는 작은 나방들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작업실에서 나를 제외한 유일한 생명체로 마치 내 그림을 구경하러 온 관객, 혹은 비판의 눈길로 바라보는 평가의 시선 같았다. 그것들은 죽여도 다음 날이면 또 태어났고 우리는 서로를 관찰했다. 하나 진화한 듯 꿋꿋이 버텨냈던 나방들도 추위를 이기지 못했는지 하나둘씩 사라졌고, 영하의 온도가 모든 생명체를 잠식했을 때 나도 이 전시의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신체적, 정서적 추위로 전기장판 마니아가 되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고 가는 지금의 시기를 남겨보며 언젠가 마음껏 온도를 컨트롤 할 수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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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0108-박지혜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