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헌 展

 

 

 

갤러리 라메르

 

2020. 1. 1(수) ▶ 2020. 1. 7(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26 | T.02-730-5454

 

www.gallerylamer.com

 

 

현대적 감각의 고졸미(古拙美)와 고품(高品)의 인문정신

- 항산(늘뫼) 장근헌의 작품집 출간에 부쳐

 

신남영(시인, 서화가)

 

예로부터 남종화로 대표되는 문인화는 대개 학문적 소양과 수양을 쌓은 문인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출하기 위해 수묵과 담채를 주로 써서 그리는 간결하고 격조있는 그림으로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예술이다.

문인화는 그 창작층의 특성과 관련하여 시나 서예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발전하였는데 시·서·화에 모두 뛰어난 이른바 삼절(三節)이란 말은 학덕 있는 문인이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교양이자 미덕으로 간주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남종문인화는 외면적인 형태보다는 정신적인 사의(寫意)를 중시해온 것이 특징인데 조선시대의 문인들 역시 인격과 교양을 갖춘 연후에라야 비로소 그림을 통해 인생의 격조가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 남종화풍은 추사 김정희를 중심으로 조선 말기에 중심적인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였고 중국 명나라 화론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시화일치사상은 한국의 문인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 허련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추사 김정희의 문하생이 되어 서화수업을 하였으며 낙향한 후엔 운림산방(雲林山房)을 마련하고 작품 활동을 하였다.

19세기 허련에서 시작된 진도 남종화의 맥은 현대에까지 이어지며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운림산방이 있는 첨찰산 아래 현대적 문인화의 길을 추구하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항산(恒山) 장근헌이다.

항산은 원래 정통 서예에서 출발하여 한글서예와 문자추상까지 현대적 계승을 위해 특출한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로 최근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 역시 법고창신에 기품 있는 서화의 경지를 열어 보이고 있다.

그는 불교적 사유를 기반으로 선(禪)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단순하지만 깊이있는 수묵의 필법으로 묘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고향과 일상의 사물에서 느끼는 감흥을 시적인 압축미로 형상화하는 것이 일품(逸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전통을 계승한 사군자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여백의 공간감을 충분히 활용하고 과감하게 재해석된 대상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청빈과 지조의 선비정신을 새롭게 구현하고 있다.

또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현대적 감각으로 고졸(古拙)한 조형미를 통해 자유로운 정신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문인화의 고품(高品)을 잃지않는 작가 의식은 오랜 서력을 통해 단단하게 쌓아올린 필력과 함께 그의 인문정신의 정수를 엿보게 한다.

<논어>에 ‘소이위현(素以爲絢), 회사후소(繪事後素)’란 말이 있듯이 바른 인품으로 학예일치를 이루려는 정신적 지향의 바탕 위에 색을 더하고 화려한 꽃을 지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예술의 진경이라면 그가 서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역시 구도의 과정이라 본다.

글은 결국 형상을 그려내고 그림은 묘사를 통해 사의(寫意)로 나아가는 것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형상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서화는 곧 작가의 내면의 거울인 셈이다.

위대한 예술가는 굴곡진 삶의 고통과 상처까지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며 그런 경지까지 갔을 때 비로소 그는 예술을 통해 하나의 도(道)에 이르렀다 할 것이다.

예(藝)를 통해 도(道)로 나아간다는 것은 결국 예술을 통해 인간 정신의 완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며 도(道)는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니 결국 예나 도의 스승은 그를 품고 있는 진도의 자연일 것이다.

그는 운림산방 아래 운림뜨락에 둥지를 틀고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화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서화를 빚어내고 있는 그에게 오랜 예술적 지음으로서 동행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원융무애의 대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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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101-장근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