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展

 

Happy Together

 

 

 

왕산로 9길 24

 

2019. 12. 27(금) ▶ 2019. 12. 28(토)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왕산로 9길 24

 

 

<더 스크랩>은 300여 명(팀)의 작가들과 함께 지난 세 번의 이벤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11,820명의 관객이 전시를 관람했고 22,265장의 사진을 구매했습니다.

<더 스크랩> 기획팀은 오늘날 사진을 보는 일, 생산하는 일, 유통하는 일에 고민과 의문을 가지고 <더 스크랩>을 기획, 운영해왔습니다. 지난 세 번의 이벤트는 이런 고민과 의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기획팀, 창작자, 관객이 그 답을 함께 찾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늘 즐거움으로만 가득 차 있지는 않았습니다. 문화예술기금에 의존한 구조적 한계, 이벤트의 고민과 질문을 소거한 유사 플랫폼의 등장, 때로는 어긋나는 창작자와 관객의 기대, 플랫폼으로만 집중되는 관심 등은 저희에게 또 다른 고민, 질문, 의문을 가지게 했습니다.

"우리가 고민했던 질문들이 행사를 찾은 개개인에게로 돌아가 어디선가 오작동하는 시스템을 역으로 오작동시키는 일이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결국 사람들은 해답을 찾을 것이다."

- 다시 보는 제1회 <더 스크랩>, 아트인컬처 웹사이트 2017년 12월

더 쾌적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동시대에 이미지를 소비하는 과정을 재확인할 뿐인 것은 아닌지, 창작자들이 이미지로 구현하는 깊이가 얕은 표면만으로 이해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우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사진을 보고 만지고 골라보는 <더 스크랩>이 조금 더 나아가 볼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2019년 겨울, 저희는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2019년의 홍콩과 홍콩시민에게 연대와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SNS와 뉴스 속 사진들을 통해 지금의 홍콩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에 '좋아요'와 '공유'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닿을 수 있는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았지만 쉽사리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더 스크랩>이 사진을 통해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경험을 제공해주었다면, <더 스크랩>의 경험을 통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닿을 수 없는 연결이 주는 무기력함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더 스크랩>은 한국의 창작자들로부터 홍콩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사진/이미지를 받아 출력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통해 일종의 ‘레논월’의 역할을 해보고자 합니다. 관객들은 이미지를 보고 스스로 편집자가 되어 각자의 스크랩 북을 만듭니다. 스크랩 북 1부는 관객에게, 동일한 스크랩 북 1부는 홍콩 아트북 페어 기간 동안 홍콩시민들에게 배포하려고 합니다.

<더 스크랩> 팀은 지금까지 사진/이미지를 통해 창작자로서 관객과 만나는 경험, 관객이 사진을 보고 만지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 한국의 창작자와 관객이 홍콩의 시민들과 만나고 연대하는 경험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매회 100명의 작가들이 1,000가지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것에서 ‘연대’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보는 것으로서의 이행, 관객이 각자의 이미지 취향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보는 것으로의 확장, 이것이 <더 스크랩>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더 스크랩>을 통해 창작자와 관객의 서로를 향한 피드백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이고 쌓이는 것. <더 스크랩>을 넘어 창작자와 창작자 사이에 작은 교류가 시작되는 것. 교류가 연대가 되고 지역, 문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지형을 그려보는 것, 우리가 상상하는 <더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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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227-더 스크랩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