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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展
조현화랑 부산
2019. 12. 12(목) ▶ 2020. 2. 16(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171 | T.051-747-8853
조현화랑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박서보 작가의 화업 70주년을 기념하여 12월 12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1년부터 2018년까지의 후기 묘법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로서 달맞이 조현화랑과 새롭게 문을 연 해운대 조현화랑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박서보 작가는 화이트큐브와 페로탕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한 지난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은 박서보 작가의 미술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열린 전시들은 그가 미술계에서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며 한국 추상미술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의 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현화랑과 박서보 작가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현화랑은 그해 박서보 작가의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 개인전을 포함하여 총 12번의 전시를 기획했다. 또한 1991년은 수직적인 선을 통해 한지의 물성과 신체 행위에 대해 탐구한 후기 묘법 시리즈가 서서히 소개되던 시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1991년부터 2018년까지의 후기 묘법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이번 전시는 오랜 인연을 쌓은 화랑과 작가 모두에게 매우 뜻깊은 자리이다. 박서보 작가의 묘법 시리즈는 연필을 사용한 전기 묘법과 한자를 사용해 불연속적인 선을 보여준 중기 묘법 그리고 선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선 구도의 후기묘법으로 나뉜다. 작가는 연필로 캔버스 표면에 선을 반복적으로 긋던 전기 방식에서 벗어나 캔버스 표면에 한지를 올리고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를 사선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처음 시도한 이후 일정한 간격의 긴 선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조형적 완성을 이뤄낸다. 중기와 후기 묘법에서는 물을 머금고 색이 번지는 한지의 특성이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박서보 작가에게 한지와의 만남은 중요한 사건이자 전환점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서보 작가의 후기 묘법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먼저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제작된 후기의 ‘직선 묘법’ 작품은 달맞이 조현화랑에서 선보인다. 지그재그의 복잡한 패턴에서 벗어나 선이 단순화되어 흔히 ‘직선 묘법’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의 작업은 철저하게 사전 구상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작가는 수직 패턴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작품 제작을 위해 드로잉 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즉흥적인 초기나 중기 묘법과 달리 정제된 엄격성을 가진다. 특히 이 시기 작품에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작업이 단일 색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절제된 그의 작품은 온 우주를 포용하고 있는 듯한 깊이감을 드러낸다. 2000년대부터 도입한 후기의 ‘색채 묘법’ 작품은 이달 새로 문을 연 해운대 조현화랑에서 전시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수직 패턴의 화면 구성에 기초하면서도 대비 혹은 조화를 이루는 색을 사용한다. 2000년에 박서보 작가는 색이 곱게 물든 단풍을 무심코 바라보게 되는데 이것이 색채묘법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자연으로부터 찾아낸 색들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부단히 연구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묘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색채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여 매체 뿐 만 아니라 색을 통해 자연과 합일을 이루려는 작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박서보 작가의 화업 70주년을 기념하고 후기 묘법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이번 전시는 손의 흔적을 제거하고 대신 규칙적으로 긴 선을 만들어낸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작가의 이러한 변화는 ‘직선 묘법’과 함께 전시되는 마치 설계도면과 같은 에스키스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작가는 색감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놓치지 않고 스스럼이 없이 변화를 이뤄냈다. 후기 묘법 시리즈를 과감하게 총정리한다는 것은 또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박서보 작가의 지난 70년간 쉼 없던 창작 행보의 발자국을 추적하고 그 행보가 또 어떠한 방향으로 새롭게 나아갈 것인지 헤아려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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