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미 · 김차경 展

 

당신의 추억은 안녕한가요?

잃고, 잊고, 읽다. 사사로운 대중의 추억, 2019

 

 

 

쇄뿔고개 어울림 로드갤러리

 

2019. 12. 1(일) ▶ 2019. 12. 30(월)

인천광역시 동구 서해대로 512번길

 

 

 

 

<사사로운 대중의 추억> 프로젝트 구성원은 총 2명으로, 관광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 한국을 안내하고 그림을 그리며 영상을 찍는 '이윤미'와 일러스트와 웹툰 작가로 활동하며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김차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 명인 <사사로운 대중의 추억>을 줄여 "사사대추"라고 칭하고 있어 자연스레 대추 자매가 된 둘을 언니대추와 동생대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과 만나 함께 농구장을 뛰던 여름날과 아파트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3층 높이의 아파트보다 훌쩍 커서 아파트를 감싼 모습이 여전히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터전을 잃고, 공간을 잊고, 이제는 추억을 읽습니다.

사라진 아파트 단지를 함께 걸어주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 서구 가좌4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를 기록합니다.

대략 85년에 지어져 약 700세대가 살던 라이프 빌라, 로얄 타운, 한신아파트에 세 곳은 재개발이 정해지고 올해 6월부터 정식 이주가 진행되었고 10월 이주가 완료되어 현재는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정식 이주가 시작되면서부터 10월 이주가 완료되기까지의 아파트 공간을 기록하고 이곳에서 삶을 지속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시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겐 제일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아파트가 사라져 친구들과 매일 만나서 뛰어놀던 아지트 같은 장소가 사라지는 일.

지금 이 순간을 좋은 추억이라고 말하는 저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 낭만적인 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어릴 때 살던 아파트에 어떤 이상한 이모 두 명이 와서 같이 뛰어놀았었지!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하기를.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현재 SNS에 유행하던 '어릴 때 사진 그대로 재연하며 찍기'에 재미를 느껴 '우리도 해볼까?'하며 모여 앉았다가 비교적 변화가 없는 동네에 살던 저와는 다르게 어린 날의 흔적이 남지 않은 언니의 동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오랜 시간 풍경과 함께 낡아가지 못하는 걸까.

문득 우리의 추억이 사진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에 밀려드는 서러움, 조금 더 빨리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이 모여 우리를 걷게 했습니다. 어린 날 사진을 들고 추억의 장소를 무작정 걸으며 각자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 모두와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낭만에 젖은 소리하고 있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재개발 사무소 직원의 호통.

요즘 사람들은 쓸데없이 낭만적이라고 쏘아붙이는 말에 떠밀리듯 사무소를 빠져나와 공원 벤치에 하염없이 앉아있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주를 앞둔 사람들의 시선, 재개발을 위해 빠르게 이주를 권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 그리고 이미 이주가 시작되어 아파트 곳곳에 그려진 빨간 X자가 우리를 마구 밀어내는 것 같아 불쾌함과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시작.

엄마와 산책을 하다가 라이프 빌라의 빨간 벽돌 건물을 보며 예쁘게 지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난 듯 엄마가 "여기 재개발된다고 하던데? 엄마 아는 사람도 딸이랑 여기 살다가 얼마 전에 이사갔잖아." 라고 말했고 "20년을 산 우리 아파트보다 멀쩡해 보이는데 왜??" 되물었습니다.

작년 전시까지만 해도 변함없는 인천 가좌동을 소개하며 조금 우쭐한 기분이었는데, 그 사이 동네는 많은 발전과 개발로 변화하는 중이고 또다시 기록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 아파트의 추억을 기록하기로 하였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추억이 아닐까.

나와 언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은 첫번째 전시.

과연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의 추억에 누가 관심이나 있겠어?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도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전시를 통해 개인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사람들의 또 다른 개인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모인 추억들이 전시에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개인이라고 생각했던 추억도 우리의 바람대로 대중의 추억이 될 수 있구나!

우리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감사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추억도 사야 하는 걸까?"

30대 중반의 나이, 우리는 여전히 태어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언저리에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어린시절을 책임져 주던 공간은 대부분 많이 사라지거나 잊혀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주변은 의지와 상관없이 낡음, 발전, 개발, 용도변경, 재개발, 상권이동과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합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내온 공간과 수많은 추억을 지키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과 여러 물음으로 시작된 <사사로운 대중의 추억>은 잃어버린 터전을 시작으로 잊고 지낸 추억과 잊힌 공간에 대하여 기록하고, 현재와 앞으로 위협받게 될 미래까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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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201-이윤미 · 김차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