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정 展

 

형해 形骸

 

 

 

희수갤러리

 

2019. 11. 27(수) ▶ 2019. 12. 10(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11-3 | T.02-737-8869

 

www.heesugallery.co.kr

 

 

바람이 잔다_112.1x162.2cm_장지에 분채_2017

 

 

나는 몸을 그린다.

 

몸 안에 있는 감정들을 그린다. 감정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단어이지만 인체를 통해 보았을 땐 그 감정이 인체 위로 나타난다.

 

기쁠 때는 얼굴이 환해지고 슬플 때는 골격의 그림자가 어두워지며 화가 나게 되면 몸의 핏줄은 선명해진다. 그렇게 사람의 감정에 따라 인체의 모습은 달라진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항상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복합적이고 혼란스러워서 하나만 떼어서 말하기는 힘이 든다. 이 복합적인 감정들은 내가 느끼고는 있지만 정확히 알 수 없는 감정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으로 내가 느낀 감정과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인체를 해체 하고,다시 그 사이를 이어나가고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감정을 찾아나간다.

 

그림에서는 인체의 형태를 도형과 선으로 쪼개며 피부는 여러 색채들이 뒤섞여있다. 피부와 머리카락에서 표현 된 다양한 색채들은 사람들의 엉켜있는 감정들을 나타내고, 선으로 인체의 골격과 주름, 그림자, 근육을 쪼개는 것은 찬찬히 그 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뒤섞인 감정의 결을 하나씩 분리한다는 점에서 쓰인다.

 

재료 또한 피부 위에 들어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인체의 형태와는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고 물드는 느낌의 동양화 재료를 사용했다. 채색은 감정의 깊이감과 복잡함, 또한 몸에 투명하게 올라오는 피부의 표현을 위해 색을 섞지 않고 겹겹이 올리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하였다.

 

반대로 동양화 재료의 투명한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오일 파스텔도 자주 사용 된다. 분채의 맑은 표현과는 달리 파스텔은 한지 위에 올라가면 거칠고 탁하며 스며들지 않고 내면과 겉면이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이는 감정을 외각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다. 외부에 모습을 들어 내지 않는 감정의 방어적인 면을 표현하는 점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감정의 흔적과 자취는 그림에 실린다. 수많은 감정의 결을 분리하고 구분해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내 그림의 중요한 부분이다.

 

몸으로 감정을 보는 것이 아닌 감정을 하나의 유기물로 보고 감정의 형체를 만들어 나간다. 그림 속에 나오는 몸은 사람의 인체라기 보단 인체의 모습으로 표현 된 감정의 몸이다.

 

 

썩어가다_97x145.5cm_장지에 분채, 오일파스텔_2018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91127-황혜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