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진 展

 

 

 

ANA GALLERY

 

2019. 11. 26(화) ▶ 2019. 12. 11(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276 | T.02-730-1995

 

https://blog.naver.com/ana-gallery

 

 

왜 죽어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쉽게 단념하지 못했던 것들은 대체로 잊히거나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들이었다. 밀물 같은 상실, 망각, 부재는 떠나보내는 일에 덤덤해질 것을 강요한다. 소중한 것의 상실보다 그 상실에 무뎌지는 나를 증오하며 지냈다. 죄책감과 그리움을 버티다 문득 당연하지만 당연할 수 없는 질서를 마주하게 됐다. 우리는 어떤 것의 소멸에서 태어난 존재이다. 죽음은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죽음이 된다.

떠난 것이 어떤 바람, 별, 달, 햇빛으로 다시 올지 모르기에 모든 것을 마음 다해 보게 되었다.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작업은 별과 달, 밤 풍경 등의 조각난 자연들을 담으며, 빈자리를 메우며, 거대한 흐름 앞에 서는 과정이다. 흐름을 버텨내며 그 속에 존재하는 과정이다. 평생 지속될 이 긴 이별은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마음 깊이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을 다해 인사하자.

상실에 무뎌지지도, 무너지지도 않기를.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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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126-윤혜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