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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展
라멜라 양(Miss Lamella)
CR Collective
2019. 11. 14(목) ▶ 2019. 11. 30(토)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 T.02-333-0022
접힌 사슬 folded chain 비결정형(좌), 반결정형(우)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유승호의 개인전, 《라멜라 양(Miss Lamella)》을 오는 11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유승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대형 페인팅 4점과 드로잉, 그리고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품을 선보인다. 지금까지는 문자를 촘촘히 그려서 구조를 만들며 작업해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문자·이미지를 이루는 요소를 화학작용처럼 서로 반응시킨다. 이를 통해 형태적·관념적으로는 더욱 단단한 구조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그것이 의미적으로는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성질을 지님을 모순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유승호는 이처럼 문자 구조를 분자 구조에 은유 하면서 문자의 구조적 형태와 그것이 담는 의미, 텍스트에 대한 성찰을 시각화한다. 지금까지의 주된 작업 방향이 펜으로 글자를 써 이미지를 그려나가는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대형 페인팅 <라멜라 양>은 펜 드로잉과 페인팅, 선과 이미지 사이의 지대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펜으로 쓰거나 그린 선을 번지게 함으로써 기존의 라인 이미지를 뭉개버리거나 변형·변질시키며 새롭게 형성되게 한다. 또한 위의 대형 페인팅을 이루는 이미지 속 개체, 요소들 중에서 선별적으로 골라 드로잉한 작품이 페인팅과 함께 전시된다. 이는 작가에 의하면 “개체 요소들이 변형·변질을 통해 재탄생” 하는 드로잉이다. 그리고 이 드로잉을 문장 형태로 압축한 텍스트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이 텍스트는 이두(吏讀)식 표기 방법으로 이루어져 이미지와 긴밀한 관계성이 있기 보다는 느슨하고 새로운 문맥으로 탄생된다.
라멜라 구조 이상적 결정형태(좌), 일반적 결정형태(우)
전시 제목인 “라멜라 양 Miss Lamella”의 “라멜라”는 라멜라 lamella(층상) 구조, 또는 접힌 사슬 folded chain을 말하는데, 이는 분자와 분자가 만나 층을 이루며 안정적이고 단단한 완성체를 만드는 구조·과정을 작가의 작품 구조에 비유하고자 차용한 개념이다. 작가는 문자의 획들로 구축된 요소들이 화학에서의 라멜라, 혹은 접힌 사슬 구조의 분자 결합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기존 작업을 이루는 촘촘한 글씨를 “분자”로 상정하고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레이어를 쌓아 라멜라 구조화(化)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서 대형 회화 작업을 이루는 이미지의 개체, 요소들이 반응을 일으켜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들의 구조는 이와 같은 과정으로 생산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 문자가 담고 있는 고정적이고 결정적인 의미는 해체되는 아이러니함이 보여진다. 결국에는 유승호의 작품에서는 형태의 (관념적)구조화와 그로 인한 의미의 해체라는 모순성이 공존하고 있다. “라멜라 양”은 “라멜라”와 “양 sheep”을 합쳐 만든 엉뚱한 합성어이고, 영어 제목인 “Miss Lamella”는 “라멜라”를 의인화하는 단어로 한/영 제목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는 그의 작품처럼 문자가 결정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때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유동적 체계임을 함축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김명지 (씨알콜렉티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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